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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책 읽기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                                                       매일경제  2008. 1.15

 

독성의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LD(lethal dose) 50'이라는 것이 있다. '반수 치사량(半數致死量)'으로 번역될 수 있는 것으로 독을 투여하면 실험동물 중 절반, 즉 50%가 죽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다.

평상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도 LD 50 지표를 넘어서는 양을 섭취하면 독이 되는 음식이 있다. 소금의 경우 LD 50은 4g/㎏이다. 즉 체중 50㎏인 사람이 염분 200g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혈중 나트륨과 염소농도가 갑자가 높아져 탈수현상과 뇌세포 위축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알코올의 LD 50은 8천㎎/㎏으로 체중 60㎏인 사람이 맥주를 큰 병으로 7병, 위스키를 1병 마시면 이 수치를 훨씬 넘어선다. 폭음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다.

생물이 만들어낸 독 중 최강으로 꼽히는 것은 보툴리누스 독소와 파상풍 독소로 둘다 LD 50이 0.0005㎎/㎏이다. 이런 치명적인 보톨리누스 독소가 보톡스 주사의 주성분이라니 정말 아이러니컬하다.

보툴리누스 독소를 얼굴 주름 부위에 주사하면 주변의 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지 않아 표정근으로 가는 신호전달이 차단돼 웃어도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다.

일본의 과학전문작가 다나카 마치가 쓴 책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은 독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독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상식도 넓혀주는 책이다.

독에 대해 잘 알았던 클레오파트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사용한 독사는 장시간의 고통없이 곧바로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이집트 코브라였을 수 있다거나, 사망원인이 불분명한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서 비소가 검출된 것으로 보아 독살당했을 수도 있다는 등 독에 얽힌 역사적 미스터리도 소개한다.

독을 다룰때 주의해야할 상식들도 각 장마다 넣었다. 뱀독을 입으로 빨아내는 장면이 드라마에서 나올 때가 있지만 입안에 상처가 있거나 충치가 있다면 따라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두암먹물버섯 등 일부 버섯은 술과 함께 먹으면 심각한 숙취에 시달릴 수 있으며,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로 산소 농도가 50% 이상인 곳에서 생활하면 활성산소 때문에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전나무숲. 이동희 옮김. 288쪽. 1만3천원.

chae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