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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료/잡학사전

야근은 미친 짓이다!(2)

[WORK & LIFE]
야근은 미친 짓이다!
휴식과 수면 박탈 지식노동자 삶 위협 … 무모한 노동 강요하다 기업도 같이 추락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11개 기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1개 기업 가운데 7개 기업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 급여, 고용안정, 승진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보다,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보다 일할 때 일하고 졸릴 때 자는,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회사에 꼭 필요한 우수 인재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인사담당자의 한숨은 깊어진다. 놓치고 싶지 않은 인재는 떠나고, 그저 참고 인내할 뿐인 직원만 남아 있는 회사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집단자살 ‘레밍’의 운명 남의 일? 천만의 말씀

한 가지 더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최근 들어 야근을 많이 하는 직종이 바뀌고 있다. 단순직종보다 전문직의 야근과 주말근무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할 방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단순직무의 경우 생산성의 확인은 매우 간명하다. 노동시간에 상응하는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노동의 가치는 노동시간에 상응하지도 않고, 단시간 내에 생산성이 확인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단순 육체노동으로 여겨왔던 일의 대부분이 지식노동의 형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식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가치는 단순한 육체노동 방식으로 증명하려 한다. 바로 야근과 주말근무다. 자신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당신은 오늘도 야근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식노동자에게 휴식과 수면의 박탈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아주 깊이 잠들어 있을 때를 ‘렘(REM)’이라 한다. 급속안구운동(rapid eye movement)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깊은 수면단계지만 눈동자가 의식이 있을 때처럼 급속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뇌 과학자들은 렘 수면 단계에서 우리의 단기기억장치에 저장된 자료들이 장기기억장치로 전환된다고 주장한다. 마치 컴퓨터의 램(RAM)과 하드디스크의 관계처럼 말이다. 중앙정보처리장치(CPU)에서 처리된 자료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듯, 잠을 자는 것은 낮에 일어난 모든 정보를 정리해 장기기억장치로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잠을 자는 동안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정보와 버려야 할 정보를 분류하는 과정도 일어난다고 한다.

결국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21세기 경쟁력은 억지로 잠을 줄여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즐기는 재미와 행복에서 나온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대의 존 가트너 교수는 “가벼운 조증(Hypomania), 즉 재미있어서 약간 흥분한 상태의 지속이 21세기 성공의 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클린턴 같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이것이라 한다.

‘레밍’이라 불리는 스칸디나비아의 쥐들은 정기적으로 집단자살을 한다. 앞서가는 쥐가 절벽으로 떨어지면 뒤따라가는 쥐들이 그저 앞의 쥐를 따라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남의 방식을 따르며 참고 인내하는 사람들, 즉 야근, 주말근무 같은 산업사회의 낡은 유산을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며 재미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레밍의 운명은 남의 일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일이다. 미친 짓이라는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