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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책 읽기

가상적 인간관계와 현실적 인간관계


                                                                                      공병호 칼럼 2-10. 1. 23

 가상현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세계가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흥미로운 글입니다.

 

 1. 현실 같은 가상현실의 경험과 현존하는 것 같은 가상적 인간의 관계는 어떠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가?

     먼저 현실 같은 가상현실의 경험은 인간에게 현실 부적응을가져올 것이다. 

 인간에게 현실은 오랜 기간 주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적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현실의 많은 제약을 사라지게 하고 인간이 갖는 수많은 욕구를 구현해주는 가상현실은 현실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세계가 된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인공지능 못지않게 빠르게 진화할 가상현실 세계가 더욱 강한 인간의 욕구를 

 반영하고 실재감도 더욱더 높일 것이다. 

 그에 따라 가상현실 세계에 몰입하는 행위도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세계가 단순히 분열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계가

 추가로, 현실세계 수준으로 새로이 생겨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또한 이때 가상은 단순히 현실의 모방이 아니라 현실의 모습이 그 가상을 닮도록 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2. 근대라는 시기에 지속되어온 가상과 현실의 이분법적 구분이 그 의미를 거의 잃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기존의 현실세계를 복원하고자 노력하기보다는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더 

 늘어난다면 이로 인해 사회적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즉 현실세계를 내버려 둘 것이냐 아니면 가상현실과 유사하게 변형시킬 것이냐가 새로운 이슈가 될 

 수도 있다.

 

 현존하는 것 같은 가상적 인간과의 관계는 인간의 사회화에 큰 변화요인이 된다. 

 빅데이터 기술과 함께 '가상적 인간'은 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누는 인간의 감정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그 이해에 기초해서 그 인간이 원하는 방향의 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어떠한 다툼도 없으며 갈등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 가상적 인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기대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공감과 이해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실재의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실재에서는 상호주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갈등과 오해가 빈번히 발생한다. 

 가상적 인간은 이러한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해 인간이 기대한 그대로의 언어,몸짓,말투를 제공하며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이러한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하는 가상적 인간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결국 이윤을 창출할 것이다.

 

 3. 그리고 문제는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기업은 더 많은 가상적 인간을 판매하고자 인간이 가상적 인간에게서 기대하는 상호작용을 

 프로그램화할 것이다. 

 이때 가상적 인간과 지속적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실재 인간과의 상호작용 시 인간의 감정과 

 판단에 변화를 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과 오해 같은 반응은 이전보다 더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재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가상적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는 굳이 가상적 인간의 상태를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려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인간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특히 어린이의 경우 가상적 인간과 관계를 맺는 행위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그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게되어 이후의 사회화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재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오해와 갈등 발생이 더 증가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며, 

 그 어떤 이해나 감정이입의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으면서 오해와 갈등만을 증폭하거나 방치함으로써 

 실재적 인간관계가 악화될 위험성이 높다.

 

4. 예컨대 페이스북 서비스는 업로드 된 글과 사진에 대해 좋아요(like)'는 있지만, ‘싫어요(dislike)'는 

    없다. 

 이는 페이스북 글과 사진을 올리는 이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접하는 이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기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익명의 공간에 수많은 악플이 달리듯 페이스북에도 익명 상태에서 '싫어요'를 가능하게 한다면 

 페이스북 유저들은 이 공간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은 인간이 가상적 인간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나 반응을 얻게 된다면 그 가상적 인간과 관계 

 맺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하게 해준다. 

 가상적 인간은 현실의 인간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정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인간을 기분 좋게' 하도록 프로그램화 되는 존재다.

 현실의 인간은 가상적 인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분명 더 높은 자긍심을 얻게 될 것이다. 

 가상적 인간은 자신을 구매한 이에게 절대로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며 혼도 내지 않을

 것이다.

 

 5. 이러한 상호작용의 경험은 현실의 인간이 살아가는 실제 현실에 그리고 삶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현실의 인간은 자신이 인정받고 지지받는 가상적 인간과의 관계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현실의 인간관계는 점차 흔들릴 위험성이 높다.

 

 - 출처: 최항섭(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가상현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현실보다 더 매력적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4차 산업혁명, 아직 말하지 않은 것들],

   이새, 2018.12., 106~109.

 

 

[공병호연구소 신간 - 일어서라! 서서 일하고, 서서 공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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