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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golf

美 홀린 '탱크' 최경주 신드롬 …근면·성실 높이 평가

美 홀린 '탱크' 최경주 신드롬 …근면·성실 높이 평가                      매일경제 2008. 1. 15
최경주의 근면ㆍ성실 높이 평가 … 한인사회에 대한 인식 좋아져

"2009년 오거스타에서 청국장을 끓여 먹겠다."

2008시즌 두 번째 대회인 소니오픈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최경주(38ㆍ나이키골프)가 '마스터스 정복'을 염두에 두고 의미심장하게 드러낸 각오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는 디펜딩 챔피언에게 클럽하우스 메뉴 선택권을 준다. 올 시즌 마스터스에서 아시아인 첫 메이저 우승컵을 기필코 안겠다는 다짐이 섞인 말이다.

이 발언 직후 LA 한인타운과 미국 내 한인식당에서는 청국장 메뉴가 갑작스럽게 인기를 끌고 있다.

LA에서 한인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최경주 발언의 영향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며 "미국인들도 '초이(CHOI) 청국장'을 달라는 주문을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 탱크 신드롬 미국 사회 강타 =

'탱크 신드롬'이 미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프로골프(PGA)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소니오픈에서까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경주가 미국 사회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PGA닷컴과 최경주 공식 팬사이트(kjchoi.net)에는 최근 방문객이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방문객 가운데는 미주 한인도 많지만 최경주를 격려하는 미국인들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글을 올린 70세 할아버지 빌리 씨는 "안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경기가 매우 인상적"이라며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는 당신에게 적합한 코스이니 오는 4월에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타이터스라고 이름을 밝힌 미국인은 "최경주의 승리는 미 프로골프에서 활동하는 많은 아시아 골퍼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주요 언론에서 최경주의 노출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소개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는 '최경주 스타일'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경주는 '반짝 인기'에 편승하는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묵묵히 자신의 샷에 집중하면서 경기를 끌어가는 모습은 미국인들에게 청교도적인 진지함으로 비친다.

◆ 한인사회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 =

최경주 신드롬은 미국 내 한인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최경주의 차분하면서도 신중한 플레이와 강한 정신력, 경기를 풀어 나가는 자세와 주변 관리가 성실하고 저력 있는 한국인의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어서다.

AP통신은 "동양인으로서 수많은 박수 속에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상류사회로 진출하는 것 같았다"면서 "많은 한국인이 미국에서 성공했고 최경주가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인들 저력과 자긍심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역시 "최경주의 강한 정신력은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프로골프 중계채널인 골프채널의 앵커 브라이언 휴이트는 "최경주의 선전으로 하와이 한인사회도 매우 고무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와이에 이주한 한인 역사는 105년이나 될 만큼 오래됐고 인구는 2만5000명에 달할 만큼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일(13일)이 한인들이 105년 전 하와이에 발을 내디뎠던 날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소니 오픈 우승이 확정된 지난 14일 태극기를 흔들며 최경주를 응원하고 있는 한국 교민들. 【AP연합뉴스】
◆ 한국도 '최경주 키즈' 붐 =

'최경주 신드롬'은 '박세리 신드롬'이 번졌던 2000년대 이후 분위기와 엇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국 LPGA투어에 미국인을 제외하고 한국 선수 숫자가 가장 많은 것도 박세리 신드롬 때문이다.

한때 LPGA의 코리아 우먼 파워에 밀린 듯한 인상을 줬던 PGA의 맨 파워는 최경주가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전체적으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최경주가 선전하면서 나상욱에 이어 양용은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경주 키즈들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지난해 국내 무대 상금왕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루키' 김경태와 강경남 등 20대 영건들이다. 이들은 최경주 성공을 보면서 미국 진출 꿈을 키우고 있다. 요즘 KPGA 무대 신인들과 주니어 골프 꿈나무에게 우상을 꼽으라고 하면 타이거 우즈가 아니라 단연 최경주를 말한다. 최상호 프로는 "최경주는 이제 국민 골퍼나 다름없다"며 "특히 한국 나이로는 40대여서 중견 프로들에게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 = 김경도 특파원 / 서울 = 신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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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