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구조할 수 없는 타이타닉
LA기윤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권연경 교수 강연
- 양재영
- 승인 2017.04.14 15:43
[미주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대표 박문규 교수, 이하 LA기윤실)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숭실대 권연경 교수 강연을 가졌다.
권연경 교수는 ‘건강한 교회를 꿈꾸고 가꾸는 그리스도인'이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종교개혁을 통해 바라본 한국교회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권연경 교수가 LA 기윤실 주최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
“오직 믿음이 값싼 은혜가 되어…”
권 교수는 현재의 한국교회를 ‘갈 때까지 간 비참한 현실'이라 정의했다. 그는“목회자와 성도들의 타락, 교회 세습, 교회의 정치세력화 등 교회는 더이상 신앙이 교회의 본질이 아닌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교회는 이러한 비판들을 어차피 듣지 않는다. 반복되는 비판에 피로감을 느낄 뿐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직 믿음'(sola fide)과 ‘오직 은혜’(sola gratia)라는 종교개혁의 사상이 세속적 욕망의 전횡을 방조하는 편리한 신학적 장치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개혁을 통해 세속적 욕망을 고발하던 신학적 검찰이 욕망의 변호사로 변신했다. ‘오직 믿음'의 사상은 자신의 잘못을 가리고, 부패와 타락의 책임을 효과적으로 지우는 도구가 되고 있다.”
권 교수는 오늘날 교회는 교인들의 우민화를 완벽하게 성공시킨 공간이 되었다고 지적하며, 목회자의 권위에 맹종하는 ‘종교적 매조키즘'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한국교회는 제왕적 권위에 대한 복종만 남아 있다. 목회자의 설교 자체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간주하는 또 하나의 ‘화체설'이 범람하고 있으며, 사회에서 배울만큼 배운 분들도 ‘아멘!’문화에 빠져있다. 가톨릭보다 더 가톨릭적인 영웅숭배적 현상이 지배적이다."
그는 한국교회의 ‘성경책'에 대한 우상적 집착(biblicism)과 성경의 생각을 내 생각으로 바꾸려는 QT문화를 비판하며, 말씀에 대한 순수한 열정의 회복을 요구했다.
“한국에서는 성경쓰는 운동이 활발하다. 성경을 베끼는 것에 열심인데, 이는 말씀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아니라 책에 대한 집착이다. 말씀에 순종한다는 것은 나를 포기하는 것인데, 성경쓰기를 하는 분들은 나를 포기하지 않은 채 오히려 뻣뻣해지는 경향이 있다.
QT도 마찬가지이다. 본문의 의미는 무시하고 나에게 맞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려는 태도로 접근한다. 성경의 생각을 내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살아있는 성경 ‘탐구'를 통해 궁극적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사제들에 대한 복종을 넘어 성도들에게 성경을 돌려줬던 종교개혁 정신을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권연경 교수가 LA 기윤실 주최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
“한국교회는 개혁되지 않는다"
권 교수는 만일 마틴루터가 오늘의 시대로 돌아온다면 '행위'를 강조한 야고보서를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계적으로 교회가 제일 잘하는 것은 ‘싸움'과 같은 경쟁과 갈등문화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또한, 한국교회는 ‘욕망'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면서, 잘못된 것을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는 도덕적 마비현상으로 가득차 있다.
종교개혁은 가톨릭의 ‘공로사상'의 폐해를 깨기위해 야고보서를 무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시대 교회에 가장 필요한 '역사적 언어'였다. 우리는 오늘 우리시대에 필요한 언어를 찾아야 한다.
만약에 루터가 다시 돌아온다면 갈라디아서나 로마서가 아닌 야고보서를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현재의 한국교회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지점을 지났다고 정의하며, '규모'와 '힘'의 신화를 벗고 소수종교(minority religion)로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선명한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지점을 지난 지 오래되었다. 한국교회는 더욱 심한 상황을 보이다 소멸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구조할 수 없는 타이타닉과 같다.
오늘날 목사들의 언어가 너무 구약화되어 있다. 특히 ‘성전' 운운하는 것은 초대교회의 깨달음을 부정하는 이단적 행위이다. 이는 마치 유신시대로 돌아가자는 것과 같은 것으로 성도들이 저항해야 한다.
규모와 힘의 신화를 벗어버리고, 비틀린 권위구조에 대한 반성을 통해 성경적 신앙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비판운동' 이 아닌 사회윤리적 감수성을 갖춘 ‘실천운동’이 되야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비판운동이 아닌 실천운동이 되야 한다. 물론 선명한 깨우침을 위한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비판만 듣다보면 피곤하다.
또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사회윤리적 감수성이다.
기윤실을 설립한 손봉호 교수님은 개인윤리적 측면에서는 제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지만, 사회윤리적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 윤리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함의를 읽을 수 있는 사회윤리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이랜드 기업처럼 기득권을 위해 봉사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양재영 jyyang@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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