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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낚시

'바닷물은 하루에 네 번 마술에 걸린다'

조류와 조석①   
           
 
                                                                                                 출처 : 낚시춘추
그 첫번째 이야기

■ 임태형 기자

중국 노자가 말하길 태일생수(太一生水)라 했다. '태초에 하느님이 물을 창조하셨다' 정도로 풀이 되는 말이다. 서양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탈레스도 물이 모든 물질의 근원이라 말한 바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물이 지니고 있는 어떤 신비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물의 하일라이트가 바로 바다다. 고여 있는 듯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이야기는 낚시만큼이나 미묘하고도 복잡하지만 그래서 재밌기도 하다.

천기를 알아야 보이는 바다
달과 지구가 펼치는 물의 마술


바다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상류도 하류도 없는 이 거대한 수괴(水塊)의 끝없는 항로는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흔히들 말하는 '천기(天氣)'의 비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거대한 우주 안에 알뜰살뜰 나름대로의 생명력을 꾸려나가고 있는 지구.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에 위치한 이 작은 혹성은 표면적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이를 '바다'라 이른다. 지구는 지축(남극과 북극을 가로지르는 가상의 축)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23시간 56분 4초의 주기로 자전하며 365일 5시간 48분 46초 1의 주기로 태양의 주위를 공전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지구는 완전한 구형이 아니며(약간 넙적한 비행접시 모양의 회전타원체) 지축 또한 기울어져 있어 밤과 낮, 그리고 4계절의 구분을 만들어 낸다. 이 외로운 항로를 함께 하는 단 하나의 위성(衛星)이 바로 달이다. 바다의 움직임에 대한 대부분의 비밀을 제공하는 이 달의 무게는 지구의 약 80분의 1이며 태양의 약 2700만분의 1이다. 달 또한 지구처럼 공전과 자전을 하는데, 달의 자전 주기는 공전 주기와 같아 27일 7시간 43분 11초 5이다.

이쯤에서 알아 둬야 할 두 가지 천기가 바로 원심력과 만유인력이다. 원심력은 회전하는 물체가 회전축에 대한 외부 방향으로 튀어나가려는 힘이며, 만유인력은 무게를 갖고 있는 모든 물체 사이에서 작용하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이 거대한 힘들이 바로 물의 마술인 조류(潮流)나 조석(潮汐) 현상의 일차적 원인으로 제공됨을 알아 두자.

마술의 주인공은 기조력(起潮力)
원심력과 만유인력의 합작품


앞서 언급했던 복잡한 수치들은 모두 잊어도 좋다. 단, 지구와 달처럼 인접해 회전하는 두 행성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려는 힘(만유인력)과 멀어지려는 힘(원심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음만 기억해 두자. 윈심력은 물체의 회전 속도에 비례하는 힘으로, 지구의 경우 달의 공전 속도가 일정하기에 어느 장소에서건 달과의 회전축에 대한 외부방향으로 같은 크기의 원심력이 적용된다. 만유인력의 경우는 이보다 조금 복잡해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즉, 두 물체의 거리가 가깝고 무게가 무거울수록 더욱 더 끌어당기는 힘이 커진다는 말이다.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이 가장 큰 두 행성은 태양과 달. 금성과 화성처럼 지구와 인접한 다른 행성들 또한 인력을 발휘하지만 그 크기가 미미하므로 무시하기로 한다. 태양은 달보다 2700만 배 이상 무겁지만 거리가 워낙 멀기 때문에 실제 지구에게 가장 많은 인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달이다. 이들의 무게와 거리를 계산해 만유인력을 산출해 보면 달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을 1이라고 했을 때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은 0.46에 불과하다. 달이 태양보다 두 배 이상의 인력으로 지구를 휘어잡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모든 힘들이 바닷물의 움직임에 어떠한 원인으로 제공될 때 우리는 이를 기조력(起潮力)이라 말한다. 말 그대로 조석현상을 일으키는 힘이란 뜻이다. 기조력은 지구와 달의 위치에 따라 각 장소마다 다르게 적용되며 이 거대한 힘이 바로 바다 마술의 주인인 것이다. 당연히 그 배후에는 달이라는 든든한 두목이 버티고 있게 된다.

기조력의 두목은 달
바닷물의 이해는 달에서부터!


기조력의 중심에 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달에 대한 이해로부터 바다에 대한 이해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지구의 단 하나뿐인 위성인 달은 지구와의 평균거리 384,400km를 유지하며 지구를 공전한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 가지로 나뉘어 설명되는데, 그 첫 번째가 항성월(恒星月)이다. 항성월은 지구가 멈춰 있다고 가정할 때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 앞서 언급한 대로 27.321661일(27일 7시간 43분 11초)이다.

