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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교육정책

학교 자치(학교경영 민주화) 추진 시 유의점

 들어가며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온 학교 자율화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학교 자치, 즉 학교경영 민주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위임이 아니라 아예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초·중등학교 관련 권한의 상당 부분을 지방교육자치단체에 이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의 권한을 이양받은 교육감이 그 권한을 학교로 내려보내지 않을 경우 교육감 독재가 될 뿐 원래 의도했던 학교 차원의 자율경영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학교로 이양해야 할 권한 범위를 법에 명기하거나 아니면 학교 교육과 관련하여 교육감의 권한 범위를 명시하고 그 외의 권한 모두 학교로 이양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교 자치를 활성화하고자 할 경우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들이 몇 가지 있다. 학교 자치 활성화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할 것인가? 기대와 달리 문제점이 더 커지지는 않을까? 예상되는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은 무엇일까 등등이 그 예이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정책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해 결국 그 정책을 폐기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학교 자치의 개념과 궁극적 목적, 학교 자치 강화의 타당성, 추진과정에서 유의할 점 등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학교 자율을 넘어선 학교 자치로

 

   1. 개념

 

   ‘학교 자율을 넘어 학교 자치로’라는 표현에서 ‘학교 자치’는 학교가 법적인 자치권을 부여받은 자치기관이 되게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치기관과 유사한 체제를 갖추도록 하여 학생교육에 보다 성공적인 기관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치단체는 법인(「지방자치법」 제3조 제1항)이어야 하므로 만일 학교를 자치단체(기관)가 되게 하려면 공립학교도 법인이 되도록 관련법을 바꾸어야 한다. 이와 함께 조직의 장을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조직 운영의 기본원칙도 조직 구성원 스스로 혹은 구성원이 선택한 대표자가 정할 수 있어야 한다(박남기, 2009). 따라서 학교 자치는 학교장이 중요한 정책 결정권을 독점하던 데에서 구성원과 함께 결정권을 공유하는 학교경영 민주화 즉, 학교지배구조를 학교장 통치에서 구성원 참여형 협치로 바꾸자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 교장 선출제, 교무회의의 의결기구화, 학생회와 학부모회의 법제화 등이다. 학교 자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교재정 권한의 전면적인 학교 이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천세영, 2015).

 

   2. 학교 자율화 한계 극복 수단으로서의 학교 자치

 

   학교 자율화는 가능한 한 많은 권한을 학교로 위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 자율성 확대라는 이름으로 교장에게 제반 권한을 부여할 때 기대하는 바는 그가 위임받은 결정권을 행사할 때 구성원과 교육 및 경영 철학을 공유하고, 설득 및 참여형 리더십을 발휘하여 학교라는 조직과 구성원이 교육목적 달성을 향해 헌신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는 그 위임받은 권한을 학교장 1인이 구성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행사하는 1인 통치 형태로 학교를 경영하여 학교장 독재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개인 독재는 개인의 역량이 뛰어날 때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부작용이 더 커지게 된다. 학교장 일인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을 하는 교사의 특성에 비추어볼 때 오히려 전문성 발휘를 제한하고, 교사를 더욱 피동적으로 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문제는 교장에게 권한을 위임하면 그 권한을 행사할 때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교육청의 눈치를 보게 되므로 교육청은 여전히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법으로 정해져 있는 학교장의 권한과 교사의 권한까지도 교육청이 침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학교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인 방학시작 시기, 교사의 권한인 학생 평가권마저도 교육청이 직접 방향을 제시하면 학교가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교육청이 권한 행사자인 학교장의 목줄을 쥐고 있는 구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장 자율권 확대는 학교장과 구성원 사이의 갈등만 키워 학교경영과 교육의 효율성 및 효과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학교로 넘긴 권한이 실질적으로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장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자율성 확대와 더불어 구성원이 참여하는 학교 자치 즉, 학교경영 민주화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때 다시 대두되는 문제는 구성원의 자치 역량 및 의지, 그리고 책무성 확보이다.

