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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CEO

미래교육비전과 전략(안)”의 실현 가능성

이종각(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E-mail: cklee@kangwon.ac.kr
발행일자: 2007.09.13
 
“미래교육비전과 전략(안)”의 실현 가능성

  "미래교육비전과 전략(안)"의 실현 가능성

 

  교육정책포럼 담당자로부터 “미래교육비전과 전략(안)”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짧은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원고의 제목을 바꾸어도 좋다는 말도 들었다. 제목을 바꾸어 볼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그대로 두기로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주어진 제목처럼 의심을 갖거나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정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적절한 응답을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래교육비전과 전략(안)의 발표

 

  지난 8월 16일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는 1년여의 작업 끝에 만든 “미래교육비전과 전략(안)”을 발표하였다. 지난 10여 년 간의 교육정책의 근간을 이루어 온  5.31 교육개혁방안(1995년)이 발표된 지 12년이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시대변화(저출산ㆍ고령사회 도래, 사회양극화, 세계화 심화 등)가 진행되었으며, 또한 미래는 하루가 다르게 다가오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시대변화와 미래예측을 반영한 20년 정도의 한 세대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교육개혁 비전을 새로이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만든 것이 “미래교육비전과 전략(안)”(이하 “교육비전”)이다.

  아직 미래예측기법이 발달하지 못하고 미래연구 전문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장기 계획을 마련한 것 자체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모든 교육은 미래에 대한 꿈으로부터 시작하며 동시에 모든 교육은 새로운 미래의 꿈을 탄생시킨다”(A. Toffler). “교육비전”은 우리의 교육희망의 크기를 담고 있으며 그것은 곧 미래 한국의 크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교육비전”은 어떤 부분 집단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보고자 했으며, 먼 장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준비했고, 또 한반도 차원을 넘어 세계의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제안을 하고자 했다.

  “교육비전”은 ‘교육공급주의’로부터 ‘학습지원주의’로 정책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각 교육주체들이 자율성을 갖고, 학습지원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가르치기 중심의 교육을 학습자 스스로 배우기 중심의 교육으로 가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학교와 사회 사이에 남아있는 벽들을 허물고 양자가 서로 교육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담았다.

  또한 “교육비전”은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고, 또한 교육의 개인발달 촉진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의 균형발전적 기능 사이의 조화를 꾀하도록 하는 방안도 다수 담았다. 여기에는 교육복지적 관점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본 교육경쟁력과 질적 담보성을 갖는 교육경쟁력 추구라는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교육비전”은 미래교육에서 불가피하게 꼭 해야 할 일과 바람직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여 대국민 정책의제로 제시한 것이다.

 

  장기계획과 단기계획의 연동적 교육정책 추진 시대의 개막

 

  차가 빨리 달리면 시야를 멀리하고 운전해야 하듯이, 사회변화가 빨리 전개되는 시대에는 국가교육의 경영도 미리 멀리 내다보면서 비전과 전략을 세워 단계적으로 경영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15~20년 정도의 장기계획과 장기계획이 구체화된 3~5년 정도의 단기계획이 상호 연동적으로 세워지고 집행되는 시대가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번 “교육비전”은 이런 측면에서도 새로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강소국인 핀란드의 경우 국회가 정부에 15년 앞을 내다보는 교육계획을 세우고 매 3년마다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답변

 

  그런데 준비가 잘되고 괜찮은 비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고 또 “교육비전”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제기를 살펴보면, 한 가지는 담고 있는 내용면에서 지적하는 것들이 있고, 다른 한 가지는 발표된 시기 면에서 지적하는 것들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내용과 관련 있는 사항 몇 가지를 간단히 살펴보자.

 

  “교육비전”은 교사자격갱신제, 고교무학년제와 고교학점이수제, 교원전문대학원제 도입, 홈스쿨링제도, 학년군제 등의 쟁점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서 특히 교원단체들이 ‘재정계획이 있느냐’, ‘구체성이 부족하다’, ‘비현실적이다’, ‘교원단체들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 등의 문제제기를 하였다.

 

  우선 재정 소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과제에 대해서는 기획예산처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재정 소요 규모 등을 큰 틀에서 검토 반영하였다.


