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브로드웨이와 7번가, 42번가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나비넥타이 모양의 공간. 이곳을 미국 사람들은 ‘타임스스퀘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롱에이커스퀘어라고 했다는데 뉴욕타임스가 이곳으로 이사 온 뒤 타임스스퀘어로 바뀌었다. 새해 첫 자정에 뉴욕타임스 옛 사옥에서 불을 밝힌 유리 공을 내려 새해를 알리는 새해맞이 축제가 매년 여기서 열린다. 올해도 군중이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꼭 같은 행사가 열렸고 이걸 약 2억 명의 시청자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지켜보았다.
세계인의 눈이 모이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19세기에 이곳은 마구간 사이로 말 거간꾼이 분주하게 오가며 말을 파는 말 시장이었다. 그러나 1899년에 극장이 들어서면서 차츰 미국 공연문화의 명소로 바뀌었고, 1990년대에 대대적인 재개발이 이루어져 면모를 일신했다. 이제 이곳은 금융, 언론, 문화, 유흥의 중심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매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4천만 명에 이른다. 필름을 만드는 코닥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사람들이 1년에 찍는 기념사진이 1억장을 넘는다고 한다.
이 타임스스퀘어에 가보면 우선 휘황찬란한 옥외광고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번쩍번쩍하는 비디오 광고스크린이 널려있어 마치 광고 전시장에 들어선 것 같다. 대형 광고판만 스무 개가 넘고 이들 광고판이 1년에 벌어들이는 광고수익은 모두 합해 7천만 달러에 이른다.
이곳의 옥외광고 단가는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광고 단가는 CPM(시청자 1천명 당 가격)으로 산정하는데 8천만 명이 시청한다는 미식축구 슈퍼볼의 스팟 광고 CPM이 2.6달러인데 비해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은 위치에 따라 2달러에서 5달러를 내야 한다. NBC 등 주요 네트워크 텔레비전의 황금 시간대 CPM 20달러에 비하면 낮지만 옥외광고 치고는 매우 비싼 편이다.
이들 가운데 주목도가 가장 높은 건 역시 르네상스호텔 벽면에 있는 광고 스크린이다. “눈이 가는 곳이면 코카콜라 광고판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바로 이 호텔 벽면에 코카콜라 광고 스크린이 어김없이 자리 잡고 있다. 1935년 이래 코카콜라는 그 자리를 고수해왔다.
타임스스퀘어에서 마주친 삼성, LG 광고스크린의 감동 그런데 타임스스퀘어에 가본 사람이면 다 감동했겠지만 코카콜라 광고스크린 바로 위에 삼성 광고스크린이 있다. 삼성의 고유한 로고가 나오는가 하면 LCD TV, MP3, 휴대전화, 카메라, 비디오 등의 삼성제품 광고가 현란하게 명멸한다. 세계 최고의 옥외 광고 스크린에, 그것도 코카콜라 바로 윗자리에 삼성 스크린이 들어서있다니 놀랍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삼성은 그 광고판을 사용하는데 돈을 얼마나 쓸까? 그건 비밀이다. 대행사와 광고주 간의 계약에 비밀 준수 의무를 명문화해 양쪽에서 다 정확한 액수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대충 어림잡을 수는 있다. 미국의 한 광고 전문지에 따르면 매월 20만 달러에서 35만 달러를 낸다. 돈은 얼마고 간에 삼성은 그 스크린을 얻기 위해 10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삼성 광고 스크린 말고도 타임스스퀘어에는 또 다른 한국 광고스크린이 있다. 브로드웨이와 45번가가 마주치는 코너에 LG 광고스크린이 서있다. 광고 전문지에 따르면 LG는 장기사용을 조건으로 매월 16만 5천 달러를 낸다.
지난 연말 무렵. 바로 그 타임스스퀘어에 구경 갔다가 나이든 한국 관광객 한 분을 만났다. 어릴 적에 미군 지프차를 뒤따라 다니며 “기브 미 초콜릿”을 외친 기억이 새롭다고 했다. 감격적이라고 했다. 나 역시 수년 전에 거기서 목이 메지 않았던가.
새해를 맞아 그동안 우리나라를 이렇게 키운 기업인들에게 충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경제전쟁의 최전방에서 신화 창조를 뒷받침한 노동자들에게 아울러 감사드린다. 새해는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고, 기업에서 일한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는 그런 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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