항성월과 대비되는 삭망월(朔望月)은 달이 태양과 동일한 방향에 있을 때부터 다시 그 방향으로 돌아왔을 때까지의 시간이다. 주기는 평균 29.530588로 항성월보다 약 2.2일 정도가 더 길다. 이는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동안 지구 또한 태양을 따라 공전하며 움직였기 때문이며 달이 이 거리를 쫓는 데 약 이틀 하고도 다섯 시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같은 원리로, 자전하는 지구의 한 지점에서 달을 관찰하면 어젯밤에 보았던 달이 오늘밤 똑같은 위치에 오는 데까지는 약 24시간 49분이 소요된다. 이는 지구가 자전하는 24시간 동안 달이 그만큼 공전 이동했기 때문으로 지구는 이를 쫓기 위해 50여 분을 더 자전해야만 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지난달 보았던 보름달이 이번 달에 다시 뜨기까지는 약 29.5일이 소요되며 어젯밤 보았던 달이 오늘밤 똑같은 위치에 뜨기까지는 약 24시간 50분이 소요된다.

삭망월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음력 기준의 '한 달'로써 계절에 따라 그 길이가 조금씩 변한다. 이는 지구의 공전 속도가 계절에 따라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지구는 타원궤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겨울보다 여름에 좀더 빠른 속도로 운행한다).

달이 태양과 동일한 방향에 위치할 때 지구에서 보는 달은 초승달로 삭월(朔月), 또는 신월(新月)이라고도 하며 음력 초하루가 이에 해당한다. 음력 15일에 해당하는 보름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이 정반대 방향에 위치할 때로 망월(望月)이라고도 한다. 상현(上弦)과 하현(下弦)은 지구를 중심으로 달과 태양이 직각방향에 위치할 때로 지구에서 태양을 바라봤을 때 달이 왼쪽에 있으면 상현, 오른쪽에 있으면 하현이다. 이들은 각각 음력 8일(때로는 7일)과 23일(때로는 22일)에 나타난다.

움직이는 바닷물의 이름들
조석 조류 창조 낙조 조수


기조력의 주범(?)이 달이기는 하나 실제 바닷물의 움직임이 달의 움직임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규칙적인 듯하면서도 복잡한 천체 운행이 그 첫째 원인이다. 서로를 돌고 도는 태양과 달과 지구의 관계는 실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지구는 반듯한 구형이 아니며 공전궤도 또한 타원형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의 공전 속도도 계절에 따라 달라 이에 따른 달의 공전 주기도 변하게 된다. 거기에 복잡한 지구 지형과 물 자체가 지니는 특성 등이 바닷물의 움직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바닷물에 영향을 끼치는 변화의 요소가 많다 보니 그 복잡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들도 가지각색이다.

움직이는 바닷물과 관련해 우리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말은 조석(潮汐)과 조류(潮流). 기조력에 의한 해면의 주기적 승강운동을 조석(潮汐)이라 하고, 그 조석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수(海水)의 수평운동을 조류(潮流)라 한다. 즉 조석의 승강운동이라 함은 말 그대로 오르내리는 물의 움직임이다. 여기서 오르는 것, 즉 바다 수면의 높이가 상승하며 육지로 물이 드는 것을 '밀물'이라 하는데, 다른 말로는 창조(漲潮) 혹은 '들물'이라고도 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의 썰물은 바다 수면의 높이가 하강하면서 물이 외해 쪽으로 흐르는 것을 말한다. 낙조(落潮) 혹은 '날물'이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밀물과 썰물 현상으로 해수면의 높이 또한 끊임없이 변하게 되는데, 이때의 해수면 높이를 조위(潮位) 또는 조고(潮高)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두 번씩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의 변화에서, 그 경계가 되는 시간대를 전후로 해면의 승강이 급격히 느려져 마치 정지하고 있는 것과 같이 보이는 상태가 있는데 이를 정조(靜潮)라 한다. 흔히들 '물이 죽는다'고 표현하는 때가 바로 이 때이다. 이처럼, 특별히 연안이나 하구에서 조석 즉, 기조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물을 일컬어 조수(潮水)라 부르기도 한다.

조석은 바다의 아버지
천체조석과 기상조석


조석현상은 바다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의 시발점이다. 어쩌면 바다는 조석으로 인해 지금의 제 모습을 갖추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석현상의 가장 큰 원인 제공은 달(月)이라고 앞서 설명했지만, 실은 달 말고도 많은 다른 요소들이 조석 현상에 관계한다. 그 영향력의 종류에 따라 조석의 종류를 몇 가지로 나눠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천체조석-. 천체조석은 말 그대로 천체의 인력에 의한 조석현상을 말하며 여기서 말하는 천체는 달과 태양이라는 두 개의 행성으로 압축된다. 이들 각각의 영향력에 따라 태음조와 태양조로 나뉘기도 하는데, 태음이 태양에 비해 2배 이상의 기조력을 지닌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천체조석은 실제 일어나는 전체 조석현상과 가장 흡사한 조석으로, 이는 달과 태양의 영향력이 그 어느 조석의 요소보다도 지대함을 의미한다.

