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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CEO

‘천안함 46용사’ 호국魂이 통곡한다

처참한 폭침 선체 전시해 두고 

뼈아픈 교훈 삼는 이유 잊은 채 

무력 공격 주범을 감싸기까지

특별열차 운행과 국빈급 환대 

면죄부 준 것과 다를 바 없어 

어떤 정부도 그래서는 안 돼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하라
772함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의 어둠도
서해의 그 어떤 급류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 지역에 남아 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그러고는 침몰 수병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른 뒤 이렇게 명령한다.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을 지키던 ‘식별번호 772’인 천안함이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된 지 3일째에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던 시(詩) 일부다. 실종 수병들을 구조하기 위해 밤낮없이 급박하게 수색 중이던 당시, 등단 시인 아닌 김덕규 부산 동아대 의대 내과 교수가 국민적 절통(切痛)함과 안타까움을 대변한 내용이다. 김 교수가 “수색 상황을 전한 신문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올라와 온몸을 휘감았다. 그 감정들을 써내려가다 보니 시가 됐다”고 밝힌 것으로, 이를 접한 국민 모두의 심금을 더 울렸다.

김 교수 묘사대로 수병 46명이 전사(戰死)한 천안함 폭침 당시의 절박했던 국민 심정과 참혹했던 실상은 뼈아픈 교훈과 함께 대한민국이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해군 2함대 안보공원에 처참하게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를 전시해놓은 이유도 달리 없다. 그 앞에 천안함 46용사의 호국(護國) 정신과 서해 수호 의지를 담은 전시관을 건립해 지난해 1월 2일 개관한 취지도 마찬가지다. 그 벽에 있는 이런 글귀가 방문객들의 마음을 더 숙연하게 한다. ‘그대들이 흘렸던 피와 눈물은 이제 조국의 바다와 하나가 되어, 이 땅의 산천초목을 물들이고, 대한민국과 함께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우리는 그대들이 목숨 바쳐 지킨 바다를 반드시 사수하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끝까지 싸워 승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천안함 46용사의 호국 혼(魂)이 통곡할 만큼 참담하다. 명백한 물증과 함께 민·관(民官) 전문가들의 과학적 조사로 북한 소행임이 확인된 천안함 폭침 당시 북한군 정찰총국장이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訪南)을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였다. 청와대·통일부·국방부·국정원 등이 폭침 주범으로 확정할 수 없다는 식의 해괴한 논리로 그를 감싸기도 했다. ‘평화 올림픽’을 내세우면서도 다수의 국군을 전사하게 한 무력 공격 총책을 25일 폐막식의 귀빈석에 앉게 했다. 그에 대한 국빈(國賓)급 환대(歡待)는 27일 북으로 돌아가기까지 2박 3일 체류 기간 내내 지속됐다. 그를 위해 평소엔 서지 않는 역에 멈추는 특별열차까지 운행했다. 문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그와 손을 맞잡았고, 한 시간 동안 비공개 회동도 가졌다. 그가 묵은 서울 최고급 호텔로 문 정부 고위 인사들이 줄지어 찾아가 접대했다. 그에게 면죄부를 준 것과 다를 바 없다.

국군통수권자를 비롯한 안보 책임자들부터 그런 식이어선 국가 역할에 대한 국민 신뢰마저 흔들리기 쉽다. 오죽하면 천안함 전사자인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75) 씨가 “정부에 바란 것은 국가에 목숨 바친 아이들의 명예를 지켜주고 기억해 달라는 것뿐이었는데, 이제 나라를 믿고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한탄했겠는가. 그는 어려운 살림에도 정부 보상금 1억 원에 성금 등을 합친 1억898만8000원 전액을 자신이 쓸 돈이 아니라며 “우리 영토·영해를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의 응징에 사용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국방부에 헌납했었다. 

북한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를 직접 무력 공격해 민간인 생명까지 앗아간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기습 포격도 총책은 김영철이었다. 해병대 병사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은 그 포격으로 의병제대했던 김지용(30) 씨는 그의 방남을 두고 “군 장병들의 희생을 짓밟고 적(敵)을 반기는 정부를 보고 있자니 내 아이들은 군대에 보내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천안함 46용사의 호국 혼을 배반하는 식의 대북 언행은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대한민국 국민보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 정권을 더 감동하게 하려는 것으로도 비치게 마련이다. 어떤 정부도 그래서는 안 된다.

- 김종호 논설위원 <시론> 문화일보 2018.02.28 오후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