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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료/잡학사전

물고기가 물 떠나 사는 법?

내인성 생체리듬 조절해 인공 동면 유도.."물 없이 30시간까지 생존"

▲ 한국해양연구원 김완수 박사는 내인성 생체리듬을 활용, 수온 조절만으로 인공 동면을 유도해 넙치를 물 없이도 하루 넘게 생존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
물고기가 물 없이도 산다? 물고기 몸에 각인된 생체리듬을 조절하면 물고기도 24~30시간 물 없이 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과학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완수(47) 박사는 내인성 생체리듬(Endogenous Biorhythm)을 활용, 수온 조절만으로 인공 동면을 유도해 `광어'로 잘 알려져 있는 넙치를 물 없이도 하루 넘게 생존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5~8일(이하 로스앤젤레스 현지시간) 경기 안산 연구원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까지 40마리의 산 넙치를 물 없이 항공편으로 운송, 이 가운데 32마리를 무려 20~23시간을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넙치는 최적 온도 보다 낮은 특정 수온에서 호흡속도가 느려지는 등 대사활동이 위축되고, (온도가 더 낮아지면) 모든 움직임을 멈추는 동면 상태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동면 상태에 빠진 넙치는 기초대사활동만을 유지한 채 다른 에너지 소모 활동을 일체 중단시키기 때문에 물 없이도 오랜 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넙치의 물 온도를 기존 최적 온도 15℃에서 특정 온도로 내려 인위적으로 넙치의 동면상태를 이끌어내면 물 한방울 없는 상태에서 24시간 이상 살 수 있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김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넙치에 동면을 유도하는 특정 수온을 밝혀냈다.

넙치는 물 온도가 극한 수온(Low Limit Temperature)인 5.8℃에 이르면 헤엄을 치지 않는 등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대사활동의 일부도 중지된다. 다시 온도를 조금씩 낮춰 특정 온도를 유지시키면 넙치는 이른바 완전한 동면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동면으로 호흡량이 줄어든 넙치는 동면을 유지할 수 있는 약 3℃ 공기 온도만 유지되면 물 없는 환경에서도 24시간 이상 살 수 있다.

넙치는 물 없는 환경에서 자체적으로 점액질로 몸을 보호하고 표피호흡을 멈추는 대신 최소한의 아가미 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이후 다시 최적 온도의 물 속에 넙치를 놔두면 동면에서 점차 깨어나 원상태로 되돌아온다.

이처럼 동면을 유도하는 데는 김 박사팀이 자체 개발한 자동호흡측정장치가 있기에 가능했다.

연구팀이 특허를 받은 이번 장치는 수온 변화에 따른 물고기의 생체리듬을 측정하는 장치. 호흡량 등 미세한 변화까지 측정해 낼 수 있는 첨단 기기다.

또 자체 제작한 동면유도장치도 이번 연구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이 장치를 통해 약 30마리에 이르는 넙치를 3~4시간 가량의 수온 조절을 통해 동면상태로 전환시켰다.

김 박사는 "보통 모든 생물은 각 종 마다 고유한 생체리듬을 갖게 된다"며 "각 종의 생체리듬을 파악하면 환경오염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류 운송 시스템 변화 등 어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어 "넙치 뿐 아니라 상당수의 해양 생물을 수온 조절 만으로 동면 상태로 유도해 물 없는 환경에서 생명을 유지토록할 수 있다"며 "향후 돔, 참치 등 부가가치가 높은 어류의 동면 유도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의 이번 연구결과는 각국이 앞다퉈 연구에 나설 만큼 큰 관심을 쏟아온 분야였기에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실제로 일본 등 해외에서 몇차례 인공동면 연구활동이 시도됐으나 실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10cm 길이의 침으로 살아 있는 물고기의 평형기관에 손상을 가해 활동량을 줄인 뒤 물 없는 상태에서 산 채로 보존하는 기술이 개발됐으나 평형기관의 원상태 회복이 어렵고 생존시간이 4시간 이하로 짧은 문제가 있었다.

또 미국의 경우 뇌하수체 호르몬을 복어나 송어 등에 투여해 수온 20℃에서 약 하루동안 휴면 상태를 유도했으나 호르몬 투여방식 때문에 식품 안정성의 장애요소로 꼽혔다.

김 박사는 어류생체리듬 연구와 관련해 99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과학기술부로부터 국가연구사업으로 지정받아 총 17억원의 과기부 연구 지원비와 자체 연구비로 연구를 진행해 온 끝에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김 박사는 "일본, 미국 연구성과와 달리 이번 넙치의 동면 유도는 온도 조절만으로 24시간 이상 물 없이 생존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기 때문에 육지 운송 뿐만 아니라 항공편 운송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어류의 생체리듬 측정기술 및 장치와 인공동면 유도기술 및 장치 등에 대해 국내 뿐만 아니라 40여 국가에 특허출원을 신청했다. 국내 특허는 11일 최종 등록됐다.

김완수 박사는 1995년 독일 킬(Kiel)대학에서 동물 생물학(Animal Physiology) 박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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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thedopest@yna.co.kr


2007.07.15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