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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료/잡학사전

연예인의 이상한 경쟁력

‘톱스타 A군과 B양, 열애 중’ 일주일에도 여러 번 나오는 기사의 제목이다.

 

‘예비 부부 C와 D, 닭살 애정 행각의 진수를 보여줘’ 이 역시 언론에서 흔히 보게 되는 기사 제목 유형이다.

TV도 못지않다. 결혼을 앞둔 부부가 토크쇼나 연예 프로그램에 나와 “우리는 서로를 죽도록 진심으로 사랑하며, 이 사랑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추호의 의심 없이 선언한다.

 

연예인들에게 스캔들이나 열애설은 장사가 되는 이벤트다. 주목 받기 때문이다. 열애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대중은 궁금해 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으며 그 덕에 연예인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좋은 음반을 내거나 성공적 연기를 펴 보이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연예인들에게 열애설은 손쉽게 대중의 시선을 유인할 수 있는 방책이다.


또 부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낯 뜨거울 정도로 서로를 칭찬하며 가정적이라거나 다감하다는 식의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도 손해 볼 일이 아니다. 이미지를 높이기 때문이다.

 

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은 이미지와 동격이다. 실제 성격이 어떻고 어떤 태도를 갖고 세상을 살건 그것을 대중은 알지 못한다. 몇몇 사건과 소문 속에서 형성된 이미지가 연예인들에게 생존의 밑천이 되는 것이다.

 

연예인 커플들이 닭살 사랑을 노출해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면 그것은 남는 장사인 셈이며, 그 때문에 사랑 자랑의 경쟁은 끊이지 않는 것이다. TV 토크쇼나 연예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피곤한 점이 바로 연예인들의 노출증 경향이다. 홀로 심중에 숨겨놓고 있어도 하등 문제될 것 없는 사적인 감정을 세상 모든 사람에게 드러내려 하는 그들의 ‘허심탄회’한 태도는 이제 물린다.

 

젊은 여성 연예인들도 또 다른 종류의 노출 전략을 행한다. ‘섹시하다’는 찬사는 닭살 커플 및 열애설 만큼이나 흔하다. 너도 나도 섹시하단다. 아마도 연예인치고 섹시한 보디라인, 섹시한 미소, 섹시한 눈빛을 거울 앞에서 맹연습하지 않은 이가 없을 듯 싶다. 허용된 범위에서 몸을 가장 많이 드러내려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편 남자 연예인들은 근육을 키워 카메라 앞에 선다. 수개월 내지 수년 동안 가꾼 울퉁불퉁한 근육을 세상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것이 그들로서는 큰 행복인 모양이다.

 

한편 자신의 무지나 판단 착오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도 요즘 연예계 트랜드다. 토크쇼나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타들은 황당한 실수담을 경쟁적으로 늘어놓는다. 밑천이 떨어지면 아는 형이나 친구 혹은 가족의 황망한 실수를 생생히 증언한다. 숨기고 싶을 아픈 기억을 TV에서 공개하는 이들도 요즘 많다. 가수 지망생 시절 몇 개월간 감금된 채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거나, 좌절을 거듭해 한강으로 뛰어들었다거나, 애인을 집요하게 스토킹했다는 고백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평생 숨길 비밀을 스타들은 TV에 나와 잘도 늘어놓는다.

 

TV 앞에 앉으면 우리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깊은 비밀을 노출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사생활 노출, 몸의 노출, 과거의 노출 이것이 요즘 스타들의 경쟁력이다. 물론 누군가의 비밀을 듣는 일은 재미있다. 흥미롭고 기억에도 남는다. 그러나 너무 흔하면 문제다. 너무 많은 여가수가 섹시미를 어필하고 너무 많은 남자 배우들이 근육을 자랑하며 숱한 커플들이 자신들의 완벽한 사랑을 목청 높여 자랑하니, 듣는 이로서는 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비밀 없는 존재는 허수아비처럼 가벼워 보인다. 스타건 일반인이건 비밀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고 나면 흥미가 떨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나를 다 보여주는 행위는 자책골과 다름없다. 사랑의 마음을 속속들이 고백하고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면 상대의 긴장이 풀려버린다. 의식이 있는 존재라면 비밀은 필수다. 아이들은 비밀을 가질 때 어른이 된다. 비밀이 있어야 사랑의 줄다리기도 가능하고 성숙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진다. TV 앞에 앉아 스타들의 ‘노출 폭탄’을 맞다보니 새삼 비밀의 가치를 떠올리게 된다.

 
이영재 | 문화웹진 컬티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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