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려운 대목입니다. ‘진기심자지기성(盡其心者 知其性)’이라는 맹자(孟子)의 말씀에서 ‘진심’, ‘지성’이라는 철학적 용어가 세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맹자(孟子)』는 7편으로 된 책인데, 공자(孔子)의 『논어』가 ‘인(仁)’을 중심으로 유교철학을 정립했다면 공자의 사상을 이어 유학의 논리를 확대시킨 맹자는 인과 함께 ‘의(義)’를 첨가하여 ‘인의(仁義)’의 개념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른바 진심장(盡心章)에 나오는 ‘진심지성’의 논리는 뒷날 ‘성리학’의 개념이 세워지고 유교철학의 지평이 매우 넓게 퍼져나간 중요한 명제(命題)가 되었습니다. 온 마음을 다 바쳐서 노력하면[盡心] 천하에 오묘한 ‘성(性)’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知性]라는 뜻인데, 그런 경지에 오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요.
오늘날 흔히 글을 조금 알고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을 지성인(知性人)이라고 호칭하는데, 그것은 정말 쉽게 부를 호칭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도(道)를 향해 도중에 그만두더라도 몸이 늙어감도 잊고 세월이 부족함도 알지 못하고 부지런하게 힘쓰다가 죽은 뒤에야 그만두는 것을 ‘진심’이라 이르니,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행동함이요, 행동하면 반드시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반드시 행하나니, 앎과 행동이 서로 촉발되어 상호간에 수양되는 것이다”(盡心者 行也 行則必知 知則必行 互發而交修者也)라고 다산은 『맹자요의(孟子要義)』에서 설명합니다. 행함과 앎, 행하면 알아지고 알면 행하는 교호작용을 통해 인간은 심신을 수양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천적 개혁가인 다산의 실천철학이 담겨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다산은 정자(程子)나 주자(朱子) 이후의 성리가(性理家)들이 성(性)을 이(理)로 여겨 궁리(窮理), 이치를 궁구하는 데만 정력을 바치느라 실천과 실행에 소홀하여 어두운 중세가 계속된다고 여기면서, “실천(實踐)과 실용지학(實用之學)에 흠결이 없을 수 없었다”(實踐實用之學 不無多小缺欠 :『맹자요의』)면서 관념적인 성리학을 비판했습니다.
교수라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의 ‘지성인’들이 논문이나 시를 표절하여 말썽을 피우는 보도를 보면서 실천이 앞서는 ‘진심지성’의 뜻이 그리워졌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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