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관리/국제장애인기능경기대회

[비즈 칼럼] 기능 장애인 능력 세계 수준…일할 기회 넓혀야

[중앙일보] 입력 2016.03.22 00:01

PDF인쇄기사 보관함(스크랩)
기사 이미지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3년 전 은퇴했지만 여전히 웬만한 현역 선수보다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역 시절 데이비드 베컴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개인기가 뛰어나거나 드리블 실력이 빼어나지 않은 선수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오른발’이 있었다. 오른발 킥 능력만큼은 세계 어느 선수보다 뛰어났고, 그 특별한 능력으로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가 됐다. 박지성 선수처럼 여러 능력을 두루두루 갖춘 ‘멀티 플레이어’가 선호되지만, 데이비드 베컴처럼 한 분야에 탁월한 ‘스페셜리스트’도 인정받는 것이 축구의 세계다.

이는 직업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만 잘 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장애인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몸이 불편해 여러 방면에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가 되지 못할지라도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우수한 ‘스페셜리스트’들이 많다.

오는 23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세계 최고의 기능 장애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리는 ‘제9회 국제장애인 기능올림픽대회’에는 35개국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기능인 510명이 출전한다. 국제장애인 기능올림픽대회는 세계의 장애인들이 직업 능력을 겨루는 대회 다. 이번 대회는 컴퓨터프로그래밍, 건축CAD, 치과기공, 귀금속공예, 요리 등 48개 직종에서 승부를 겨룬다.

한국에서는 39명의 대표 선수들이 39개 직종에 출전한다.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종합 우승이다. 한국은 이제까지 여덟 번 열린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무려 여섯 차례 우승을 차지했으며, 특히 최근 5개 대회에서 연승을 한 기능 강국이다. 한국 대표 선수들은 국가대표라는 호칭에 당당할 수 있도록 일터에서 또는 훈련장에서 열정적으로 실력을 키웠으며, 직종마다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훈련지도위원이 배치돼 선수들의 기능 향상을 이끌었다. 한국 대표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이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6연패’의 성과로 나타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능력’을 주목하게 되길 바란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 장애인의 기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기회가 없어 직장에서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다. 능력을 갖춘 장애인들이 일터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은 기업과 사회의 몫이다. 유능한 장애인을 고용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이 더 많아지길 희망한다.

이번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하는 세계의 선수들은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이다. ‘베컴의 오른발’과 같은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그들의 기능이 비장애인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 경연이 펼쳐질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능력을 좀 더 주목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출처: 중앙일보] [비즈 칼럼] 기능 장애인 능력 세계 수준…일할 기회 넓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