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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교육정책

뉴노멀 시대, 사회적 협의를 통한 교원 양성 체제 개편의 의의

                                                            발행일2021.05.20    필자   류방란소속한국교육개발원 원장

 

   교육개혁 추진과 교원양성체제의 정체

 

   교육개혁 논의는 교원양성체제 논의를 수반한다. 개혁 추진의 책임을 교사에게만 지울 수 없으나 그 역할은 막중하기 때문이다. 세계화, 정보화 등의 흐름을 문명사적 전환기로 명명하며 포괄적으로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5.31 교육개혁에도 교원양성체제 개편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세운 교육개혁안에도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안이 끼워져 있다. 양성규모의 감축, 교·사대 통합, 전문대학원 체제로의 개편, 양성과정의 내실화와 현장 적합성 제고, 평가를 통한 양성기관 인증 체제 구축 등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이 방안들은 대체로 제안 수준에 머물렀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 적용되는 교육과정은 수차례 개정되었고 여러 개혁이 추진되었다. 빈번히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개혁을 비판하며 학교 수준에서 교사들이 혁신을 주도하는 운동이 펼쳐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교원양성체제는 줄곧 이러한 변화 흐름에서 비껴나 있었다.

 

   지난 해, 정체되어 있던 교원양성체제를 움직이기 위해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었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인구감소 추세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교원양성기관의 위기의식은 고조되고 있었다. 또한 교육계에서 이른바 뉴노멀로 통칭되는 디지털화의 진행, 온라인 수업의 적극 활용을 비롯하여 개별화 교육을 내세우는 고교학점제 도입이나 통합운영학교의 증가 등 정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았다. 이에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와 협의하여 교원양성체제의 발전이라는 난제를 사회적 협의 방식으로 다루기로 하였고, 필자는 당시 이 사회적 협의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진행 과정을 간략히 소개한다. 

 

 

   사회적 협의 진행과 그 가치

 

   사회적 협의에 대한 관심은 결론에 쏠렸지만 점진적으로 핵심 의제에 초점을 맞추는 일련의 과정을 공들여 설계하였다. 교원양성체제의 발전 방향 논의는 미래 학교의 역할이나 교육과정의 변화를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아 학생, 학부모, 교사, 일반 국민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약 2만 5천 명이 참여하였다. 교육과정의 변화, 학교 체제의 변화 방향에 대한 포럼도 진행하였다. 권역별 '경청회'를 열어 고등학생, 학부모, 초임교사, 예비교사, 양성기관의 교수 등으로부터 교원양성체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 국민여론조사 결과나 포럼, 경청회의 주요 내용은 숙의단에 제공되었다. 숙의단은 교원양성체제의 직·간접적 이해당사자인 교원양성기관, 예비교원단체, 교육청, 교원단체, 학부모 단체 대표를 비롯하여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추천받은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 등 32명으로 구성하였다. 석 달 동안 격주로 만나 집중적으로 검토할 의제를 선정하고, 의제별 토론을 통해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에 대해 합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협의문에 함께 담았다. 협의 결과의 골자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현장성을 강화한 양성교육과정 운영, 중등교원양성 규모의 감축, 지역별 상황을 고려한 여러 방식의 통합 검토 등이다. 

 

   협의 결과를 보고 지난 정권들에서 제안하였던 것과 다르지 않다거나 더 강력한 추진 방안이 없어 실망스럽다며 사회적 협의 자체를 회의적으로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 협의는 방안의 새로움을 추구하거나 결정된 것을 밀어붙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실행이 되건 말건 방치되는 제안에서 벗어나 국민의견 수렴 등 일련의 과정 속에서 마련된 자료를 참고하며, 여러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실행하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협의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또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마련된 협의의 기틀을 발전시켜 실행을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를 가동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제한된 관료나 전문가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각계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정책 결정의 민주적 전환을 알리는 것이며,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사회적 협의 후 교원양성체제 개편에 대한 필요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더 강해졌다. 입학만 하면 교사가 되는 것을 보장받을 줄 알았던 교육대학 졸업생의 임용률은 저하되고 임용된 후 발령 적체도 심각해져 간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미래형 교사교육의 모델구현을 표방하며 부산교육대학교와 부산대학교의 상호 협의를 통한 통합 결정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후 다른 지역, 다른 대학교에서는 부산과는 다른 모델이 모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양성과정의 현장성 

 

   교원양성 규모의 조절, 대학간 통합 등의 체제 개편 검토는 주요 의제이지만, 사회적 협의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겨냥한 것은 양성 교육과정의 변화였다. 양성과정에 대한 토론은 빈번히 자격, 임용, 인사, 재교육 등 인접 주제를 넘나들었고 협의문에도 이러한 주제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함을 언급하였지만, 주된 과녁은 양성과정에 맞추어져 있었다.

