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어떻게 예배하고 있나?
〈목회와 신학〉 창간 30주년 기념 세미나 ‘한국교회 예배 톺아보기’가 2019년 2월 18일 서빙고 온누리교회 두란노홀에서 열렸다. 〈목회와 신학〉 편집장 스티브 차 목사는 30주년을 기념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세미나를 준비했다고 말하면서 이번 기회에 예배이론과 예배현장이 만나는 자리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먼저 〈목회와 신학〉에 ‘안덕원 교수의 예배탐방기’를 인기리에 연재한 안재원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가 ‘한국교회 예배현황’을 강의했다. 안교수는 그동안 50여개교회의 예배에 참여하고 담임목사를 인터뷰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한국교회가 예배가 ‘다양하면서도 획일적’이었다는 말로 서두를 꺼내었다. 안교수는 한국개신교회의 예배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교회의 개척자예배를 모체로 하여 예전회복운동의 구체적인 결과물인 세계교회협의회의 리마문서 〈세례, 성찬, 사역〉의 영향과 카리스마적 갱신운동의 영향을 받은 구도자예배가 혼재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안교수는 자신이 경험한 여러 교회들의 예배실황을 전했는데, 한국 개신교회의 예배가 다양한 형식을 섞어 예배하고 있다는 것을 필터링하듯이 전했다. 결론적으로 안교수는 예배의 본질적 요소와 비본질적 요소를 구분한 다음에 예배형식, 비언어적소통, 예배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창조적 예배 공동체를 추구할 것을 제언했다.
이어서 패널 발표가 두 개 진행되었다. 먼저는 정한조목사(100주년기념교회 영성총괄목사)가 ‘100주년기념교회 예배철학과 실제’를 발표했다. 정목사는 100주년기념교회가 주차장교회가 아닌 주유소교회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이상적인 교회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정표로 남는 교회, 부차적인 것이 아닌 본질에 집중하는 교회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100주년기념교회는 주일예배 외에는 다른 모임들을 성경공부와 기도회로 명칭하여서 구분하고, 주일예배의 본질은 자기 부인 그리고 번제드림의 정신에 있다고 했다. 주일예배에서 설교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설교가 주중의 모든 모임과 기도에서 반복된다고 한다. 주일예배는 계시와 응답의 순서가 교차적으로 진행되도록 구성했는데, 정돈된 순서와 절제된 집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예배인도자의 멘트가 거의 없고, 전교인이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고, 설교는 한 해의 표어에 맞춘 설교가 진행된다고 했다. 정목사는 예배장소가 협소하여 성찬식을 일년에 세 차례, 세례식이 베풀어지는 수요기도회에서 베푼다고 했다.
다음으로 최주훈목사(중앙루터교회 담임목사)가 패널발표를 했다. 최목사는 한국루터교회가 49개교회, 60여명의 목사를 가지고 있는 희귀멸종짐승과 같다고 말하면서 여러분은 멸종중에 있는 예배모습을 듣게 되었다는 농담과 같은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최목사는 1530년에 루터교회가 채택한 아욱스부르크 고백 7장에 언급한 ‘그리스도의 거룩한 교회는 복음이 순전하게 선포되며, 성례전이 바르게 집례되는 거룩한 신자들의 모임입니다’가 교회를 그리고 예배를 규정한다고 말했다. 최목사는 루터교회가 전례교회이지만 중앙루터교회의 예배는 비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중앙루터교회는 교회력에 따라 철저하게 예배를 준비하는데, 매 주일의 예배는 초대교회처럼 말씀예배와 성찬예배가 함께 있는 2부예배를 하고 있다. 루터의 지론처럼 교회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도송(Kyrie), 영광송(Gloria in Excelsis), 거룩송(Sanctus), 하나님의 어린 양(Agnus Dei), 시므온의 노래(Nunc Dimitis)가 예배 중간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매 주일 성찬은 특별히 중요한데 성찬의 기쁨을 다른 어떤 것이 대체할 수 없다고 한다. 떡과 잔을 나누어 주면서 교인들의 얼굴표정을 살피면 그들의 문제가 다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도 함께 나오는데 그들에게 축복의 기도를 해 준다고 한다. 이렇게 루터교회의 예배는 경건미, 형식미 속에 목양적 배려가 넘치를 예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에 패널토의가 이어졌다. 스티버 차 목사가 진행했다. 차목사의 질문에 강의자와 패널들이 답하는 식이었다. ‘예배는 이것이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라는 말에 안교수는 ‘기도와 신앙의 신묘막측한 나눔이다’라고 답했고, 정목사는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께 굴복하고 하나님의 인격적인 터치를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했고, 최목사는 ‘예배는 밥상이다’라고 답했다. 힘들고 지쳐서 돌아온 자식에게 엄마가 정성껏 차려준 따뜻한 밥상과 같은 것이 바로 예배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차목사가 ‘자신의 교회, 혹 한국교회 예배를 자평해 보라’는 말에 최목사는 성찬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자는 말과 예배에서 아이들을 배제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정목사는 현대교회가 하나님에 대한 예의를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안교수는 현대교회가 환대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획일적으로 구분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장애인이 편하게 예배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예배에서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인이 섬기는 교회 예배순서 중 중요하고 특징적인 것을 다시 한번 더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최목사는 자기 교회가 예배탐방과 가나안신자의 성지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성찬 때 아이들에게 축복기도해주는 것, 그리고 죄의 고백과 용서선언 후 30초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서서 묵상하는 시간이 참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예배를 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여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양목사도 동의하면서 예배 중 중요하지 않은 순서가 없다고 했다. 