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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대화기술

[독자 칼럼] ‘교수님, 삼가 명복을 빕니다’? (조선일보)

올바른 우리말 언어 예절훈련 부족
‘몰상식’ 젊은이 문화 날로 확산…,
학문 연구 못지않게 예절교육 중요해

  • 김광섭 아주대 교수·산업공학                                                       조선일보 2007.10. 3
    • ▲ 김광섭 아주대 교수
    • 몇년 전 멀리 있는 제자로부터 연하장을 받고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반갑게 펼쳐보니 정성 들여 쓴 글씨로 ‘새해를 맞아 삼가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복(福)’자가 들어 있어 좋기는 한데, 멀쩡한 내가 저승으로 가버리고 말았으니 나로서는 웃을 수도, 그렇다고 슬퍼할 수도 없는 딱한 심정이었다. 얼마 전에는 한 학생이 연구실로 찾아와서는 “교수님, 뭐 좀 물어보려고(여쭈어 본다는 것이 아니라) 왔습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래, 팔을 물려는가? 아니면 다리를 물고 싶은가?”라고 농담을 하며 존댓말 사용법에 대해 한참 설명을 해준 적도 있다.

      이처럼 요즈음 젊은 사람들의 우리말 사용 행태는 어법에도 맞지 않는 것은 물론 도무지 위아래 예절도 무시하는 ‘몰상식한’ 젊은이 문화로 비춰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조차 점수 위주의 입시에 쫓기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올바른 예절에 대한 기본 교육을 소홀히 취급, 이에 걸맞은 예의범절이 몸에 배어 있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결례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 예절에서는 물론 공공 식당, 놀이터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그 도가 점점 더 심해지지 않나 여겨진다. 또 외국어 조기 교육 열풍 때문에 아버지도, 부부 간에도, 선생님도 또 친구도 모두 ‘당신, 너(you)’로 통하는 식의 영어권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학생들의 리포트를 점검하다 보면 ‘~ 된다, 한다’라고 쓰면 될 것을 ‘~되어진다’라고 수동형 어법을 고집하는 어색한 용법도 흔하다. 외국어를 잘 구사하기 전에 우리의 정체성(identity)과 우리말의 구조를 먼저 습득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울러 학술적 전문 용어는 물론 우리말의 많은 단어들이 뜻글자인 한자(漢字)의 조어법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어나 문맥의 뜻을 정확히 몰라도 한자의 자의(字義)를 익혀두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이를 전혀 가르치지 않아 마치 영어 단어 외우듯이 우리말의 의미를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젊은이들이 측은하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명복’해프닝에서도 ‘저승 명(冥)’자를 알면 그런 해프닝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머지않아 세상으로 나가 국내외에서 매너 좋은 훌륭한 지도자로서 이 시대를 이끌어 나아가야 할 우리 젊은이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의 하나로 올바른 우리말 언어 예절을 갖춘 신사·숙녀가 되는 훈련도 학문 연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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