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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교육정책

"숙제, 집 아닌 학교서 하라"… 프랑스 숙제 혁명

김선엽 기자

2017.06.02 03:03

- 佛 교육 "초중생 대상 9월 도입"
"학부모와 학생 스트레스 덜어줘"
학교서 숙제한 아이, 성적도 좋아

"숙제를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프랑스 신정부가 중학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숙제를 학교에서 끝내고 하교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르몽드가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장미셸 블랑케르(53) 신임 교육부 장관은 지난 26일 아비뇽에서 열린 '전국 공교육 학부모연대' 연례회의에서 "모든 아이(초중생)가 숙제를 마치고 하교하는 제도를 오는 9월 신학기부터 파리와 수도권 등 일부 학교에 도입하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교육부는 1956년 "학교 수업 외 추가 학습은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 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면서 초등학생들에게 필기 숙제를 내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교사 대부분이 이를 지키지 않아 이 같은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프랑스 신정부는 숙제는 학생들의 복습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 숙제를 낼 수 있도록 하되, 숙제를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학교에서 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프랑스 교육부는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기존 수업 시간이나 방과 후 대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지도하에 숙제를 마치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새 제도는 집에서 숙제를 할 경우 부모의 실력이나 소득 수준, 시간 여유 등에 따라 발생하는 학생 간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아이가 숙제를 하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부모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학업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블랑케르 장관은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풀 능력이 생길 때까지 어른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학교가 이 역할을 맡아 학부모들 부담도 덜어줄 것"이라고 했다.

블랑케르 장관이 결단을 내리는 데는 지난 2005년 출범한 시민단체 '쥡드코(ZupDeCo)'의 역할이 컸다. 이 단체는 10년 전부터 파리와 릴 등의 중학생 2200명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해 왔다. 중학교 시절 내내 대학생·전직 교사 등 자원봉사자들의 개인 지도하에 학교에서 숙제를 한 아이들의 '중학교 졸업시험' 합격률은 83%로, 지도를 따로 받지 않은 학생들(61%)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2/20170602001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