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관리

언론 자유 높을수록 경제 발전…"정보왜곡 막을 최후보루"

문화

 

오수현 기자강영운 기자

입력 2021/05/03 17:44

 

 

3일 세계 언론자유의 날

언론자유지수 노르웨이 1위, 정보투명성 높은만큼 잘 살아
정치적 자유 낮은 이란, 언론 옥죄 코로나 사망자 축소

"가짜정보 막을 최고백신은 언론 정책감시로 권력견제 역할 중요"

 

◆ 세계 언론자유의 날 ◆

지난 4월 20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언론의 자유` 지도를 걸어놓고 있다. RSF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일수록 경제적 번영을 이룰까.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2021 세계 언론자유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북유럽 선진국인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가 1~4위에 오르며 언론자유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최상위권에 오른 북유럽 국가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2020년 기준)를 살펴보면 노르웨이가 7만달러에 육박하며 4위, 5만달러에 달하는 스웨덴 11위, 덴마크 8위를 기록하는 등 이들 국가의 소득수준 역시 매우 높다.

이번 언론자유 조사에서 42위를 기록한 한국은 1인당 GDP 순위에서 25위, 언론자유 69위의 아르헨티나는 1인당 GDP 68위를 기록했다.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로 손꼽히는 러시아는 언론자유 순위 150위, 1인당 GDP 60위에 각각 올랐다.

언론의 자유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대부분 경제와 민주주의 수준이 고도화된 나라들이다. 중국·러시아·브라질·멕시코·이라크·이란의 언론자유 수준은 매우 낮다. 물론 언론자유와 국민 소득수준이 아주 정확하게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큰 흐름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3일은 '세계 언론자유의 날(World Press Freedom Day)'이다. 1993년 유엔 총회에서 처음 공포된 이래 올해로 29회를 맞았다. 언론자유는 선언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언론자유는 우리 삶의 질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매년 경제자유 지수를 발표한다. 올해 발표된 상위 20위권 내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뉴질랜드(언론자유 순위 8위), 오스트리아(17위), 스위스(10위), 아일랜드(12위), 에스토니아(15위), 캐나다(14위), 덴마크(4위), 아이슬란드(16위), 네덜란드(6위), 핀란드(2위) 등 언론자유 지수 상위 국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헤리티지재단은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제적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논쟁이 있을 수는 있지만 확실한 건 경제적 자유와 언론의 자유 사이에는 상호적이면서도 다차원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은 이 같은 연관성에 대해 "언론이 자유를 누릴수록 부정부패를 밝혀내게 되며 나쁜 정책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헤리티지재단이 지적하듯 정치·사회적 자유가 높은 나라는 경제성장률도 높다"며 "언론이 정치 권력을 투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언론은 사회 전 분야와 간접적인 관계를 맺는다"며 "결국 언론이 표현하는 자유를 얼마만큼 보장하느냐가 국가 선진화의 척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 간 불편한 관계는 전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발견된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고 정치적 자유가 제한된 후진국일수록 언론인에 대한 탄압이 노골적이다.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에서는 지난 3~4월 언론인을 체포하거나 감금한 일이 100건을 넘었다고 미얀마 언론단체인 기자복지위원회가 밝혔다.

RSF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에서 세계 각국의 언론 탄압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짐바브웨(언론자유 130위)는 전염병 관련 의료장비 납품 업체의 과다 청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탐사보도 기자 호프웰 치노노를 체포했고, 이란(174위)은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축소하기 위해 취재 통제를 강화했다. 브라질(111위)과 베네수엘라(148위) 정부는 의학적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19 치료제를 홍보했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저널리즘은 거짓 정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백신"이라며 "하지만 불행히도 저널리즘의 생산과 유통이 정치적·경제적·기술적·문화적 요인에 의해 차단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저널리즘은 거짓 정보 확산에 맞서 다양한 사실에 기반한 대중의 토론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주영기 한림대 언론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로 프레임을 씌우는 일과 실제 가짜뉴스가 공존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언론이 보다 사실관계에 기반해 보도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가짜뉴스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 강영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