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645
공직자는 공무를 제대로 집행해야
다산의 뜻은 애초에는 너무 컸습니다.
썩고 부패한 나라를 통째로 개혁하여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큰 꿈을 피력했습니다. 그런 다산의 의지가 담긴 책이 다름아닌 『경세유표』라는 방대한 책입니다. 그러나 귀양살이하는 죄인의 몸으로 그런 뜻을 실현할 가망이 없자 생각을 바꿔, 법과 제도를 온통 바꾸고 고치는 개혁은 뒤로 미루고 우선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법제는 손대지 못하더라도 공직자들만 제 정신을 차리고, 청렴하고 정직하게 공무를 수행해준다면, 한결 세상이 밝아지면서 백성들의 고통도 덜어지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이 바로 공무원들의 행정지침서인『목민심서』였습니다.
백성을 주인으로 모시고 백성들을 위해서만 공무를 수행하라는 다산의 주장은 200년 전의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이 적중되는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에 받은 어떤 공무원의 편지를 읽으며 다산이 바라던 공직자가 요즘에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그 편지 내용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경기도 문화관광국장이라는 분의 편지인데 작년 여름에 출간된 저의 저서 『조선의 의인들』, 부제로 ‘역사의 땅 사상의 고향을 가다’ 라는 책을 읽은 뒤에 보내온 글입니다. 그 책은 선현들의 유적지를 직접 탐방하여 그들의 학문과 사상을 살펴보고 경세논리까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그리고는 소홀하기 짝이 없는 선현들의 유적지 관리와 보존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지적받은 계기로 지역의 유적지를 살펴보고, 문제가 많음을 인정하면서 금년에는 예산을 세워 모두 제대로 관리하고 보존되게 하겠다는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자신들의 관내에 있는 선현들의 유적지는 마땅히 그 지역의 지방관서에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렇게 많은 지적을 했건만, 아무도 그에 대한 반응도 없었는데, 경기도의 담당국장 공무원이 자기 관내의 문제된 유적지는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모두 정상으로 수리 보수하여 저대로 보존하겠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아무리 좋은 책이 나와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공무원사회에서, 새로나온 책을 구입하여 자세히 읽어보고 자기 도에 해당된 분야는 자신들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니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요. 다산이 바라던 ‘목민심서적’공무원이 나온 것 같아 참으로 기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는 그 책을 쓰기 위해 2007년에서 2008년까지 만 2년 동안 조국의 산하를 누볐습니다. 퇴계의 도산서원, 율곡의 자운서원, 하서의 필암서원, 백사∙한음∙고산의 묘소와 유적지, 반계∙ 성호∙다산의 묘소와 생가 및 유적지를 모두 살폈습니다. 관리 상태나 보존의 현황은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곳곳을 모두 지적했는데, 이제 겨우 경기도의 문화관광국장이 응답을 했습니다. 그런 훌륭한 공무원이 있음을 세상에 알립니다. 지하에 계신 다산선생께서도 흐뭇하게 여기면서 목민심서의 효과가 이제야 나오는구나 라고 여길 것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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