천체조석에 비하면 미미하기 그지없지만 때때로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것이 기상조석이다. 기압이나 풍향 등의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조석현상으로, 천체조석과는 달리 매우 불규칙적이며 국소적일 때가 많으나 그만큼 위력적인 면도 있다.

천체나 기상의 변화 말고도 조석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 요소로는 대륙의 상태, 바다의 깊이, 해수의 관성(타성) 및 점성, 기타 마찰 등의 물리적 성질들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실제 바다에서 보고 느끼는 조석현상은 이러한 모든 요소들의 복합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어느 누구도 그 규칙성에 대해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다.

조류는 바다의 어머니
역전조류와 회전조류


바다의 움직임은 입체적이다. 바다의 아버지인 조석이 상하 위계질서(?)를 관장한다면 바다의 어머니인 조류는 사방의 여기저기를 휘저으며 바다 안살림을 도맡는다. 이처럼 조류는 조석현상에 의한 해면 경사가 일으키는 수평적이고 주기적인 해수 유동 현상으로, 부근의 조석과 관련되어 발생되는 것이 보통이나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장소에 따라서는 조석과 조류의 성질이 상호 무관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특히 해안선이 복잡하거나,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내해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만큼 지형에 민감한 것이 조류라는 이야기. 유향, 유속 또한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조류의 속도는 0.2∼3노트가 보통이나 폭이 좁은 수도(水道) 등에서는 10노트 이상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조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창조류(漲潮流)와 낙조류(落潮流)가 교대로 나타나는 역전(逆轉)조류와, 시계방향이나 반시계방향으로 타원을 그리는 회전(回轉)조류가 그것이다.

반전조류, 왕복성조류라고도 불리는 역전조류는 보통 강이나 해협에서 많이 나타나는 조류로, 해안 방향으로의 이동은 창조류라 하고 그 반대 이동을 낙조류라 한다. 바다꾼들이 가장 흔히 접하는 조류가 바로 이것이다. 회전조류는 조석 주기 동안 연속적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흐르는 타원형의 조류로 보통 외해에서 많이 나타난다. 회전방향은 북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차후 자세히 언급하게 될 항류(恒流)의 경우는 조류에 대비되는 용어로서 난류(暖流)나 한류(寒流)같은 통상적인 의미의 해류(海流)를 의미한다.

조석 조류 따라잡기
간조 만조 반일주조 일조부등


어느 정도의 규칙성을 보이는 조석과 조류의 변화에서 낚시인들이 가장 쉽게 기준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간조(저조)와 만조(고조)이다. 간조(干潮)는 썰물로 인해 해면이 가장 낮아진 상태를 말하며 만조(滿潮)는 밀물로 인해 해면이 가장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연이은 고조(高潮 만조)와 저조(低潮 간조) 사이의 높이 차이를 조차(潮差)라 하며 이는 '간만차이'와 같은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의 해안은 하루에 두 번, 고조와 저조가 반복된다. 이를 반일주조(半日周潮-고조와 저조가 한 번씩 이뤄지는데 하루의 반이 소요된다는 뜻)라 한다. 유념할 것은 같은 날 발생하는 두 번의 고조(또는 저조)라 해도 그 조위(潮位)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를 일조부등(日潮不等)이라 하며, 두 번의 만조(고조) 중에서도 더 높은 것을 고고조(高高潮), 낮은 것을 저고조(低高潮)라 한다. 같은 원리로 저조에 대해서도 고저조(高低潮)와 저저조(低低潮)라는 명칭이 붙는다.

한편, 반일주조에 대비되는 말로 일주조(日周潮)가 있는데, 이는 고조(만조)와 저조(간조)가 하루 한 번뿐인 경우를 이른다. 우리 나라에서는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일조부등이 클 때 나타난다(반일주조나 일조부등의 원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다음 호로 미룬다). 중요한 것은 하루 두 번 찾아오는 간조와 만조를 조석 조류 계산의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러나 바다의 모든 변화는 기상변화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예측은 가능하나 딱 들어맞는 수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류 조석 또한 관측과 통계를 통한 연구 자료로 일반인들에게 그 대략의 수치가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조석의 경우, 수심 및 높이의 결정, 각종 기준면의 결정, 조석의 예보 등을 목적으로 시간별 조위가 연속적으로 측정되고 있는데, 이것을 조석관측이라 한다. 우리 나라는 국립해양조사원에서 해마다 한국연안에 대한 자료를 실어 조석표(潮汐表)로 발행하고 있다. 흔히 '물때표'(본지 권말의 이달의 물때표 참조)라고도 하는 이 표에는 각 지역별 시간에 따른 조석의 추이 변화가 상세히 실려 있다.

해수의 유향과 유속을 측정하는 조류관측 또한 선박의 경제항로 선택, 오염물질의 확산 범위 규명, 해양 시설물의 안전 유지 등에 유용한 자료를 제공한다. 역시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발행하는 조류도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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