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북카페]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 ||||||||||
여성작가임을 숨기고, 초판은 겨우 500부…해리포터의 운명적 출발 | ||||||||||
"기막히게 흥미진진하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그러나 대우는 좋지 못했다. 여성 작가라는 걸 감추기 위해 이름을 `J K 롤링`으로 표기하고, 계약금은 2700달러, 초판은 500부를 찍는 조건이었다. 2000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인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렇게 초라하게 세상에 나왔다. 책에도 운명이 있다. 저술 초기부터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독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해리포터처럼 천덕꾸러기로 출판사 여기저기를 굴러다닌 원고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례도 있다. 영국의 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인 릭 게코스키가 쓴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차익종 옮김)는 범상치 않은 운명으로 세상에 나와 화제가 된 책들의 이면을 담고 있다. 1943년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 원고를 완성했다. 그러나 출판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동물농장`에 나타난 반스탈린주의가 문제였다. 당시 소련은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해 영국과 함께 독일군과 싸우고 있을 때였다. 1년 가까이를 헤매던 원고는 워버그출판사에 도착한다. 공교롭게도 오웰이 살던 아파트에 폭탄이 떨어져 원고는 검게 그을리고 쪼글쪼글해진 상태였다. 워버그가 계약금 88파운드에 출판을 결정했지만 책은 쉽게 나오지 못했다. 전쟁 때라 종이 수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이 끝난 후 책은 출간됐고 동물농장은 놀라운 호평을 받았다. 등장 인물들을 동물로 단순화시키는 알레고리 기법은 훗날 오웰이 20세기 최고 작가 반열에 오르는 근거가 됐다. 남의 이력서를 훔쳐보는 일이 흥미로운 것처럼 책들의 이력서를 들여다보는 것도 독특한 재미를 준다. 르네상스 펴냄.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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