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이제나 좋은 것은 벼슬입니다. 지위가 높아서 모두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살아가기에 넉넉한 봉급을 받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명예도 충분하고 삶도 넉넉하니 그 이상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더구나 지위가 높은 고관이거나 큰 권력을 지닌 벼슬이라면 더욱 얻고 싶고, 얻고 나면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일반적인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벼슬은 새로 임명되거나 집무하는 기간보다는 오히려 그만 두는 순간이나 해임된 이후의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목민심서』는 가르쳐줍니다. 「해관(解官)」편의 여섯 조항은 바로 그 점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펴고 있습니다. 임명받은 벼슬은 언젠가는 그만둘 수밖에 없으니, 해임되었다고 애석하게 여기거나 연연해하지 말라는 것이 첫 번째의 주장입니다.
“벼슬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이 옛사람들의 뜻이었다. 교체되고 나서 슬퍼한다면 역시 수치스럽지 않겠는가”(棄官如 古之義也 旣遞而悲 不亦羞乎)라는 이야기에 다산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중국의 진(晋)나라 때 도연명이 “다섯 말의 쌀 때문에 허리를 꺾어 시골의 조무래기를 섬길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귀거래사」를 읊으며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이야기를 이곳에 인용하면서 선비답게 벼슬에 연연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다산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임명해준 임금과 벼슬하는 사람과의 인연은 역시 중요하고 무겁습니다. 발탁해서 임명하는 임금은 임금대로 발탁할 때의 인연을 무겁게 여겨야 하고, 자신을 임명해준 임금의 배려는 또 배려대로 잊지 않는 의리는 있어야 합니다. 벼슬을 그만두었다고 애초에 임명해준 임금을 욕하는 일도 안 될 일이지만 발탁했던 고관을 팽개치듯 탓하고 꾸짖는 임금의 언행도 옳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서로의 인연과 의리가 너무 중하고 크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의 꼬락서니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임금은 그만 둔 고관을 욕하고 고관을 지낸 사람은 또 임금과의 사이를 벌리면서 탓만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데서 벼슬살이의 의리를 한번쯤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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