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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낚시

월척 명당 욕심내다 미끌 '죽음의 블랙홀' 아시나요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입력 2021. 04. 18. 17:26 

 

[해양레저, 안전부터 챙깁시다]
<중>

 

급증하는 낚시 안전사고
낚시꾼 '핫플' 테트라포드 추락
수심 깊고 탈출 어려워 치명상
안전불감증 어선 충돌도 속출
작년 사고 301건..4년새 2배↑

울산해양경찰청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울산신항 남방파제 테트라포드에서 추락한 낚시객을 긴급구조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경

[서울경제]

 

지난해 10월 충남 태안에서는 선장과 승객 22명을 태운 10톤급 낚시어선이 교량 교각을 들이받아 3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 조사 결과 사고 선박은 최대 18노트(시속 33㎞)로 운항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교량 주변에서는 안전을 위해 10노트 이하로 운항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태안 인근으로 낚시어선이 몰리면서 사고 선박도 고기가 잘 잡히는 명당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높인 것으로 추정됐다. 보다 많은 고기를 잡기 위한 욕심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셈이다.

 

국내 낚시인구가 1,000만명 시대를 넘볼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관련 사고도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는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안전수칙을 준수하려는 낚시인들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8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낚시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6년 169건이었던 낚시어선 사고는 지난해 301건으로 4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낚시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맞물려 낚시어선의 출항 건수도 함께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낚시인구는 2000년 500만명에서 지난해 921만명으로 84%나 급증했다. 비공식적 낚시인구까지 합치면 1,000만명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로 여가 시간이 늘어난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레저스포츠에 대한 수요까지 맞물린 결과다.

 

늘어난 낚시인구만큼이나 올해 들어서도 크고 작은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9일 새벽에는 인천광역시 남항 부두 인근에서 낚시어선이 부선과 충돌해 배에 타고 있는 승객들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음날인 10일에는 충남 대천항 인근 해상에서 낚시어선이 엔진고장으로 표류하다가 해경에 예인되기도 했다.

 

방파제를 보호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를 하다가 추락하는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주변 수심이 깊은 테트라포드는 다양한 어종을 잡을 수 있어 낚시꾼들에게는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테트라포드 사이로 추락할 경우 즉시 사망하거나 구조되더라도 과다출혈이나 저체온증으로 심각한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죽음의 블랙홀’로 불리기도 한다. 해경에 따르면 테트라포드에서 매년 70~90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연간 10명 안팎의 사망·실종자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테트라포드 등 항만 내 위험구역에 출입할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해경 관계자는 “테트라포드는 표면이 둥글고 미끄러운데다 지지대나 손잡이가 없어 추락하면 스스로 탈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양 전문가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의 실천 의지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경 관계자는 “본인은 낚시사고에서 예외일 것이라는 안전불감증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며 “해상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선 강력 단속하고, 안전한 낚시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활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해경은 오는 5월 말까지 음주 운항과 테트라포드 내 낚시행위, 구명조끼 미착용 등을 위주로 특별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