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사람들은 불안을 잘 견딜 뿐만 아니라 즐기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세계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안은 창조의 시녀”라는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의 말처럼, 창조는 불안 없이 오지 않습니다.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생 고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롤러코스트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불확실한 곡선의 삶을 즐기지만, 직선적 삶을 추구하는 인생 하수는 수시로 변화하는 곡선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에 일희일비합니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을 살펴볼까요. 고수들은 하락장세에도 단기적으로 승부하지 않고 시장 변화의 흐름을 읽으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합니다. 하지만 하수들은 단기적 변화의 이면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을 읽지 못하고 조급하게 의사결정을 합니다. 지금 당장 돈을 벌어야겠다는 조급증을 억누르지 못하고 성급하게 결정하고 실행합니다.
하수들은 기다리지 못합니다.
단기적인 손익 계산에 급급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고수들은 시장 변화의 흐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내려가면 올라가는 시기가 올 것이고,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가는 시기가 온다는 것을 압니다. 바닥은 정상 등극을 위한 내공 연마의 장입니다. 밑바닥까지의 깊이가 성장 잠재력의 크기가 되기도 합니다.
고수들에게 실패는 넘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지 않는 포기가 실패입니다.
오뚝이는 수없이 넘어져도 바닥에 드러누워 있지 않습니다. 넘어질 때마다 곧바로 다시 일어나지요. 누구나 넘어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즐기는 사람은 새로운 실패를 반복합니다. 그 실패들 속에서 새로운 지혜와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실패는 얼마든지 반복해도 좋습니다. 늘 비슷한 것만 반복하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을지 몰라도, 더 발전할 수도 없습니다.
남다른 성취를 이루어가는 사람은, 실패는 남다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learning by failure)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통해 얻게 되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다음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해봐야지” 하는 깨달음은 그 무엇으로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교훈입니다.
전거복철(前車覆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의 수레가 엎어진 바퀴자국’이라는 뜻으로, 실패의 전례 또는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는 경계의 메시지입니다.
자전거도 많이 넘어져본 사람이 빨리 배웁니다. 잘되는 방법뿐만 아니라 잘 안 되는 방법도 배우고 체험해본 사람이 더 의미 있는 성공을 더 빨리 이룰 수 있습니다. 바닥은 절망하여 엎드려 있는 곳이 아닙니다. 박차고 더 높이 뛰어오를 발판입니다.
곡선형 인간은 우리의 삶은 본래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어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는 환경이 열악해져 이듬해에 죽을 것을 예감한 전나무가 유난히 화려한 꽃을 피우는 임상학적 현상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불안’을 뜻하는 앙스트(Angst, anxiety)와 ‘개화’를 뜻하는 블뤼테(bltüe, blossom)의 합성어입니다. ‘앙스트블뤼테’는 결국 두려움 때문에 피어난 꽃의 만개(滿開)이며, 완전한 소멸을 눈앞에 두었을 때 극명해지는 살아 있음의 항거입니다.
생명체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가장 불안한 시기에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는 전나무의 꽃처럼, 곡선형 인간은 ‘역경’을 뒤집어 아름다운 ‘경력’으로 만듭니다. 불안한 때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열망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힘과 에너지를 집중해 온몸을 버리고 피워내는 절정의 꽃, ‘앙스트블뤼테’를 경험하는 시기입니다.
불안은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창조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마지막 한 방울의 의지와 힘을 짜내 꽃을 피워내는 전나무들처럼, 불확실한 한계상황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가운데 탄생합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명기(名器)도 ‘앙스트블뤼테’를 경험한 후에 탄생합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신비의 소리를 내는 것은 소빙하기에 그 무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생존한 가문비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추위에 얼어죽지 않으려면 나무의 밀도를 최대한으로 늘려야 하는데, 그렇게 밀도가 빽빽할수록 아름답고 청명한 소리가 납니다.
그 가문비나무를 잘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물에 담그고 꺼내서 건조시키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생태’를 잡아서 추운 겨울에 얼렸다 녹이고, 녹였다 얼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입맛을 돋우는 ‘황태’가 탄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명검이 되려면 수없이 불에 들어가고, 수없이 두들김을 당하고, 수없이 뜨거운 불과 차가운 물에 들어갔나 나오기를 반복하는 연단(鍊鍛)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시련과 역경, 실패와 불안의 품 안에서 더욱 단단하고 성숙해집니다.
출처: 유영만, 고두현의 곡선이 이긴다(리더스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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