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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다산 칼럼 모음

‘도시 야경 속에 빛나는 십자가’

제 537 호
‘도시 야경 속에 빛나는 십자가’
송 재 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세계적인 건축가 아론 탄이 지난 3월 서울에 와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한국에 오면 가장 인상적인 게 도시 야경 속에 빛나는 십자가예요. 교회가 정말 많죠. 올 때마다 십자가는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앞뒤 문맥으로 보아서 그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한 것은 그래서 좋다는 말이 아니다. 건축가의 안목으로 볼 때 지나치게 많은 십자가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건축가 아닌 시선으로 본다면 십자가가 많다는 사실을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십자가가 많다는 것은 교회가 많다는 것이고 교회가 많다는 것은 기독교 신도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를 믿고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이웃을 사랑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많은 걸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무늬만 기독교 신자’인 사람들이 많아

그러나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무늬만 기독교 신자’인 사람 또한 많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더구나 기독교를 이끌고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최근에 보여준 부적절한 언행이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69개 교단과 19개 단체가 가입한 개신교계 최대 연합단체인 한기총의 길자연 대표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 판결을 받았다. 이유는 인준 절차상의 하자이지만 돈 선거로 인한 후유증이란 뒷말이 무성하다. 대표회장 선거에서는 ‘10당 5락’이란 말까지 나돈다. 가장 정의로워야 할 종교계의 수장을 선출하는 과정이 정치판을 방불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서울신학대학교 유석성 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교회도 물질적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종교 권력이 생기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도 생긴 것이다. 명예욕, 권력욕, 물욕을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해 정당화하려고 하니까 싸움이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선거도 돈으로 치르고, 교회를 키워서 세습하려한다. 예수님은 그런 권력자를 무척 강하게 질책하고 비판했다.”

그렇다. “명예욕, 권력욕, 물욕을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해 정당화”한 데에서 한기총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칼빈대학교 총장인 길 목사는 또 교수자격 미달자인 자기 딸과 소속교회 신자 5명을 교수로 특채했다는 혐의로 교육부의 감사를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 3월초 국가조찬 기도회에서 대통령 부부로 하여금 무릎을 꿇게 한 일로 세간의 비난을 받은바 있기도 하다. 도대체 자기희생과 사랑의 실천에 앞장서야 할 기독교의 지도자에게 명예와 권력과 물질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에 대해,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한 말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 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최대 교회를 이끌고 있는 원로 목사임을 감안할 때 너무도 경솔하고 너무도 편향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사랑과 봉사로 헌신한 이태석 신부를 배워야

조용기 목사의 발언을 두고 독설가인 진중권씨는 “이런 정신병자들이 목사질을 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만일 조용기 목사가 “일본이 36년간 한국 국민들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한 죄값을 받았다”고 말했다면 혹시 일말의 정서적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님’을 아무데나 갖다 붙여서는 안 된다. 그건 ‘하나님’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이 땅의 기독교인들 특히 그 지도자들은 “도시 야경 속에 빛나는 십자가”가 인상적이었다는 건축가 아론 탄의 비아냥거림을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수단의 한 오지 마을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 활동을 하다가 48세의 나이로 숨진 이태석 신부의 자세를 배워야 할 것이다. 다 같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