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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교육정책

“체육수업은 낭비?… 하버드大선 시험기간 운동 독려”

방한 레이티 하버드 의대 교수 “코로나로 학생 체력·학력 하락
체육수업이 회복의 열쇠 될것… 2~4명씩 팀 운동해야 효과”

조선일보 2022.04.23 04:28
‘운동시키는 정신과 의사’로 잘 알려진 존 레이티(Ratey·74)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

“한국의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체육 수업은 낭비’라고 여기지만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하버드대에선 시험 기간일수록 더 밖으로 나가서 운동하라고 독려하는 데 다 이유가 있죠.”

 

  ‘운동시키는 정신과 의사’로 잘 알려진 존 레이티(Ratey·74)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한국을 다시 찾았다. 2년 만이다. 지난 20일 그를 만나 코로나 이후 학교 일상 회복을 위해 뭐가 중요할까 물었다. 레이티는 평소 지론대로 “학교를 이전처럼 돌려 놓으려면 체육 수업의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가 망가뜨린 건 학생들 체력만이 아니에요. 학력, 정서, 사회적 역량이 다 무너졌죠. 이걸 회복하는 열쇠는 체육 수업에 있습니다.”

 

  코로나로 학생들 체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늘어난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부 학생건강 체력평가(PAPS) 결과를 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저체력’으로 분류되는 4·5등급 학생 비율이 2019년 12.2%에서 지난해 17.7%까지 늘었다. 학력도 떨어졌다.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조사 대상인 중3과 고2 학생들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모든 과목에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에는 코로나 이후로 등교 일수가 적은 고교의 하위권 학생이 비율이 더 많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레이티는 “운동 부족이 학력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면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도 운동이 중요하다고 했다. ‘운동해야 똑똑해진다’는 얘기다. 그는 “운동은 뇌세포가 새로운 정보를 쑥쑥 빨아들이도록 만들어준다”고 했다.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하면 뇌로 피와 산소가 활발하게 공급되고, 인지·기억 작용을 담당하는 뇌세포의 성장을 돕는 단백질이 많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고교 ‘0교시 체육수업’ 실험이다. 1년 동안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 전 1마일(1.6㎞)씩 달린 뒤 수업을 듣게 했더니, 달리기를 안 한 학생들보다 평균 성적 상승률이 2배 높았다는 것이다. 읽기 점수도 17% 향상됐다고 한다.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이 매주 모여 달리기를 하는 ‘하버드 온 더 무브’(Harvard on the Move) 캠페인이 10여 년째 이어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레이티는 “운동이 학습 효율성을 올리고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건 하버드대에선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말했다.

 

  뇌를 깨우는 운동으로 레이티는 달리기나 줄넘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가장 추천한다. 하지만 학교 체육 수업에서는 그보다 2~4명씩 팀을 지어 운동하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체육 수업은 각자 운동하는 게 아닌 상호작용하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운동하면 규칙을 익히고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죠. 의욕과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도 더 많이 생성돼요. 이렇게 중요한 체육 수업 시간, 절대 ‘자습’하면 안 됩니다!”

 

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