 

 

   학교 자치 추진 시 유의점

 

   1. 독재적 오류 회피

 

   학교 자율과 자치를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독재적 오류(militaristic fallacy)1)에 빠지는 것이다. 학교 자율화와 민주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교를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학생과 교사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이 행복한 가운데 교육적으로 함께 성장해가고, 학부모들이 학교를 신뢰하며 아이를 맡아 교육시키는 학교에 감사하는 그러한 학교가 아닐까 싶다. 만일 이러한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이 자율권 확대 자체를 목표로 하게 되어 수단이 목표가 되는 독재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된다. 학교 자율화와 민주화 정책 방향을 정할 때, 그리고 그 정책을 추진할 때 반드시 궁극적인 목적을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


1) 독재적 오류(the militaristic fallacy)란 목적과 수단이 완전히 다르거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었을 때 일어나는 오류를 의미함. 이 오류는 기술적, 관료적, 과학적 그리고 체제적 사고를 할 때 주로 발생함. 이러한 오류는 행정에 있어서 가치란 밖에서 결정되어 주어지고, 행정가는 이를 실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치 결정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됨. 즉, 독재적 오류란 궁극적인 목적은 생각하지 않은 채 수단 달성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오류를 의미함(Hodgkinson, 1983: 36). 

 

   가령 자치의 속성을 갖도록 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장을 조직 구성원이 직간접적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자치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교장 선출제가 바람직해 보이지만 교육성과 제고 가능성, 부작용, 이를 완화하기 위한 시스템 보완 등이 가능한지를 함께 따져보아야 한다. 선출 교장은 선출 총장과 마찬가지로 선출한 구성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 학교 경영에서 강한 지도성 발휘가 어렵게 될 것이다. 또한 국립대 총장직선제 경험이 보여주듯이 구성원이 중심이 되어 학교장을 선출할 경우 학교에서도 유사한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극히 높다.

 

   2. 복잡계와 체제공학적 접근

 

   학교 자율화와 민주화를 추진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기대하는 효과가 정말로 나타날 것인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정책을 시행할 때 이 정책을 시행하면 이러저러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기대한 효과가 아예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나더라도 투자한 사회 비용과 비교할 때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서로 얽혀 있는 복잡계의 관점에서 학교 자율화와 민주화 정책을 바라보아야 하고, 동시에 체제공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정책이 조직 내 구성원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박남기, 2017.04). 그렇지 않으면 학교 자율과 민주화는 강화될지 모르지만 학교의 교육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도 있다. 효과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거나 상반된 의견이 존재할 경우에는 시범지역을 정하여 적용하고 성과를 지켜보면서 차츰 확산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학교 자치를 강화하기 위해 학교장 선출제를 논의할 때 복잡계 관점에서 학교장 선출제와 연결되어 있는 구성원 동기부여 시스템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교장 선출 보직제 도입은 교직에서 승진제를 없애는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침에 대한 사랑과 보람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동기 유발 기제를 도입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금전적 보상제도와 승진제도이다. 교직의 특성과 교원들의 반발로 인해 성과급 등의 금전적 유인 제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승진제는 조직 구성원이 조직 목적 달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도록 유도하는 내적·외적 동기 유발 핵심 기제로 남아 있다. 이 제도를 없앨 경우 동기유발을 오롯이 교사의 소명의식에만 기대야 하는데 조직 내의 구성원 특성에 비추어볼 때 한계가 있다. 더구나 교장 선출제하에서는 교장의 감독권도 약화되어 결국 학교의 교육력 저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 간의 관련성, 정책이 가져올 구성원의 행동변화 방식에 대해 고려하지 않으면 학교 자치는 강화될지 모르지만 학교의 교육력은 약화될 수도 있다.

