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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학교육

[표지로 읽는 과학] 단일 양자와 이온의 상호작용을 포착하다

조승한 기자 입력 2021. 12. 18. 06:00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6일 표지로 물결을 만들며 반짝이고 있는 구의 모습을 실었다. 하얀 구 주변으로 빨간 구체가 물결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온 하나가 여러 원자와 파동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것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물질이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보이는 양자 영역에서는 입자와 입자가 파동을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토비아스 사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물리학연구소 교수팀은 영하 273.15도의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바륨 이온과 리튬 원자 간 '페스바흐 공명'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페스바흐 공명은 입자가 충돌할 때 일시적으로 서로 달라붙어 수명이 짧은 불안정한 화합물을 만드는 현상이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원자와 이온이 온도가 떨어질수록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정지하며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에서는 초저온에서 양자 효과가 더 큰 만큼 원자와 이온 충돌이 다른 규칙을 따를 것으로 본다. 입자와 파동 이중성을 보이는 양자 영역에서 입자가 가까워지면 파동이 중첩되거나 증폭되는 것으로 충돌을 확인한다.

연구팀은 극저온의 진공 상태에서 자기장을 조절하면 세기에 따라 이온과 원자의 충돌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이온을 잡은 상태에서 자기장의 세기를 조절해 바륨 이온과 리튬 원자가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페스바흐 공명은 느려진 원자와 원자 사이 충돌에서 처음 입증됐다. 이온과 원자 사이에서도 페스바흐 공명이 관찰되면서 이온과 원자 사이 양자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네이처는 개별 분자나 원자, 이온의 물리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으면 양자정보처리 기술이나 양자 계량 같은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에서 자기장으로 양자의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이면서 양자 시뮬레이션이나 정밀도 측정과 같은 응용기술에 적용해 기술의 실현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츠 교수는 “양자역학에 대한 기초 연구는 이제 점점 실험실을 떠나 현실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우리의 연구는 파동-입자 이중성의 양자역학적 특성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배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