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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다산 칼럼 모음

어려운 나라에 붕당(朋黨) 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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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나라에 붕당(朋黨) 싸움만


다산이 자주 사용한 말에 ‘상시분속(傷時憤俗)’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한다는 지식인의 고뇌를 설명할 때 사용한 구절입니다. 암울한 시대에 가슴아파하고 갈수록 타락해가는 세속에 분개한 마음을 지님이 바로 정상적인 지식인의 기본자세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요즘 북핵문제를 놓고 여야나, 다른 정당들끼리 상반된 주장을 펴면서 붕당싸움만 벌이고 있는 양상을 보노라면 ‘상시분속’하던 다산의 우국충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라와 백성을 건지려는 근본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오히려 난세와 난국에 제 당의 이익이나 취하려는 태도들은 정말로 볼썽사납기 그지없습니다.

“붕당의 화란이 끊이지 않고 반역의 옥사만 일어나고 있으면 나라와 국민의 의리는 무너지고 만다”(然朋黨之禍不息 而逆獄屢起 則君臣之義 矣 : 示兩兒)라고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산은 말했습니다. “취직시험공부나 고시공부만을 주로 하면서 도의(道義)를 강론하지 않으니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만다.”(科擧爲主 而道義不講 則 朋友之信 乖矣) 얼마나 적절한 지적인가요.

누구는 책임져라, 누구는 처벌하라며 상대당의 잘못만 지적하고 책임추궁이나 하다보면 근본적 해결책은 뒷전으로 물러납니다. 온 나라의 젊은 학생들은 고시에만 열중하고 국가나 사회에 대한 윤리는 덮어두고 있으니 애국적 주장이나 세상 걱정은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이쯤 되었으니 얼마나 무서운 현실입니까. 당파싸움과 시험위주의 세상 때문에 별것 아닌 위기도 더욱 고조되어가고 진짜 위기에는 모두가 등한하게 여기는 이상한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온갖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진정으로 위기가 닥쳐오건만, 붕당과 자신의 사욕(私慾) 때문에 병든 시대와 나라는 보지 못하는 세상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다산의 걱정에서 벗어나 냉철하게 세상을 아파하고 걱정하기 위해서라도 정상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붕당도 과거(科擧)도 좋지만 조금 물러서서 돌아가는 세상을 정확히 보면 어떨까요.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