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번째 ‘생일’… 눈길 끄는 책들 |
문화일보 2007. 10. 9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
올해는 한글(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61년이 되는 해. 9일은 국경일로 승격된 후 두번째 맞는 한글날이다. 이를 기념해 최근 출판계에선 한글 관련 서적들이 다수 출간됐다. 이 중 한글의 위대함은 문기(文氣)에서 연유했다는 주장을 담은 ‘한국의 문기’(최준식 이화여대 교수/소나무)를 비롯, ‘세종이 발명한 최고의 알파벳 한글’(김영옥 서울시립대 교수/루덴스), ‘사랑한다 우리말’(장승욱 지음/하늘연못) 등이 눈길을 끈다. # 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 문기 종교학자로서 한국 문화의 원류를 탐색해온 저자는 우리 문화의 저류를 신기(神氣)와 문기로 정리한다. 그는 특히 이 책에서 한민족 문기의 최고봉으로 한글을 꼽는다. 한글은 그 창조 과정이나 문자 구조가 세계 문자사에서 유일무이한 글자로, 한민족의 문기가 갖는 특성을 종합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라는 것. 저자는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정교하고 세련된 문물이 아주 많다”며 “그 중에서도 한국인은 문자나 활자나 역사기록, 그리고 사상 등과 관련해서 대단히 뛰어난 것을 많이 남겼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직지심체요절’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며,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초 목판 인쇄본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팔만대장경’과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역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저류를 흐르는 문기가 총체적으로 발현된 것이 한글 창제라는 것. 저자는 “지구상에서 다시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문자를 만들어 문학적 또는 종교적으로 수준 높은 내용의 글을 지었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최고로 꼽는 활자를 만들어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종이에 책을 간행한 시기가 바로 세종과 세조 때”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한글이 한국 문명을 완성시키는 듯한 인상까지 받는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 세종이 발명한 최고의 알파벳 한글 한글의 창제 과정을 알기 쉬우면서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은 세종 10년에 발생한 살부(殺父)사건에서 시작, 훈민정음 창제의 동기를 추적한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 문자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됐다는 것. 세종은 갖은 노력 끝에 훈민정음을 창제했지만 최만리를 비롯한 신하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쳤다. 게다가 훈민정음을 반포하기 6개월 전인 1446년 3월에는 세종대왕이 끔찍이도 사랑하던 아내 소헌왕후가 세상을 떴다. 그러나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1446년 9월 상순(음력) 훈민정음을 반포, 백성들이 쉽게 문자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한글에는 세종대왕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뜬 상형 원리와 ‘천(天) 지(地) 인(人)’을 형상화한 ‘·, ㅡ, ㅣ’ 등 세종은 기호 하나하나에 세밀한 의미를 두었다. 한글은 또한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문자다. 그 중 ‘가획의 원리’는 실로 놀랄 만하다. ‘ㄴ’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으며, 여기에 ‘ㅡ’를 더하면 ‘ㄷ’이 된다. 획을 하나 더 보태면 ‘ㅌ’이 된다. 획을 추가할 수록 발음의 세기 또한 커진다. 오늘날 휴대전화 문자 시스템의 ‘획 추가’는 이 같은 ‘가획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저자는 “실용성뿐만 아니라 미학적 가치에서도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위를 차지하는 문자”라며 “미래는 한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랑한다 우리말 저자가 지난 1997년부터 남북한의 수십개 국어사전과 어휘·갈래사전들을 독파하며 채집하고 기록해온 ‘숨어 있는 순우리말 뜻풀이집’이자 ‘토박이말 바른말본’이다. 아름답고 뜻 깊은 우리말 우리글을 더 잘 알고, 더 잘 쓰고, 더 잘 퍼뜨리자는 게 저자의 의도다. 책은 한국 사람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토박이말 3100여개의 뜻풀이와 쓰임새를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모도리’는 조금도 빈틈이 없이 야무진 사람, ‘두매한짝’은 다섯 손가락을 통틀어 일컫는 말, ‘드팀전’은 피륙을 파는 가게를 일컫는다. 또 ‘시게전’은 곡식을 파는 저자, ‘강다짐’은 국이나 물이 없이 먹는 밥, ‘밀푸러기’는 국에 밀가루를 풀어 만든 음식을 뜻한다. 이처럼 책 어느 곳을 펼쳐도 순우리말의 흥미로운 뜻풀이가 넘쳐난다. 이외에도 ‘한글 창제원리와 옛글자 살려 쓰기’(반재원·허정윤 지음/역락), ‘이것이 한국어다’(원동연·김난희·정연희 지음/김영사), ‘조선시대 한글 서간체 연구’(박병천 지음/다운샘) 등 한글 관련 서적들이 출간돼 독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1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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