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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문학이 인생에서...

 656 2009-05-06
이 세상에는 인간이 보고 읽고 느끼는 모든 존재 앞에 마법의 커튼이 처져 있다.
  서울대 인문대에서 개최한 <최고지도자 과정>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습니다.
동아일보에 적을 두었던 고승철 님의 깔끔한 글솜씨와
어우러진 멋진 작품입니다.
우선 '문학과 인생'이란 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대학에 들어가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교수의
    '문학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을 수강했다.
그 명강의가 문학에 대한 편견을 바꿔놓았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역사와 문학의 차이를 듣고 그 명쾌한 설명에 무릎을 쳤다.
역사는 특수한 사건당사자의 행위를 기록한 '특수성'을 지니지만
문학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보편성'을 띤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그래서 허구인 문학이 사실인 역사보다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공의 진실'이란 말의 뜻을 깨달았다.

2. 이 세상의 주인이란 할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그는 무엇 때문에 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질곡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탐구하는 인문과학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학문이다.

3. 인문학이란 간단히 '인간이란 무엇인가?'하는 명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존재를 해명하는 데 있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시간적, 공간적 접근 방식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시간적인 질서와
공간적인 구조 속에서 좌표가 설정되기 때문이다.


4. 사학 즉 역사는 인간을 시간의 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이고,
    철학은 공간의 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인간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역사학이나 철학만으로 불가능하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두 축을 동시적으로 구유한 존재인데
역사나 철학은 시간의 축이든 공간의 축이든 한편만을
해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역사나 철학은 그것이 아무리 철저하다 해도 인간의 반쪽 이상은
접근할 수 없는 한계성을 지닌다.
그렇다해서 철학과 역사의 합이 곧 인간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에게 시간의 축과 공간의 축은 동시적인데
역사와 철학의 합은 시간의 순차성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5. 문학은 최소한 역사나 철학이 지닌 논리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한 차원
높은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시학>에서
시는 비록 역사적 기술을 택하고 있디는 하지만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6. 그렇다면 인문과학을 받는 세 축으로서의 문학, 역사, 철학은
    그 순서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문학은 인간을 총체적이고도 동시적으로 해명하고자 시도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인간이 반쪽만의 해명에 매달려 있는 역사나 철학보다
더 완전성을 지향하는 학문이다.
그리하여 인문학의 첫번째는 문학이다.
두 번째는 역사, 세 번째가 철학이다.


-출처: 고승철, <CEO인문학>, 책만드는집, pp.16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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