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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료/교회

냄비 물이 끓기 시작했다. 그 안의 개구리들은 모른다

낙서장

냄비 물이 끓기 시작했다. 그 안의 개구리들은 모른다

 이웃추가
2018년 3월 30일,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이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봉기를 시작하면서 뿌린 '무장대의 호소문'을 읽어보고 있다./ 조선DB

 "4. 3 민중항쟁은 제주 민중이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남한 단독 선거, 단독 정부수립 반대와 민족의 통일독립, 새로운 사회 건설을 열망하며 시작된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 투쟁이었다" 조선닷컴 4/2일자.

 위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부가 제주 4. 3 사태를 기념하면서 한 말인데, 한 마디로 1948년의 대한민국 건국노선을 ‘나쁜 것’으로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을 ‘단독정부 수립’이라고 규정하는 것부터가 역사왜곡이고 반(反)대한민국 행위다.

 대한민국을 세우기로 하기 전에 북한엔 이미 ‘인민위원회’라는 단독정부가 수립돼 있었으니 역사왜곡이고, 대한민국 건국의 당위성을 부정하고 있으니 반(反)대한민국 행위라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 쯤 되었다. 백주 대낮에 수많은 조직군중이 광장에 나와 주먹을 불끈 쥐고 이 나라 건국노력을 정면으로 반대한 행위를 “민족의 통일독립. 새로운 사회 건설을 열망한 투쟁”으로 미화시켜도 그 거꾸로 선 현상을 이념적-정치적-법률적으로 광정(匡正)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 떼거리의 서슬과 위력에 눌려 누구 하나 “아니오”라고 입 한 번 제대로 벙긋하기가 두려워진 세상-이게 지금의 대한민국 꼴이다.

 이런 꼴을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망조라고 부른다. 어떤 자는 말한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를 부를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화라고. 그렇다면 4. 3 사태를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민족의 통일독립,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갈 데까지 다 간 것, 그래서 ‘진정한 민주화’가 코앞이란 뜻이겠네? 그러나 이건 대한민국 제헌(制憲)정신이 말하는 바의 민주화가 아니라, 4. 3 당시 그 주동자들이 부르짖던 바로 그 혁명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그 혁명이 우리 눈앞에 와있다. 그 혁명을 저지할 대항력은 이미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힘은 다 망하고 없다. 상당수 지식인들은 ‘강남좌파’의 입장에서 그 혁명에 동조하고 있고, 상당수 대중은 항상 그렇듯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바랍바를 풀어주라”고 외치고 있다. 또 상당수는 조만간 외국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고, 또 일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끙끙 앓기만 하다가 결국 ‘그 날’이 오면 쓰나미에 휩쓸려 갈 것이다.

 쓸데없는 과민이요 과장이라고? 그렇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혁명의 파도에 적극적으로 대드는 세력이 도무지 눈에 띠이질 않으니 과민해질 수밖에 더 있나?

 공무원들 특히 사법 권력이 신판 해바라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리 없지만, 이럴 땐 개인은 소용없다.
 
야당? 심지어는 비(非)좌파 유권자들도 현재의 보수야권을 믿고 따르질 않는다. 몸을 던져 투쟁을 이끌 열혈(熱血) 투사가 야권엔 없기 때문이다. 한 3~5명 정도 보인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재야 자유민주 우파? 훌륭한 자생적 풀뿌리 우파 시민그룹은 물론 출현했다. 고교동창 연합, 기수별 국군동지회 등. 하지만 더 꿰어야 보물이 될 구슬들이다.

 미디어? 일부 열심히 만드는 친(親)대한민국 언론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온라인, 오프라인, SNS, TV, 영화, 출판, 동영상이 압도적으로 좌(左)쪽이거나, 그에 겁먹고 눈치를 보거나, 양시양비론이거나, 적당히 장단 맞춰주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개헌 움직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 망조는 더 심화될 될 것이다. 냄비 물이 끓기 시작했다. 그 안의 개구리들은 그런 사실조차 모른 채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낄낄거리며 산다. 이게 혁명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우리 현실의 에누리 없는 진면목이다.

-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조선뉴스프레스 2018-04-03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