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자료/잡학사전

무너진 大宇의 잔해와 복수

丁河一 칼럼

 

편집국 기자 desk@ilgankg.co.kr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의 자동차 시장에서는 요즘 현대자동차를 비롯해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폭스바겐, 피아트, 푸조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가격 끌어내리기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2백30만원짜리 차 나온다
인도 토종업체인 ‘타타’는 2천5백 달러(약 2백30만원)짜리 초저가 자동차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고, GM은 GM대우를 통해 7천 달러(약 6백50만원)짜리 자동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르노-닛산은 세단형 자동차 ‘로건’을 7천2백 달러(약 6백70만원)에 팔기 시작, 현재까지 51개국에서 45만여 대를 팔아치우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에서도 저가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는 인도보다 더하다. 결국 인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에서 시작된 이 같은 저가 자동차 경쟁은 세계 전 지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인도에서 소형차 생산을 두 배 가량 늘리고 있다. 인도의 현대차는 한국 모델 ‘아토스’를 이름만 바꾼 ‘상트로’. 98년 이후 인도에서 1백만대 이상 팔린 상트로는 현대차 인도 성공신화의 주역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현대의 상트로에 요즘 도전장을 내밀며 달려들고 있는 소형차는 GM의 ‘스파크(Spark)'라는 승용차다. 그런데 이 스파크가 어디선가 많이 본 낯익은 모델이다. 알고 보니 바로 대우자동차의 전성기를 이끈 ’마티즈‘였다.
무너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이 인도시장에 야심 차게 내놓은 1천cc급 소형차 스파크는 다름 아닌 한국기업 대우차가 개발한 마티즈인 것이다. 90년대 후반 국내에서 ‘국민차’ 경쟁을 벌일 때 현대의 아토스는 대우의 마티즈에 고배를 마셨다. 이 같은 국내 숙적의 모델이 10년만에 인도시장에서 다시 맞붙고 있다. 한국 국적이었던 대우차 마티즈가 이제는 GM차가 되어 인도 시장에서 한국기업 현대차를 공격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잘 키운 기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대가다.

현대자동차가 걱정이다
‘대우’는 지금도 인도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브랜드다. 한때 세계화와 동의어였던 대우는 90년대 중반부터 세탁기, TV 등을 만들어 인도에 코리아 브랜드를 가장 앞장서 각인시켰던 글로벌 기업이었다. 하지만 공적자금에 의해 기업을 떠안았던 금융기관들은 본전 생각으로 앞다퉈 기업들을 해외로 팔아버렸고, 대우도 외환위기 이후 그렇게 넘어갔다.

지금 인도에서 LG전자는 가전시장 점유율 1위다. 하지만 한때 대우 현지공장에서 기술을 배운 현지인들이 다른 외국 기업으로 흩어져 이제는 LG의 경쟁 제품을 만들고 있다. 초국적 기업의 시대라고 하지만, 매각이 이뤄질 세계 2위권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과 특허만 1만개가 넘는다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이 걱정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현대차의 작년 매출액은 27조3천억여 원, 매출에서 차지하는 임금비율이 11.4%에 달해 고임금 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현대차의 매출이 해마다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도 임금 총액은 거꾸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해 2006년 현대차 직원 1명당 평균 연봉은 5천7백만 원에 이른다. 생산성과 비용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밖에서는 저가 경쟁에 시달리고 안에서는 노조 때문에 유연성을 잃어가는 현대차의 앞날이 심상치 않다.

 

입력 : 2007년 0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