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의사선생님] [나덕렬 교수의 뇌美인 이야기] 계획 없이 살면 뇌 활동 둔해져 판단력·결단력까지 흐려지고 작은 목표라도 세워 이루려하면 뇌 속 신경줄기세포 활성화돼조선일보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 소장
조선일보 2015.09.08. 03:06
40대 중반의 유능한 중소기업 사장이 있었다. 그는 매우 똑똑한 사람으로,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뛰어났다. 판단력과 결단력 역시 탁월
했다. 평소 산 타기를 좋아했던 그는 우리나라의 높은 산을 비롯해 세계적인 명산을 오르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았다. 그는 어느 해에 고도가 4700m인 외국의 유명한 산에 올라갔다. 그런데 속도 조절에 실패했는지 평소보다 많이 피곤했고, 결국 다음 날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 내려왔다. 그다음부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그의 성격은 바뀌어 있었다. 회사 업무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우유부단해지고 의욕을 잃었다. 나아가 회사와 개인의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거의 소실됐던 것이다.
뇌 MRI 사진을 찍어보니 전두엽과 연결된 기저핵의 일부에 손상이 있었다. 저산소증으로 생긴 것이었다. 다행히 손상 부위가 작아서인지,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를 받았다. 부인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수년 후에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됐다.
인간의 전두엽, 그중에서도 앞쪽인 전(前)전두엽에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기획센터가 있다. 따라서 이곳이 손상되면 위의 사례와 같이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환자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대다수 정상인이 그런 환자처럼 살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의 올해 (또는 이번 달의) 목표가 무엇입니까?"라고 갑자기 질문하면 "글쎄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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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없는 뇌는 죽은 뇌다.
왜 이렇게 심한 말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회사의 사장에게 "올해 귀사의 목표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글쎄요"라고 대답하면서 골프만 치러 다닌다면 그 회사는 죽은 회사와 다름없다. 목표가 없으면 사원들은 갈팡질팡하거나 일을 하지 않고 쉬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뇌 속에는 뇌세포가 천억개 있는데, 당신이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뇌세포는 그저 놀게 된다.
반대로 목표를 세우고 부단히 노력하면 전두엽에 있는 내 머릿속 CEO가 깨어날 뿐만 아니라 뇌세포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 뇌 세포들의 수상돌기에 가지가 생겨나서 서로 긴밀하게 대화를 하고, 뇌 속 깊숙이 내재한 신경줄기세포가 활성화되면서 필요한 곳에 신경세포를 나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이제 이번 달의 목표, 올해의 목표, 5년 후의 목표, 10년 후의 목표를 글로 써 보아야 한다.
목표는 작아도 좋다.
그 다음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건지겠다"는 심정으로 달려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제 9월 초이고 연말이 머지않았다. 이번 달, 이번 연도에 꼭 해야 할 일, 이것 만큼은 하늘이 무너져도 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직접 실험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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