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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영재교육

기분 좋을 때 일하지 마라?

기분 좋을 때 일하지 마라?
우울할 땐 단순 작업을
▲ 좋은 기분은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
좋은 기분에서 일을 하면 업무 능률이 올라갈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정답이다. 일반적으로 행복한 생각은 창조성을 자극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많은 데이터를 뒤적거리는 일 등을 할 때는 복잡한 생각이나 심지어 슬픈 기분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긍정적인 마음도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최초의 주장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트레스와 걱정, 근심, 우울한 기분은 사람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왜냐하면 이들 기분은 사람의 마음을 좁게 만들어 오직 눈앞에 있는 것만 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눈앞에 총구가 놓인 사람은 코 밑까지 다가와 있는 총구 외에는 어떤 다른 생각도 못하기 마련이다. 이와는 반대로 행복한 기분은 사람의 생각의 폭을 넓히고 좀더 창조적으로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좋은 기분이 눈앞에 보이는 시각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집중력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토론토대의 심리학자 아담 앤더슨 교수는 일련의 실험을 준비했다.

앤더슨 교수는 24명의 대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의 그룹에게 즐거운 음악과 슬픈 음악, 그리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무미건조한 음악을 들려주고 두 가지 테스트를 실시했다. 첫 번째 테스트에서 각 그룹의 학생들은 특이한 단어를 연상하도록 지시받았다. 이는 생각의 폭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테스트에서는 즐거운 음악을 들은 -즉 좋은 기분 상태에 있다고 판단되는- 그룹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그룹의 학생들보다 특이한 단어를 많이 떠올렸다.

좋은 기분 집중력 떨어뜨리기도

두 번째 테스트에서 앤더슨 교수는 세 개의 문자로 구성된 한 줄의 문장을 각 그룹에게 보여주고, 이 중 가운데 문자를 제외한 첫 번째와 마지막 문자를 무시하도록 주문했다. 이는 시각적 주의력과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시험 결과, 행복한 기분의 학생들이 슬픈 음악을 들은 학생들보다 40% 이상 불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빼앗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분 좋은 상태의 학생들은 가운데 문자는 물론 첫 번째와 마지막 문자에까지 그들의 시각적 집중력을 분산한 것이다.

앤더슨 교수는 “집중력은 스포트라이트의 불빛과 같다”며 “좋은 기분은 이 불빛의 폭을 넓힌다”고 밝혔다. 즉 행복한 분위기는 평범한 상태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필요 없는 곳에까지 불빛을 비춰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는 것. 지난 달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앤더슨 교수는 “시각적 집중력에 대해서는 우울한 기분이 도움이 되지만, 행복한 기분이 두뇌 내부의 창조성을 높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그날의 기분에 따라 업무 성격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즉 수많은 데이터 처리나 단순 사무 처리, 또는 단순 반복 조립 등 시각적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에는 행복한 기분일 때보다는 우울할 때 처리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반면 행복한 기분이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두뇌를 적극 활용하는 연구개발 업무나 기획서 작성, 사업 구상, 신제품 개발 등 창조성이 요구되는 작업을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김대공 기자  scigong@ksf.or.kr


2007.01.29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