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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교육정책

한국 과학기술력을 무안케 하는 교육경쟁력

[시론] 인재양성 위해 과감한 개혁과 투자 절실...

 

지난 10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7 국가경쟁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55개 국가 중 29위를 차지했다. 2003년 32위에서 2004년 31위, 2005년 27위까지 올라갔다가 지난해 32위로 밀려난 이후 다시 3단계 상승하면서 20위권에 재진입했다.

IMD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지수는 국제통계와 설문조사 결과(survey)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국제 통계(하드 데이터)로는 29개 OECD 국가와 18개 신흥공업국 및 시장경제 참여국을 대상으로 한 140개 데이터, 그리고 매년 2월 말에 민간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는데 ‘2007 국가경쟁력조사’에서는 55개국 데이터와 함께 약 4천여 명의 CEO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 조사결과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는 항목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과학경쟁력 분야에서는 지난해보다 3단계 상승한 7위를 기록했으며, 기술경쟁력 분야에서도 지난해 수준인 6위를 유지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꾸준한 경쟁력을 지속해온 것으로 보여진다. 2003년 IMD 조사결과 14위이던 과학경쟁력은 2004년 17위, 2005년 13위, 2006년 10위, 그리고 올해에는 마침내 7위를 기록하면서 10위권으로 진입했다. 기술경쟁력의 경우도 지난해 6위로 전년대비 4단계 추락했다고는 하지만 올해 6위의 경쟁력은 2003년 24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정부는 출범 이후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왔다. 그 중에서도 과학기술부총리체제 출범, 과학기술혁신본부 신설 등의 성과는 국민들로 하여금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한국을 세계 속에서 주목받는 과학기술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현장에서는 아직도 많은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불만은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이다.

지난 4월 6일 대한화학회에서 있었던 ‘기초과학학회 협의체’ 결성식에서 협의체 회장을 맡은 김정구 한국물리학회장(서울대 교수, 물리학)은 “입시제도에 좌우되는 중등교육의 현실에서

점수 따기 어려운 수학과 과학과목이 기피되고, 그 결과 미.적분도 모르는 이공계 대학생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최근 수학 및 과학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을 개탄했다.

오세정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은 서울대의 경우 과거와 비슷한 실력 수준인 신입생은 불과 3분의 1 정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의 격차도 크다.

 ‘물리2’를 배우지 않고 물리학과에 들어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들도 있어서 수준별로 따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이 같은 혼란이 전체 대학수학능력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들대로 당장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대학 측에 불만이다.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실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 대졸 채용인력에 대한 532개 기업의 만족도는 이공계 졸업생의 경우 34.0%,

인문계 졸업생의 경우는 22.0%,

전문대 졸업생의 경우는 20.0%에 불과했다.

한편 대졸 신입사원의 67.7%는 대학에서 배운 것만으로 현 일자리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해 대학과 기업 간의 괴리가 심각한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학문연구를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는 대학과 20~30년 후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실용적인 입장의 기업 간에 입장차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대졸생들이 기업에 취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을 어느 정도까지는 양성해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기업 측 주장이다.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총장은 “한국은 자동차, 철강, 전자 등 20년 전에 투자한 업종으로 지금 먹고 살고 있는데 20년 뒤가 걱정”이라며 “특허 문제가 걸려 이제는 선진국에서 기술을 가져올 수도 없으니 위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과학기술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는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세계 10위권에 들어선 한국 과학기술이 더 발전해 선진국들과 어깨를 겨루기 위해서는 인재중심의 투자를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서 총장의 주장이다.

지난 10일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권오규 경제부총리, 경제5단체장, 주요 대학총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관 간담회를 가졌다는 소식이다.

교육부는 대학평가에 기업체 관계자가 직접 참여하고, 평가 지표에 산업계의 요구를 적극 반영키로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최근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은 고려대학교를 시작으로 이공계 학부생들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 R&D 전략과 이공계 지원정책에 대해 특별강연을 실시한 데 이어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순회강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부총리가 나서 인재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면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이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기를 바란다.

이공계 인력 양성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수학.과학 교육의 기피문제, 그리고 대학.기업 간의 연계된 인력양성시스템 구축 등 인재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여러 가지 난제들이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hanmail.net


2007.05.15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