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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루트] '山 이동·바위가 날아온 사연'.. 기묘한 강원도 '부래 전설'

라영철 입력 2021. 12. 18. 15:37 

강원도 '부래 전설' 금강산 목적지로 한 설화 많아
수탈당하는 민중 모습과 소년의 등장 통해 고통 해결 소망

설악산 울산바위 [강원도]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태초에 조물주가 금강산을 만들면서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바위들을 불러 모았다.

울산에 있던 '울산바위'도 금강산에 들어가고자 부지런히 길을 걸었다. 하지만 설악산에 이르렀을 때 금강산의 일만 이천 봉이 모두 완성됐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해 그곳에 멈춰 자리를 잡게 됐다.

여기에 울산 사람들이 속초에 세금을 받으러 왔으나, 동자(童子)의 기지로 속초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게 됐다고 한다.

“울산에서 울산바위에 세금을 부과하러 사람들이 왔다. 한 소년이 지혜를 발휘해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 - 강원도사 -

'울산바위 전설'은 울산바위가 자리 잡고 있는 속초·양양 등지를 중심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바위가 본래 울산에서부터 옮겨 왔다고 전해지고 울산 등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도 설화로 남아있다.

'울산바위 전설'은 바위의 이동, 멈추는 과정 그리고 그 지역에 자리 잡게 되면서 원래 있었던 지역과 세금 부과 문제로 다툼을 벌인다는 산세 다툼 등의 세 가지 구성요소를 잘 갖춰 '산이동 전설'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지역이 넓은 농·어·산촌과 평지·강·바다를 두루 갖춘 강원도는 태백산맥을 경계로 영동과 영서 구분하며, 서로 다른 문화권을 형성하면서 지역마다 다양한 전설이 있다.

이 가운데 자연 창조와 관련 있는 '부래(浮來) 전설'에는 재미있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부래 전설은 산과 바위·섬 등과 같이 자연물의 형성이 홍수나 어떤 신령한 힘의 의지에 의해 떠오거나 날아왔다는 전설을 의미한다.

강원도사에는 특히 부래 전설 중에 금강산을 최종 목적지로 한 설화가 많다. 그만큼 강원도 사람들은 예부터 금강산을 최고의 명산(名山)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강원도 곳곳 산·바위들이 금강산의 일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현재 머무는 주위 경관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부래 전설 중에는 세금 납부와 관련한 내용도 많다. 이는 수탈당하는 민중들의 모습과 소년의 등장을 통해 현실적인 고통을 해결하려는 강원도 사람들의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도사에 따르면, 강원도 부래 전설은 '바위가 떠서 날아온 경우', '산이 이동하다가 멈춘 경우', '바다에 떠돌다 섬이 멈춘 경우'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바위가 떠서 날아온 경우'는 '비래암 전설(화천)', '매바위 전설'·'괘종암 전설(고성)', '울산바위 전설(속초)' 등이 있다.

'산이 이동하다가 멈춘 경우'는 '고산 전설(춘천)', '유실도 전설(원주)', '남산 전설(강릉)', '삼척산 전설(영월)', '팔봉산 전설(홍천)', '해망산 전설'·'덕봉산 전설(삼척)', '딴산 전설(화천)', '도롱봉 전설(인제)', '도담삼봉 전설(정선)' 등이 있다.

고성의 '매바위 전설' 역시, 금강산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이동했으나 다 차서 금강산의 변두리에 머무르게 됐다고 한다.

홍천의 '팔봉산 전설'은 힘센 장사가 산을 메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주저앉아 쉴 때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가지 못하고 머물게 됐다고 한다.

삼척의 '해망산 전설'과 '덕봉산 전설', 화천의 '딴산 전설'도 금강산의 일원이 되려고 가다가 다 찼다는 소식을 듣고 머무르게 됐다고 한다.

화천의 '비래암 전설'은 비래 암이 바위의 이동과 사람들의 기도처가 됐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춘천의 '고산 전설'은 금성군 관리가 산세를 과도하게 징수해 주민의 고통이 심하므로 하느님이 홍수를 일으켜 춘천으로 옮겼다고 한다.

원주의 '유실도 전설'은 원래 횡성군에 있던 산인데 홍수가 나서 원주로 옮겨오게 됐고, 횡성 사람들이 세금을 받아가게 됐다고 한다.

강릉의 '남산 전설'은 산이 스스로 걸어오다가 여자 아이가 보고 소리쳐 멈추게 됐다고 한다.

영월의 '삼척산 전설'에서는 산의 이동은 없고, 이름만 '삼척산'이라 부른다. 삼척에 살던 김 씨가 옮겨와 살면서 그 산을 구입했고, '삼척산'이라고 부르기에 삼척에서 세금을 받으러 왔다고 한다.

인제의 '도롱봉 전설'은 계룡산에서 온 것인데, 충청도 사람들이 세금을 받아가게 됐다. 그 후 아이의 지혜로 세금을 내지 않게 됐다고 한다.

반대로 정선의 '도담삼봉 전설'은 홍수로 인해 정선에서 충북 단양으로 떠내려가게 됐고, 정선 사람들이 세금을 받으러 단양군으로 갔지만, 단양군 아이 지혜로 세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부래 전설'들이 가진 공통점은 설화의 증거물들이 해당 지역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고, 신성하게 여기는 것으로 기록돼있다.

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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