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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직업교육

"6개월후에 잘라주세요"… 혈세먹튀에 맛들인 황당한 청년들

180일 일하면 수급 요건 충족돼
기업, 채용돼도 단기근속 고충토로
5년간 5회 이상 1만2850명 달해
고용부, 반복수급 관련 이달 개선

김동준 기자   2020-12-14 19:03



"요즘 정부에서 실업급여를 막 퍼줘서 그런지 참 황당한 꼴을 다 겪네요."

#. 14일 국내 한 정보기술(IT) 기업 A대표는 "청년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에 자주 맞닥뜨린다"며 토로했다. 기업에 지원하는 청년들이 1~2년 장기근속은커녕 외려 몇 달 일하고 회사를 금방 떠난다는 것이다. 임금근로자 실업급여 수급 요건인 180일만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소위 '잘라 달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한다는 게 A대표의 전언이다. A대표는 "주기적으로 실업급여를 받고, 놀려는 일부 청년이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퍼주기만 하는 정부나 총체적 문제"라며 혀를 끌끌 찼다.

#.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규직 B대리는 요즘 계약직을 볼 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 부담이 비교적 낮은 것은 둘째치고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으며 수개월 간 무위도식할 수 있다는 신분상 이점 때문이다. B대리는 "정규직은 회사가 아주 어렵지 않는 한 잘리기도 힘든 데다, 자진해서 그만두면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며 "한심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부럽다"고 말했다.

◇ 근로의욕 떨어지고, 세금은 날아가고=

    이처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최근 5년간 5회 이상 반복해서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1만2850명에 달했다. 실업급여 수급 조건인 180일가량 근무하고 퇴사해 최소 120일간 실업급여를 받는 행위를 다섯 번 넘게 반복한 사람이 1만명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뿐 아니라 5년 사이 2회 수급자는 28만2467명, 3회는 5만8245명, 4회는 1만4772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모두 합치면 144만3434명이나 된다.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급액 규모도 폭증했다. 1년 안에 실업급여를 재차 신청해 반복 지급된 금액은 2016년 516억2100만원에서 지난해 1135억65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수급자 수도 1만6976명에서 2만2690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563억원이 반복 지급됐다.

◇ 문제점 인식한 정부 "대책 마련"=

    정부도 실업급여를 부정한 방법이나 반복해 받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에 지난 7월 이달 말까지를 기한으로 '실업급여 반복 수급 제도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고용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반복 수급 현황과 원인, 문제점 등을 도출키로 했다. 이달 중순을 전후해 연구원 측으로부터 그간 진행된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들을 계획이다. 정부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책 마련 등 작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본 뒤 앞으로 (대책을 세우는 등) 어떤 일을 해나갈 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수급 횟수에 따라 실업급여 수급을 제한하는 고용보험법 시행령도 8월부터 시행 중이다. 과거 10년간 부정수급이 3회 이상 적발된 사람은 실직하더라도 1년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부정수급 적발 횟수가 4회면 2년, 5회면 3년으로 지급 제한 기간이 늘어난다. 시행령은 또 부정수급으로 징수금을 내야 하는 사람이 실업급여를 받고 있으면 수령액의 10%를 징수금으로 충당토록 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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