 

   3. 책무성 확보

 

   학교 자율화는 가능한 한 많은 권한을 학교로 위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학교의 자율성 확대라는 이름으로 학교 내의 한 개인, 즉 교장에게 제반 권한을 부여한다면 자율성 확대가 한 개인의 독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개인 독재는 개인의 역량이 뛰어날 때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부작용이 더 커지게 된다. 학교장 일인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을 하는 교사의 특성에 비추어볼 때 오히려 전문성 발휘를 제한하고, 교사를 더욱 피동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참여욕구가 높은 시대의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바람직한 방향은 교장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자율 확대와 더불어 구성원이 참여하는 학교 자치 즉, 학교경영 민주화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자율권을 확대할 때 교육청이 갖는 두려움은 통제권 상실, 그리고 책무성 확보이다. 학교로 권한을 위임할 때 학교 구성원과 하위 조직이 아닌 학교장에게 그 권한을 주는 이유는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교장에게 권한을 위임하면 학교장은 그 권한을 행사할 때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교육청의 눈치를 보게 되므로 교육청은 여전히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이로 인해 법으로 정해져 있는 학교장의 권한과 교사의 권한까지도 교육청이 침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학교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인 방학 시작 시기, 교사의 권한인 학생 평가권마저도 교육청이 직접 방향을 제시하면 학교는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율권을 주면서도 교육청이 자율권 행사자의 목줄을 쥐고 있는 이러한 구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장 자율권 확대는 학교장과 구성원 사이의 갈등만 키워 학교경영과 교육의 효율성 및 효과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가 학교경영 민주화가 필요한데 이 경우에는 다시 책무성 확보가 문제가 된다.

 

   인간은 특별히 동기화된 경우가 아니라면 급여와 신분이 보장된 경우에는 가능하면 일을 적게 하려 한다. 최근 교육부에서 전자교과서 시범학교를 선정하고, 그 학교에 초고속 인터넷과 태블릿 PC를 제공하겠다며 신청을 받고 있다. 어느 교장이 구성원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하려고 했더니 교사들이 여러 이유를 대며 반대하여 결국 신청을 포기했다고 한다. 학교 자치를 학교 구성원 특히,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갈 경우 이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 대안이 정책결정에 학생회 대표, 학부모 대표, 학교 외 관련 구성원들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문제는 교장이 책임지는 독임제와 달리 정책결정권을 위원회가 갖는 합의제의 경우에는 책무성 확보 방안 마련이다.

 

   4. 상황적 점진적 접근

 

 

   다양한 구성원을 참여시키고자 할 때는 구성원과 관련 집단의 참여 의지와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 여건이 되지 않은 경우까지도 일괄적으로 강행하기보다는 개별학교의 특성을 감안하여 민주화를 추진하고, 구성원과 관련 집단의 학교경영 참여 의지와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유념할 것이 있다.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로 갈 경우 발생할 비효율성과 갈등, 그리고 책무성 확보가 그것이다. 협치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학교 구성원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비효율성을 인내하기 위한 준비와 훈련도 필요하다. 

 

 

   [참고문헌]

 

박남기(2009.5.12).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의 가능성과 한계: 학교자율을 넘어 학교자치로. 광주광역시교육청, 학교자율화방안 관련 호남권 토론회, 39-47.

박남기(2017.04.28.). 미래사회를 대비한 교원양성체제 개혁 방향. 한국교육학회, 교원양성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3-37). 대전 평생교육진흥원 식장산홀. 2017 한국교육학회 교육정책포럼 자료집.

천세영(2015.12). 지방교육재정 효율화를 위한 해외 사례와 시사점. 교육개발, 194, 59-67.

Hodgkinson, C. (1983). The philosophy of leadership. New York: St. Martin's Press.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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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피츠버그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 교육행정정책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광주교육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피츠버그대학교 객원교수, 한국교원교육학회장, 학급경영연구소장, 광주교육나눔본부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주요관심분야는 교육행정 및 정책, 교원교육, 교육자치, 교육지도성, 교육갈등 등이다.

필자
박남기
소속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이메일
ngpark6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