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입력 2020.05.25.
잠잠해지는 줄로만 알았던 코로나 사태가 지역적/산발적으로 확산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골프장은 호황이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골프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 주에 이어 클럽 헤드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클럽 페이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작가 소개: 골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며, 누군가가 저로 인해 한 타를 줄였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는 골프 칼럼니스트 김태훈입니다.
<클럽 페이스 - 단단해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입니다만, USGA는 클럽 페이스의 표면 경도에 엄격한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클럽 페이스의 단단함을 조절함으로써, 골프볼의 스핀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나치게 높은 스핀량을 제공하는 것을 더욱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클럽 페이스의 단단한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듀로미터(경도계, Durometer) 라는 장비를 사용하게 되는데, USGA는 표면의 단단함을 확인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쉬운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로 ‘손톱’을 이용한 것입니다. 즉 손톱으로 눌러서 클럽에 자국이 남을 정도라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클럽 헤드에서 가장 중요한 클럽페이스에 대해서도 USGA는 강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출처: 타이틀리스트 홈페이지>
<클럽 페이스의 임팩트 구역(Impact Area) – 1.68인치>
클럽 페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실제 골프볼과 접촉하게 되는 임팩트 구역 (Impact Area) 이라는 부분입니다. 아이언과 우드 모두 임팩트 구역이 존재하는데, 아이언은 클럽 페이스의 중간을 기준으로 1.68인치 이상, 우드의 경우는 클럽 페이스 중앙을 기준으로 1.68인치 구간을 임팩트 구간으로 간주합니다.
<우드 클럽의 경우, 중심선을 중심으로 1.68인치 구역을 임팩트 구역이라고 합니다. 출처: USGA Equipment Rules>
그런데 1.68인치, 즉 42.67mm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바로 골프볼의 크기와 관련된 규정과 같습니다. 즉 각 클럽 페이스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골프볼 만한 사이즈의 구역을 임팩트 구역이라고 간주하며, 이 임팩트 구역에 대해 그루부를 포함한 다양한 규제를 적용하고 준수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임팩트 구역 안에 퍼포먼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도한 마킹을 한다거나, 표면의 거칠기를 조절하는 것, 재질에 대한 규정을 어기는 것 등은 철저하게 금지됩니다.
<그루브(Groove) 규정 – 개정의 이유>
2010년 이전부터 골프를 쳤던 골퍼들이라면, 아마도 2010년의 그루브 규정 변화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2010년의 이 규정은 실질적으로 USGA와 R&A가 골프 장비에 대해 가장 마지막으로 새 규정을 적용했던 사례입니다. (2010년 이후에는 골프 장비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발표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최근 골프볼에 대한 거리 규제에 대한 움직임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2010년 발표한 이 규정은, 그루브의 모양과 그루브의 날카로운 정도, 그루브 간의 간격, 너비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웨지 샷들의 스핀량에 제한을 걸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함은, 페어웨이의 환경이 아니라, 러프와 같은 상황에서 샷을 하게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그래서 일반 페어웨이에서 치는 경우라면 웨지 스핀량의 차이가 크지 않겠지만, 러프에서 샷을 하는 경우에는 스핀량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규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USGA 규정은 그루브가 에지 부분을 지나치게 날카롭게 만들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좌측에 비해 우측이 더 날카로운 각도로 그루브라 새겨져 있습니다. 출처: USGA Equipment Rules>
그루브에 대한 이러한 규정은, 어찌 보면 ‘장비에 의해서 골프가 쉬워지면 안된다’는 USGA와 R&A의 강한 믿음(?)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프 코스의 디자인 측면에서, 페어웨이를 지킨 샷들과 러프로 들어간 샷들은 분명 결과적으로 차이가 나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장비의 발전으로 인해서 러프에 들어간 샷 조차도 충분한 스핀량을 가지고 그린을 공략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는 코스 공략이라는 차원에서의 ‘상과 벌’의 구분에 큰 차이가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장비, 특히 클럽페이스의 그루브에 대하여 새로운 제한을 하게 된 배경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루브 규제가 의미하는 것 – 습기와 잔디의 역할>
이러한 그루브에 대한 규제와 관련하여, 습기 혹은 잔디가 하는 역할에 대해서 골퍼들이 반드시 기억했으면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러프에서 샷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골프볼과 클럽 페이스 사이에 잔디가 끼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상대적으로 많은 수분을 머금은 골프볼과의 접촉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골프볼의 스핀량이 감소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렇게 샷이 만들어지면, 스핀량 감소와 론치각 변화가 일어나면서 평소의 비거리보다 훨씬 멀리 가는 샷이 나올 수 있는데, 이러한 샷이 바로 우리가 ‘플라이어(Flyer)가 났다’ 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이어가 나올 만한 환경에서는 거리 조절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이는 습도가 높고 물이 많은 여름, 혹은 새벽에 라운드를 하는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러프에 잠긴 골프볼의 경우는 정확한 임팩트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샷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골프볼을 치는데 있어 그루브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그루브의 상태 – 스핀량>
제 주변에, 라운드 횟수도 많고, 연습에도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돈을 지불하시면서도 골프 장비, 특히 클럽에 대해서는 ‘절약’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골퍼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장비병’ 이라고 해서 골프 장비의 교체에만 신경 쓰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골프 장비를 바라보는 각자의 철학이 다를 수 있으니, 어느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웨지’에 대해서는 가급적 동일한 기준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바로 웨지의 ‘그루브’와 연관된 것인데, 클럽페이스의 상태, 특히 그루브의 상태에 따라서 스핀량의 차이가 상당하는 것입니다. 비록 선수들처럼 웨지를 자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너무 오래된 클럽, 특히 오래된 웨지를 가지고 계속 사용하시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숏게임에 있어서 ‘스핀량’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숏게임은 스코어를 줄이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웨지를 자주 바꿀 생각이 없다면, 적어도 샷하기 전에 웨지 표면을 깨끗하게 닦는 정도의 노력은 했으면 합니다.
<웨지 그루브에 대해서는 조금 더 예민했으면 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제가 컬럼에서 자주 하는 말이자만, 골프는 참 어렵습니다. 스코어 자체를 줄이는 것도 어렵지만, 골프 규칙을 이해하고, 장비에 대한 다양한 규정을 살펴볼 때마다 더욱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렵다는 것이 꼭 재미없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골프를 더 진지하게 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얻게 되는 즐거움을 다른 골퍼들도 경험하시길 기원하면서 이번 주 컬럼을 마칩니다.
< 저작권자(c)다음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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