  구체성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전제시가 너무 구체적인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전제시와 정책의제 제시 차원은 문제제기와 방향성을 잘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며, 구체화 작업은 추진과정에서 현장과 전문가, 정책집행부서가 머리를 맞대고 해 나가야 할 일이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현재적 관점이나 학교현장의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교육비전” 작업을 하면서 현재로부터 미래를 가는(바로 2030년을 그린 것이 아니라) 단계적 작업을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제시된 교육비전이 미래적인 요소를 충분히 담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런데 비판은 오히려 “교육비전”이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답이 있다. 하나는 미래비전을 현재적 관점에서 보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비전이 현실적이라면 이미 미래비전이 아니다. 또 다른 답은 과연 누구에게 현실적이냐는 물음이다. 한 사람에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단체나 직종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도 학부모가 보기에는 매우 필요한 동시에 현실적이라고 보일 수 있다. 학교나 교실의 시각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시각에서만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은 보다 더 넓은 상황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정책방향을 교원이 주로 정해야 한다는 생각도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교육은 교원이 주로 실행을 하기는 하지만, 교육을 시키는 이유나 방향이나 목표가 교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의 정책방향은 국민의 시각에서 미래의 시각과 세계화의 시각을 담아 결정되어야 한다. 교원이나 전문가들은 그러한 정책방향을 실천가능하게 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발표시기와 관련 있는 문제제기와 답변

 

  참여정부의 종료를 반년 앞둔 시기에 발표한 것과 관련하여서 말들이 많다. 일리가 있는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의 틀에 붙박힌 비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기되는 의문점을 세 가지 고정관념이 반영된 등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 ‘임기 말=레임덕’ 등식에 입각하여 실현 가능성이 없는 시기에 웬 새 계획발표이냐 라는 비판이다.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레임덕이 없는 정부가 국민이 바라는 정부이지 않은가? 마치 레임덕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거나, 어떤 이유(정치적인 견해의 차이 등)로 레임덕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데 레임덕은 오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것을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분명 잘 못된 분위기이다. 레임덕은 당연한 일도 아니고 더더구나 정치적 미덕도 아니다.


  둘째로 ‘비전발표=즉시 집행’이라는 등식에 입각한 비판이다. 그런데 한 정권이 비전 발표를 하고 차기 정부에서 한 번 더 검토하여 실천한다면, 더욱 탄탄한 정책으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세워야 하고, 정책연구도 해야 하고,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검토와 협의 등 다양한 절차들이 많이 남아있다.

 

  비전을 정함은 이러한 일은 매우 진지하게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의제의 설정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앞 정권의 비전 정리 -> 다음 정권의 재검토 -> 집행’이 새로운 비전설정과 정책집행의 등식이 될 수도 있다.

  셋째로, ‘정권 간 정책단절’ 등식에 입각한 비판이다. 교육정책에 대해 정권 간 단절적 사고를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앞 정권에서의 정책을 뒤 정권에서 무시하거나 뒤짚는 사고를 극복할 때가 되었다. 과거에는 군사정권 대 문민정권이라는 등식이 지배되었고 그에 따라 정책의 단절이 곧 민주화라는 인식이 강했고 실제로 그런 면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이제는 단절이나 뒤집기는 곧 교육정책의 혼란이며 정책의 비효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민정권끼리 정책의 연계성을 이어 나가는 새로운 정치질서의 형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언론도 여론주도자들도 왜 임기 말에 이런 비전 내놓았느냐고 말하기 보다는 이런 정책제안은 좋아 보이니 차기 정부에서 하면 좋겠고, 이런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니 차기 정부에서 이렇게 고쳐서 했으면 좋겠다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권간의 정책단절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미래교육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선과 공론화

 

  끝으로 공교롭게도 이번 발표가 대선기간 중에 이루어 졌다. 일부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교육정책의 대결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교육혁신위에서 내놓은 “교육비전”이 각 정당 및 개별 후보 진영에서 공식, 비공식적으로 많은 검토를 할 것이며, 그것은 바로 교육정책에 대한 가장 중요한 검토와 공론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비전”이 이런 공론화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면, 바로 그것만으로도 “미래교육비전과 전략(안)”은 잠재적 실현가능성을 충분히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왜냐하면 명칭과 내용이 약간씩 수정이 되더라도 한국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책과제들에 대한 공통분모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종각 교수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피츠버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대 기획연구처장, 교육연구소장, 교육사회학회회장, 교육발전협의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으며,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선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문화와 교육, 한국교육학의 논리와 운동, 교육학논쟁, 교육열 올바로 보기, 한국의 교육열-세계의 교육열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한국의 교육현실을 반영하는 교육이론의 개발에 관심이 많으며, 최근에는 교육열이론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은 교육혁신위원회 선임위원으로 전념하면서 교원정책개선안, 미래교육비전과 전략(안) 등의 정책과제를 이끌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