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관리/대화기술

왜 사내 소통인가?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 왜 사내 소통인가? 관료주의 타파…창조·혁신의 돌파구

삼성전자가 연매출 200조 원의 세계 최고 기업으로 떠오른 동력은 스마트폰의 선전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서만 연 100조 원, 영업이익 20조 원 달성(2012년)이 무난하다.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가 있는 법이다. 삼성전자의 부상과 함께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는 바닥까지 내몰렸다.

노키아는 2010년까지 4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삼성보다 2배 이상 많은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며 끝없이 추락했다. 지난해 7월 1만 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10월엔 약 3억9000만 달러 상당의 본사 사옥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삼성과 도약과 노키아의 몰락, 상반된 두 기업의 행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전문가들은 노키아의 몰락 배경으로 소통을 가로막는 관료주의를 첫 번째로 꼽는다. 노키아 개발진은 이미 2006년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연결되는 스마트 환경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스마트폰을 개발해야 한다고 경영진에 건의했지만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장 직원과 경영진의 소통이 ‘먹통’이 되면서 위기가 몰려왔다.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컨설팅 대표는 “우리가 안 하면 남도 못할 것이라는 경영진의 오만한 사고가 조직 내부의 소통을 가로막았다”며 “결국 노키아는 혁신을 통한 전략적 이동(피처폰→스마트폰)을 하지 못해 삼성전자와 애플에 시장을 빼앗겨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SK그룹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슈퍼스타 SK’는 지역 예선에만 5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폭발적이었다.


노키아 몰락은 소통 부재

노키아처럼 탁월한 성과를 내던 기업이 갑작스럽게 좌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때 빠지지 않는 문제가 바로 소통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힘을 쏟는 것은 소통이 안 되는 조직은 창의성과 혁신이 강조되는 현대 기업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기업들엔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수직적 조직 문화가 팽배해 있는 게 현실이다. 상하 간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수평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서는 창조 경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현대 경영에서 이렇게 중요한 창의성의 ‘핏줄’이 바로 소통이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조직에서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힘들지만 나오더라도 제품화되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직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효과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묻혀 버리거나 여러 부서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시장에 제때 내놓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소통이 조직의 ‘존재 양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회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는 것도 소통이 중요해진 이유다. 인터넷의 발달로 급속한 정보화와 네트워크화가 이뤄졌다. 이로 인해 조직의 형태가 중앙집권형에서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마디로 ‘권력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기존 주류 언론을 견제하고 대체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기업도 고객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그 이전에 1차 고객인 직원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경계 파괴’로 다른 분야 간 융·복합 현상이 비즈니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컨버전스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부서 소통은 필수적이다.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되고 있는 점도 소통 경영의 배경 중 하나다. 최병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소통하고 싶어도 직접 만나야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졌다”며 “이를 활용하면 소통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소통은 세대 갈등 해소 차원

기업 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점도 소통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진 이유 중 하나다. 기존의 기업 조직은 집단주의가 강했다. 집단주의의 기저에는 상명하복의 군대식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기업은 20대부터 60대까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조직이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의 사고방식은 기존 세대와 다르다.

다양한 세대 간 생각이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최홍섭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대리와 사원 등의 세대는 1990년대 말 인터넷 바람이 불면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싸이월드·블로그 등을 통해 소통해 오던 세대”라며 “당연히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의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아쉽게도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어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경영진과 직장인 대상(935명) 설문 조사를 실시(2011년 4월)한 결과 직장인의 65.3%와 경영자의 46.0%가 조직에서 소통이 잘 안 된다는 평가를 내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에서의 소통을 업무적 소통(업무 지시와 보고, 피드백, 정보 공유 등)과 창의적 소통(아이디어 제안과 부서 간 협업 등), 정서적 소통(교류와 공감, 상하 간 배려 등) 등 3가지로 구분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통의 3대 유형이 모두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직장인들은 소통이 잘 안 되는 최대 걸림돌로 위계적이고 경쟁 지향적인 조직 문화를 꼽았다. ‘상명하복식의 위계 문화’가 32.9%로 가장 많았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개인·부서 이기주의(32.1%)’,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 강조(31.4%)’ 등이 순이었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위에서 아래로의 소통은 잘되지만 아래에서 위로의 소통(상향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문화로 인해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질문하거나 의견 개진을 제대로 못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실제로 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11년 4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사 담당자 2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7%의 기업만이 “현재 사내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보니 ‘담당 인력의 부족’이 36.1%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35.1%)’, ‘수직적인 조직 문화 때문(34.0%)’, ‘CEO의 지지 부족(27. 8%)’ 등의 순이었다.

그렇지만 국내 기업들의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노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창조와 혁신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경영관리 > 대화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7%-38%-55% Rule  (0) 2013.12.27
소통하고 또 소통하라   (0) 2013.12.27
지역과 대면 의사소통의 중요성  (0) 2013.12.27
[스크랩] 소통의 기술  (0) 2013.12.27
불통의 현실, 소통의 기술  (0) 201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