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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CEO

‘푸틴의 경제’ 빨간불…유럽은 불안…미국은 안도

 

러시아의 항의 스페인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4일 마드리드의 몽클로아궁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에서 거국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드리드/로이터 뉴스1

‘우크라이나 사태’ 경제적 파장은
러 재벌 금융자산 수십억달러 날려
석유 등 수출 타격·자본이탈 우려
EU, 러의 최대 교역상대로 큰영향
미, 무역량 유럽 10%…제재 적극적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사적 충돌 위기는 일단 넘겼으나,

 경제적 파장은 오히려 지금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위기를 고조시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동맹자인 러시아 재벌이다.

정경유착으로 이권을 챙긴 러시아 재벌 올리가르히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 금융시장 폭락으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다.

 

<블룸버그>의 보도를 보면,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은 이번 사태로 주가가 18%가 폭락해, 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푸틴의 친구인 겐나디 팀첸코와 레오니드 미켈손이 모두 32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러시아 4대 철강기업인 노보리페츠크철강의 블라디미르 리신 회장은 12억달러,

석유회사 루코일의 바기트 알렉페로프 최고경영자는 9억6천만달러에 이르는 지분 가치 손실을 겪었다

 

. 푸틴의 굳건한 지지 기반인 올리가르히의 손해는 푸틴의 발등을 찍는 셈이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격화시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푸틴 친구들의 직접적 손해가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 사태는 취약한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더욱 죄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최대 수입원인 석유,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성장률이 1.3%로 추락했다. 전년도의 3.4%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한 성장률이다.

 

신흥국의 대명사인 브릭스(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의 대열에 이름을 올리기 민망한 수준이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의 증시와 환율을 수렁에 빠뜨렸다. 올들어 러시아 루블화는 9% 하락해, 24개 신흥국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러시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금리 인상 조처를 취하고 120억달러 규모의 시장 개입을 한 뒤인 3일에도 루블화는 달러 대비 1.8% 하락했다. 러시아 증시는 13% 폭락했다.

미국의 지원 존 케리(가운데)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르세니 야체뉴크(왼쪽)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케리 장관이 키예프에 도착하던 날 10억달러의 에너지 보조 원조안을 발표했다. 키예프/AP 뉴시스

 

더 심각한 문제는 러시아로부터 자본이 이탈하는 조짐이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사망자가 대거 나오는 폭력 시위 사태 전에 안드레이 클레파흐 러시아 경제부 장관은 자본 유출이 늘고 있다며, 올해 1분기에 350억달러에 이르리라고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를 빠져나간 자본유출액 63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앞서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 사이의 5일 전쟁 이후 6개월 동안 투자자들이 러시아에서 2900억달러를 빼내간 것으로 비앤피(BNP)파리바은행이 추산했다.

 

이 전쟁은 러시아의 상위 25위 부자들의 재산 가운데 2300억달러 남짓을 증발시킨 것으로 <블룸버그>가 추산했다. 조지아 전쟁의 선례에 비춰, 우크라 사태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자본유출과 부의 증발 효과를 낳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5위의 교역상대국이다. 러시아의 많은 대기업들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러시아 은행들은 우크라이나에 약 280억달러의 차관과 자산을 갖고 있다.

 

 양국 경제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게 송유관과 가스관이다. 러시아 최대의 국유 천연가스회사 가즈프롬은 대유럽 수출의 절반을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더욱이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 상대다. 양쪽 교역 규모가 2012년 기준으로 2675억유로(3673억달러)다. 유럽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최대 품목은 석유·천연가스로 수입액의 76%를 차지한다. 러시아 전체 석유 수출의 84%, 가스 수출의 76%가 유럽으로 가고 있다.

 

이는 이번 사태가 격화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유럽 모두의 경제 숨통을 조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독일은 단일 국가로는 러시아 에너지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독일이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제재에 반대하며,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엔 이런 양국의 경제관계가 얽혀 있다.

 

 반면 미국은 유럽에 비해 이번 사태로 입을 경제적 파장이 상대적으로 적다.

 러시아의 교역 상대국에서 미국은 6번째이나 그 규모는 260억달러로 유럽연합의 10%에도 못미친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미국이 유럽연합보다 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