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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료/잡학사전

왼손잡이로 돌아온 최홍만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K-1에서 활약하고 있는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 지난 5일 홍콩대회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게리 굿리지를 1라운드에서 KO로 물리쳤다. 이로써 최홍만은 그동안의 부진했던 모습을 말끔히 떨쳐낼 수 있었는데, 거기엔 비결이 하나 숨어 있었다. 바로 왼손잡이 스타일로의 변신이 그것이다.

씨름선수 출신인 최홍만은 원래 왼손잡이였다. 하지만 K-1에 진출하면서부터 오른손잡이로 변했다. 빠른 시간 내에 복싱 기본기를 충실히 익히려고 하다보니 오른손잡이 스탠스를 취한 채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어느 정도 격투기에 익숙해진 최홍만은 이번 대회에서 원래의 왼손잡이 스타일로 복귀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왼손잡이 복서를 뜻하는 ‘사우스포’는 복싱에서 아주 유리한 점이 많다. 오른손잡이 복서들은 주로 오른손잡이에 대비해 연습을 하므로 사우스포와의 경기가 거북하게 느껴진다. 평소대로 스텝을 밟다가는 상대의 레프트 펀치를 자주 허용하게 마련이다.

복싱이나 격투기 외에도 왼손잡이가 유독 두각을 나타내는 스포츠로서 야구가 있다. 최근 최다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양준혁과 일본에서 활약하는 이승엽 선수는 좌타자이다. 또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무서운 신인 유현진과 노련한 특급 마무리 구대성, 통산 최다승 행진을 이어가는 노장 송진우 등의 투수들도 왼손잡이다.

좌타자의 경우 각도상 오른손 투수의 투구를 잘 볼 수 있고, 1루까지의 거리도 우타석보다는 2~3m는 가까워 훨씬 유리하다. 또 왼손잡이 투수는 1루를 바라보며 투구하기에 도루 견제가 쉽고, 좌타자와의 대결에서 유리한 이점이 있다. 수비에서는 1루수가 왼손잡이일 경우 오른손으로 공을 받기 때문에 루를 밟고도 훨씬 넓은 시각에서 내야를 커버할 수 있다.

또한 펜싱의 경우 왼손잡이 선수는 상대와의 순간 거리를 가늠하는 데 있어 뛰어나고, 테니스나 크리켓 같은 스포츠 종목에서도 왼손잡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상대와 일대일로 겨루는 종목에서 특히 왼손잡이가 강한 이유에 대해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의 샬럿 포리에와 미셸 레이몽 연구팀은 왼손잡이 싸움가설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왼손잡이는 일대일 싸움에서 오른손잡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허점을 기습 공격할 수 있다. 싸움이나 전투에서 그와 같이 왼손잡이가 우위에 설 수 있었기 때문에 전체 인구에서 소수에 불과한 그들이 진화과정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최홍만이 왼손잡이로 돌아옴으로써 유리한 점이 또 하나 있다. 흔히 오른손잡이의 경우 좌측 뇌는 언어와 말을 조절하며 우측 뇌는 감정을 조절한다. 즉, 논리력과 기억력 등 지적 능력을 담당하는 좌측 뇌는 신체의 오른쪽을 담당하므로 오른손의 정교한 손동작이 발달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왼손잡이는 그와 반대인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 때문에 최홍만처럼 왼손잡이로 태어난 사람이 왼손을 사용할 경우 훨씬 정교하고 빠른 동작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23년 동안 3천85개의 안타와 504개의 홈런을 기록한 장훈은 오른손잡이였다. 그러나 네 살 때 심한 화상을 입어 오른 손가락 2개가 붙어버리고 말았다. 중학교 시절 때 투수를 꿈꾸었던 장훈은 그 오른손으로는 변화구를 던질 수 없어 결국 고민 끝에 왼손잡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손바닥 껍질이 수없이 벗겨질 만큼 반복 연습을 한 결과 그는 왼손잡이로 완벽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그럼 도대체 우세한 손과 뇌의 언어영역 위치와의 상관관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또 좌우 대칭을 이루는 인체에서 뇌의 기능과 양손의 능력만이 비대칭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웰컴 트러스트 인간유전학센터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진은 왼손잡이가 되게 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LRRTM-1’이란 유전자가 그것으로서, 뇌 영역에서 언어나 동작 같은 특정 기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의 연구로 뇌의 발달에 이 같은 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과연 그 유전자로 인해 왼손잡이의 비밀이 드러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이성규 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2007.08.09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