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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직업교육

공공기관 고졸채용..대거 퇴사한 인턴들

 

 

김수연 입력 2021. 12. 17. 21:46 수정 2021. 12. 17. 22:03 

 

[앵커]

고등학교 졸업한 청년들이 첫 직장을 잡기까지, 평균 3년 가까이 걸립니다.

대졸 구직자도 그렇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겁니다.

2년 전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공공기관 고졸 채용 목표제라는 게 생겼는데 효과는 있었습니다.

고졸 출신 채용이 2016년 5%대에서 점점 올라가기 시작해 지난해엔 이렇게 10%를 넘었습니다.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뽑아 고졸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지만 한편으론 되짚어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6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립공원공단 인턴이 된 김 모 씨.

6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 두 달 만에 정규직이 됐습니다.

[김OO/공기업 퇴사/음성변조 :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에 들어가서 내 꿈이 여기 회사 소장이 되는 거라고 했는데…"]

직장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주어진 업무량은 다른 직원의 20% 정도.

그것도 대부분 자원봉사와 캠페인 일만 돌아왔습니다.

컴퓨터나 회계 관련 각종 자격증은 써보지도 못했습니다.

[김OO/공기업 퇴사/음성변조 : "(회의도) 배제되거나 짐 같은 존재라고 느꼈어요. 호칭을 안 불러요. 어린 나이에 너무나 좋은 회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차별을 느꼈다고 생각을 해요."]

이런 일이 계속되자 휴직이나 사직하겠다는 뜻까지 여러 차례 밝혔지만, 돌아온 건 잦은 인사 발령.

김 씨는 보통 3년~5년마다 있는 인사 이동을 퇴직 전 2년 동안 4차례 겪었습니다.

결국 야영장 청소 업무로 발령 나자, 입사 5년 만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공단 측은 어린 나이에 적응을 어려워하는 김 씨를 배려하기 위해 업무를 적게 줬고, 인사 이동 전 의사를 물었다고 밝혔습니다.

청소 업무의 경우 정당한 인력 재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2012년부터 7년간 공단이 뽑은 고졸 인턴 중 17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전체의 20%가 넘습니다.

15명은 정규직 전환 뒤 퇴사했습니다.

[윤동열/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최근) 많은 채용이 있었지 기존엔 고졸 채용자가 별로 없었어요. 선발은 됐지만 그들에게 적합한 과업이나 직무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는 공공기관도 있다(고 봅니다)."]

김 씨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았고 업무상 재해 인정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촬영기자:강희준 민창호/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안재우

 

[앵커]

김수연 기자, 다른 공기업에도 이런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네, 한국투자공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고졸 출신의 20대 직원이 안타깝게도 입사 3년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인데요,

지난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습니다.

이번엔 앞서 리포트 사례와 반대로 과도한 업무를 준 게 문제였습니다.

국회틀 통해 입수한 당시 판정서를 보면요,

석사 채용자가 해야 할 업무를 맡겨 압박감이 심했고, 여기에 나이와 학력 차별 정황까지 의심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가 이 사례를 먼저 기사로 썼고, 그걸 보고, 또 다른 제보가 이번에 온 건데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고졸 직원들이 적절한 업무를 못 받는 구조에 놓여있는 게 아닌가, 더 들여다 보게 됐습니다.

 

[앵커]

그럼 그 구조를 좀 따져보죠.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요?

 

[기자]

우선 공공기관들이 고졸 채용 실적을 채우는 데만 급급하지 않냐는 지적이 가능합니다.

일정 규모를 뽑아야 정부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거든요.

여기에 고졸 지원들이 수적으로 10% 정도로 소수인 데다, 나이도 어리죠.

정년이 긴 공기업에서 많게는 3, 40년 차이 나는 직원들과 일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고요.

현장에선 대졸자들이 역차별받는 게 아니냔 시각도 있어 내부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앵커]

인원 수 채우는 것 말고 당연한 얘기지만 실질적으로 일하는 환경이 되야한다는거네요?

 

[기자]

우선, 정부가 채용 실적만 신경 쓰기보단 기관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직무를 먼저 만들도록 하고요,

여기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겁니다.

또 정부가 고졸 입사자 규모는 집계하지만, 근속 연수는 얼마인지, 퇴사자는 얼마나 되는지 등은 파악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기관에 별도로 요구해서 통계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력을 뽑고 나서 제도가 잘 정착하고 있는지, 쳬계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합니다.

 

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김지훈

김수연 기자 (kbsk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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