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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료/잡학사전

사자횡관 존읍정복(士者橫冠 尊邑鼎覆)

<신문로>사자횡관 존읍정복(士者橫冠 尊邑鼎覆)
내일신문 2007-01-29 

사자횡관 존읍정복(士者橫冠 尊邑鼎覆)
박 태 웅 (칼럼니스트 전 엠파스 부사장)

“士者橫冠 神人脫衣 走邊橫己 聖諱加八”. 조선중기부터 전해내려오던 예언서 <정감록>의 한 문장이다. 배병삼 교수의 풀이를 따라보면, 士者橫冠 선비 ‘士’자가 갓을 비뚤게 썼으니 ‘壬’이다. 神人脫衣 귀신 ‘神’자에 옷 의(衣) 변을 떼어내니 ‘申’이 남는다. 走邊橫己 ‘走’자에 ‘己’를 얹으면 ‘起’가 된다. 聖諱加八 성인이란 곧 공자를 칭하니 공자의 이름은 구(丘)다. 여기다 ‘八’을 붙이면 ‘兵’이다. 이걸 한데 모으면 ‘임신기병(壬申起兵)’, “임신년 즉 1811년(순조 11년)에 홍경래의 난이 터진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 맘때는 <정감록>류의 예언서가 값을 높이는 철이다. 요즈음은 조선 말기 평안남도 대동군에 살던 ‘송하노인’이 썼다는 <송하비결>도 인기다. 지난 대선을 맞혔다는 것으로, ‘木下添子 木加丙國 尊邑鼎覆’. ‘목(木)자 아래에 자(子)자를 붙인 사람, 즉 李씨가 나라를 잡으려(木+丙=柄) 하는데, 정(尊+邑)씨가 솥단지를 뒤엎는다.’ 이것이 이회창 후보의 초반 압도적 우세와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극적 단일화 그리고 이를 통한 현 대통령의 집권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정감록>은 미래에 대한 예언서다. 조선중기부터 민간에 전해오던 ‘감결’, ‘삼한산림 비기’ ‘서산대사 비결’ 등을 한데 모은 탓에 일관성은 없으나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구원자 즉 메시아가 오리라는 것이다. 메시아의 예언은 불우한 이들이 꾸는 꿈이다. 그것은 때로 지옥같은 상황에서 견딜 힘을 주기도 하지만, 그러나 결국 병든 꿈이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구원자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박제된 희망이자 노예의 믿음이다.

메시아 대망론의 함정
메시아 대망론이 가져다주는 또 하나의 함정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려버린다는 것이다. 메시아는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해준다. 그저 ‘니가 가진 모든 고통’이라는 표현으로 충분하다. 누가 진짜 메시아인지를 가리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도 메시아 대망론의 단점이다.
<정감록>과 <송하비결>의 시기에 길을 잃지 않고 가자면 짚어야 할 것이 있다. 해결책에 목을 매는 대신에 ‘문제’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말이 많은 경제를 보자. 경제성장률 5%, 수출 3,000억 달러 초과, 실업률 3.2%, 물가 상승률 2.2%.
이만하면 세계 최고급에 속할 만큼 훌륭한 성적이다. 무슨 문제?
다른 편에서 들여다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200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05년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280만원으로 전년 대비 2.70% 늘어나, 전국 도시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실제 소득이 준 것이다. 같은 기간 도시의 아파트 값은 무려 13.7%가 올랐다. 자살로 인한 죽음도 크게 늘어 1995년 인구 10만명당 11.8명이었던 자살 사망률은 2005년 26.1명으로 무려 2.5배가 늘었다.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 역시 갈수록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2005년 고졸임금 수준을 ‘100’으로 할 때, 대학교 졸업 이상은 157.8로, 대졸-고졸간 임금격차가 57.8포인트에 달했다.
문제를 확인하자. 신자유주의 혹은 절대적 시장경제론자들의 설명과 달리 GNP(국민총생산)로 흔히 일컬어지는 그들의 ‘시장’ 경제는 훌륭하다. ‘지금은 배분이 아니라 생산에 주력할 때’라는 이들의 구호가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는 숫자 몇 개만으로도 금새 알 수 있다. 문제는 우리들의 경제다. 일자리는 갈수록 불안해지는데 ‘해고의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평생 월급만으로는 살아생전 서울시내에 집 한 채를 갖기가 어렵다. 그 탓인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진짜문제 무엇’ 아는 것 중요
배가 아프던, 다리가 부러졌던 다 듣는 약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분명히 확인하는 것이다. 이솝우화에 왕을 가지고 싶었던 개구리 얘기가 나온다. 가장 힘세고 멋져 보이는 황새를 왕으로 모신 끝에 결국 모조리 잡아먹혀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메시아가 아니라는 것도 잊지 않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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