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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몰입

전 세계 8만8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몰입도'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인재와 조직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페린이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가운데 회사에 대한 '몰입도(engagement)'가 높다고 응답한 사람은 8%로 세계 평균(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그 동안 여러 조직들을 접하면서 필자가 갖게 된 믿음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직에서 몰입도를 체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직 차원의 노력은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오늘날 모든 조직은 변화, 혁신 그리고 창조를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구성원 개개인의 몰입도이다.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에게서 혁신과 창조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조직의 성과와 역량 그리고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하는 경영자라면 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몰입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몰입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흠뻑 빠져서 다른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는 상태 즉, 자신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일이나 취미 활동을 할 때 깊이 열중한 나머지 시간의 흐름을 잊어 버릴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상태가 몰입이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 결과를 축적해 왔고 여러 권의 저서를 가진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flow)'에 대한 학술적인 정의를 '의식이 질서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일이든지 그 자체가 목적인 활동을 할 때 느껴지는 주관적인 상태'라고 했다. ▶'flow'(한울림 刊) 참조

몰입 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이 가진 심리적 에너지인 주의(注意)를 구체적인 목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뿐더러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지식 그리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내게 된다. 또한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존감과 행복감을 자주 경험하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남들이 감히 해 보지 않았던 길에 대한 도전을 감행하도록 도와줌으로써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기회와 창조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만일에 조직이 조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취미 활동인 운동이나 음악 그리고 글쓰기 등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업무에도 몰입하도록 도울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역사가 존 호프 프랭클린은 "내가 '기다리던 금요일이 왔구나'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 것은 금요일이 되면 이틀 동안 방해 받지 않고 꼬박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몰입의 즐거움' (해냄 刊) 참조

몰입을 위해서는 본인이 삶과 일에 대해 목적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하며, 이에 덧붙여 몰입에 필요한 객관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앞의 것은 스스로 '자기 목적적 자아' 즉, '스스로 만들어 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자아'가 되기로 결심하는 일이다. 일차적으로 본인의 문제지만, 조직 차원에서도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의미를 성찰하도록 돕는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몰입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뒤의 것은 조직의 구조나 환경을 몰입에 적합하도록 조성하는 일이다. 조직의 경영자라면 우선 조직원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몰입도를 낮추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개인의 명확한 목표 상실, 적절한 피드백 부재, 능력과 동떨어진 업무로 인한 실력 발휘 기회의 상실, 업무에 대한 통제감 상실, 불필요한 회의 등으로 인한 시간 낭비 그리고 외부 리듬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 등을 든다. ▶'몰입의 경영'(황금가지) 참조

몰입의 노하우를 배우려면 실용적인 면에서 자신의 몰입 체험을 체계화한 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몰입에 이르는 5단계'도 참고할 만하다. ▶'몰입:Think Hard!' (랜덤하우스중앙)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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