하나님이 언제 역사하실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100주년기념교회에서는 회중이 대부분 일어서서 예배한다고 했다. 본인이 참석한 예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예배를 말해보라는 말에 대해 안교수는 유학시절 동네 성공회예배에 참석했는데 예전이 주는 힘을 느꼈다면서 아이들도 예배에 기쁨으로 참여하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면서 그때부터 예배를 새롭게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목사는 자신은 설교하는 것보다 기본적으로 예배드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운을 떼면서 2014년에 3개월간 13개 교회들 예배에 참석한 경험을 말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예배 전에 굉장히 시끄럽고 크게 찬양하는 것을 보면서 예배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성가대의 찬양에 회중이 박수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예배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최목사는 자신이 전례에 충실한 예배를 하는데 순서와 직분이 없는 메노나이트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큰 은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나 교인이 아닌 이들을 예배에 참석시키고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질문에 최목사는 예배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예배에 정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예배에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신학이 모든 신학을 다 포함할 수 없듯이 예배방식을 하나 선택하되 회중을 설득할 수 있는 신학적 소양이 필요하고 그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목사는 예배와 집회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구도자예배라는 것이 과연 하나님께 초점이 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만약 하나님께 초점이 있다면 어떤 예배든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교수는 이머징예배도 한 종류가 아니라 다양하다면서 이머징예배세미나에 가면 서로 다름을 확인하고는 헤어진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어떤 예배든지 회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도 했다.
마지막으로 예배에 대해 한마디씩만 말해달라고 하자 안교수는 설교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모든 순서가 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겸손히 예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목사가 이미 말한 것과 같다. 한편 정목사는 자신이 여러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경험으로 보자면 한국교회예배가 다 비슷했다고 말했다. 찬양도 천편일률적이고 말이다. 똑같은 것을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좀 더 몸부림치면 다양한 형태로 하나님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고 하나님이 풍성한 것을 주시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목사는 아욱스부르크교회당 입구에 ‘네 자신이 누구에게 서 있느냐?’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서 있다는 진지함을 가지고 예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중석에서 질문이 있냐고 하자 정목사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성찬이 교회의 표지라면 왜 주일예배에서 시행하지 않냐고 물었고, 정목사는 예배장소가 협소하여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여력이 되면 자주 시행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여력이 나면 시행할 것이 아니라 표지의 문제이니 당장이라고 시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정목사는 교인들이 편할 수 있도록 예배당을 신축할 수도 있는데 건물에 투자하지 않기로 교회가 결정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구도자 예배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본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안교수는 성가대가 공연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거부감이 든다고 첨언했다. 마칠 시간이 되었기에 차목사가 한국개신교회가 다양한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되는 아름다운 예배를 드리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가을에는 30주년 기념 ‘설교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교회의 다양한 예배를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유명 세미나라고 해서 가 보면 2-30명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200명 가까이 되는 이들이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것을 보면 그래도 예배에 대한 큰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세미나에서 예배의 통일성보다는 개신교 예배의 ‘다양성’, 여러 형식이 섞인 ‘블렌디드 예배’가 현실임을 강조했다. 한국개신교회의 예배모습이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획일적이라면 이제부터는 ‘동일하면서도 풍성한 예배’를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본인이 속한 장로교회의 예배는 ‘언약적 예배’임을 강조하는데, 그 예배가 과연 역사적이면서 동시에 미래지향적인지, 공교회적이면서 동시에 지역적인지, 하나님중심적이면서 회중지향적인지 돌아보아야 하겠다. 여러 예배가 아닌 그 예배라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는 것보다는 우리 개혁주의 예배도 얼마든지 발전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좋겠다.
안재경 목사
(개혁정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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