 

   양성과정의 핵심 문제는 현장과의 괴리였고, 현장과의 괴리는 학습자의 배움으로 연결시키는 교사로서의 전문 역량 함양 결여를 의미하였다. 지난 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 중에서 교사들의 80% 이상이 최근 ‘문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학생들’, ‘학습이나 생활에 무기력한 학생들’,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정서 불안, 우울, 분노, 공격성을 지닌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비슷한 비율로 이러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을 이해하거나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나 대응방법을 양성과정에서 얻었다는 응답은 매우 낮았다. 

 

   권역별 경청회에서 한 초임 초등교사는 ‘마음에 분노가 가득한 아이를 비롯하여 여러 아이들을 만나며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이수했지만 1학년 학생들의 행동 특성이 어떠하고 어떻게 지도해야 하며, 그 기저에는 어떤 욕구, 감정이 있는 것인지 배우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또한 ‘국어교육의 이론적 기초는 배웠지만 (교육과정에서 길러주어야 할 것으로 명시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의사소통 역량이나 표현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길러줄 수 있는지 몰라 좌절하고 있다’고 하였다. 교사를 꿈꾸는 한 고등학생은 학생에게 닿지 못하는 교육활동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 현실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침묵의 문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통렬하게 지적하였다. 학교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이러한 문제는 교육실습으로만 대응할 수 없다.

  

 

   학습자와 학습 과정 탐구 중심의 교사교육

 

   당초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목적형으로 설치한 것은 양성 교육과정의 특수성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고등교육수준에서 교사 양성과정은 교과를 구성하는 학문과 일부 교직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 프로그램 면에서 고유성이나 특수성이 두드러지지 않음에도 별도의 대학으로 설치한 것은 우수 교사를 사전에 확보하고, 교육 프로그램의 전문적 특수성을 발전시킬 것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 시기 우리의 핵심 자원은 인력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우수 인력의 양성은 우수 교사의 확보를 전제한 것이었다. 교대나 사대학생은 예비교사로 불렸고 대학 생활 속에서도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교사를 기르는 교육프로그램 면에서는 기대만큼 특수성을 발전시키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의 교수들은 교사교육자로서 학습자나 학습 과정 특성 등 교직 수행의 특수성 연구를 축적하며 새 길을 내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 전공 기반의 학문적 수월성을 추구하며 인문 사회 계열 혹은 자연 계열 교수로서의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교수들의 성향은 교육과정을 개정, 개발할 때에도 드러난다. 교육과정 실행을 통해 이루어질 학습자의 학습에 대한 심층적인 고려보다 자신이 전공한 학문 분야 내용의 포함여부나 비중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였다. 

 

   교사교육의 전문성은 종래 상대적으로 소홀하였던 학습자와 학습 과정에 대한 탐구 축적을 통해 길러질 수 있을 것이다. 학습자의 이해는 학습자의 삶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필자가 방문했던 한 학교의 벽에서 정현종 시인의 시를 차용하여 ‘한 학생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이러한 감수성이 교사 양성과정에서도 필요하다. 교사 양성과정이 목적형으로 지속되어야 한다면 혹은 지속될 수 있으려면 학교현장과 연결되어 학습자와 학습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쌓아야 할 것이다. 학점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고등학교 교사 교육은 전문대학원에서 전문성을 집중적으로 기르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은 가족 구조와 기능의 변화, 디지털화 등 사회의 변화를 학생을 통해 감지한다. 양성과정을 통해 사회 변화를 예민하게 비추고 있는 학습자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학습자간 집단 역동, 학습 발달 특성들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전문 역량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전문성에는 학습자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학교 안팎의 여러 인력과 협력하는 역량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현직에서도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성체제와 연결된 재교육 체제를 갖추어 성찰적, 상승적 향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박영숙 등(2017). 교직환경 변화에 따른 교원정책 혁신 과제(I): 교원양성 및 채용 정책의 혁신 과제.

국가교육회의(2020). 미래학교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 수립을 위한 조사·숙의 백서.

 

 

류방란 원장은 현재 한국교육개발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국가교육회의 중장기정책전문위원회 위원, 한국연구재단 비상임이사, 학자금 지원제도 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가교육회의 위원,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학교의 미래, 인구절벽 시대 교육정책의 방향 탐색 등 다수 연구 보고서를 집필하였다.

 

 

필자 류방란소속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발행일202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