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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golf

드라이버의 진화, 정말 믿어도 돼?

신형 바꾼 횟수 따지면 500야드는 나가야하는데…

"내가 말이야, 드라이버 바꾼 횟수를 감안하면 지금 500야드쯤은 쳐야 한다고. 드라이버를 살 때마다 분명 이전 제품보다 20야드 더 멀리 날아간다고 했거든. 그런데 실제로 200야드 좀 더 나가면 잘 맞은 거라고. 골프채 회사에 사기당한 기분이야."

얼마 전 재계의 유명 인사가 사석에서 골프용품업체 사장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얘기다. 분명 신형 드라이버가 나오면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획기적으로 거리를 늘렸다`는 광고 문구가 함께 나온다. 그런 문구에 현혹(?)돼 드라이버를 바꾼 골퍼도 꽤 많다. 하지만 광고 문구만큼 거리 증대 효과를 본 골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용품업체들이 정말 사기를 친 것일까. 현재 주말골퍼들의 거리가 해마다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굳이 드라이버샷 거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려면 매년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를 재는 미국 PGA투어의 통계를 인용하는 방법이 있다. 통상 투어 100위 선수의 드라이버샷 거리는 투어 평균과 비슷하다. 그래서 100위 선수가 1980년부터 5년 단위로 어떻게 거리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봤다.

◆ 5년마다 5야드씩은 늘어

= 1980년 100위 선수의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255.5야드였다. 지금의 주말골퍼가 장타를 치는 수준이었다. 5년 후인 1985년 258.1야드로 늘었고 이후 262.8야드(1990년), 262.0야드(1995년), 273.2야드(2000년), 288.7야드(2005년) 그리고 지난해에는 287.5야드로 변화했다.

30년 사이에 드라이버샷 거리가 32야드가 늘어난 셈이다. 결국 용품업체들이 광고한 대로 10야드, 20야드씩 `획기적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1년에 1야드씩 꾸준히 늘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주말골퍼의 평균 비거리도 비슷하게 늘어나지 않았을까 분석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꾸준히 거리가 늘어나는 동안 드라이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첨단화하는 헤드의 과학

= 드라이버 헤드 소재는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퍼시먼(감나무) 일색이었다. 그러다가 80년대 초반 카본(탄소섬유)과 메탈이 등장했고 90년대에는 항공기 소재인 티탄이 나왔다.

이어 머레이징, 리퀴드메탈 등의 소재가 나오기도 했으나 티탄 이상의 소재는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감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비틀림이 적고 매우 질겨 메탈이나 티탄 등 첨단 소재가 나오기 전까지 헤드 소재로 제격이었다. 감나무가 갖고 있는 고유의 `감(느낌)`은 어떤 소재로도 대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헤드 소재가 메탈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감나무는 직접 깎아 만들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다. 또 헤드 크기가 작아서 공을 제대로 맞히기 힘든 단점이 있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게 1970년대 선풍을 일으켰던 메탈이다. 골프 해설가로 이름을 날렸던 왕년의 유명 골퍼 조니 밀러는 이 메탈 우드를 처음 대회에 갖고 나온 주인공이다.

메탈이 처음 나왔을 때 헤드 크기는 감나무로 만든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고 생산기술이 향상되면서 헤드 페이스가 얇아지고 헤드 크기도 커질 수 있었다.

메탈도 한때 헤드 소재로 최고의 주가를 올렸지만 티탄이란 소재의 등장으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티탄은 지금도 대체 소재를 찾지 못할 정도로 드라이버 헤드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티탄은 메탈에 비해 헤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고 헤드 페이스도 더 얇게 할 수 있어 반발력을 높일 수 있다.

2002년까지만 해도 360㏄면 `빅헤드`라고 했지만 지금은 460㏄가 주류다. 처음에 주먹만 하던 헤드가 지금은 왕고구마처럼 커진 것이다. 모두 티탄이란 꿈의 소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진화하는 샤프트의 과학

=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샤프트는 히코리라는 나무로 만들었다. 샤프트 반동이 거의 없다보니 샷 거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20년대로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스틸샤프트가 쓰였다. 스틸 샤프트는 워낙 단단하고 무거워서 드라이버 샤프트 소재로는 한계가 있었다.

샤프트의 대변신은 1960년대 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카본섬유를 만들면서부터다. 카본 샤프트는 가볍고 탄성이 강해 휘어짐이나 비틀림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었다. 비로소 누구나 골프를 쉽게 치는 시대를 연 것이다. 샤프트 소재로 카본이 쓰이면서 샤프트 내부에 다양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과학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소재뿐만 아니라 강도, 토크, 중량, 킥 포인트에 따라 샷 내용이나 거리도 달라지게 됐다.

특히 샤프트의 강도는 공의 방향성과 탄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샤프트가 너무 강하면 임팩트 때 헤드가 미처 따라오지 못해 슬라이스가 나고 탄도도 낮아진다. 반대로 샤프트 강도가 스윙에 비해 너무 약하면 샤프트가 타깃 방향으로 휘어져 헤드가 닫히면서 훅이 발생한다.

올해 샤프트의 경향 중 하나는 45인치 이상의 `롱` 드라이버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일러메이드의 버너 슈퍼 패스트의 길이는 무려 46.25인치에 달하고 아담스의 스피드 라인 패스트 텐의 길이도 46.1인치로 길다. 나이키의 SQ 마하스피드(45.75인치), 클리블랜드의 런처(45.75인치), 투어스테이지의 뉴 ViQ(45.75인치), 던롭의 신젝시오(46인치), 미즈노의 JPX E600(45.5인치) 등 45인치를 넘긴 드라이버가 꽤 많다.

용품업체들은 왜 갑자기 드라이버 길이를 늘리기 시작했을까.

이론상으로 긴 드라이버로 스윙하면 아무래도 스윙 아크가 커지기 때문에 장타를 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샤프트 길이가 1인치 늘면 원심력이 커져 약 7야드의 비거리 향상 효과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소재나 디자인 개발에 한계를 느낀 용품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드라이버 길이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수도 있다.

용품업체들은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스위트 에어리어가 넓어지고, 착시 현상을 통한 안정감까지 줄 수 있어 드라이버 길이의 한계가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롱` 드라이버 중에서도 가장 긴 테일러메이드의 버너 슈퍼 패스트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깊게 해 스위트 에어리어를 넓혔다. 또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편안하게 휘두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무게를 줄인 설계도 샤프트 길이를 늘린 것을 보완하는 장치다. 투어스테이지 뉴 ViQ의 경우 샤프트 전체 길이(45.75인치)가 늘어났지만 샤프트가 짧게 보일 수 있도록 그러데이션(gradation) 처리해 골퍼가 길어진 것에 대한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골퍼가 장타를 꿈꾸는 한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드라이버`를 만들기 위한 개발 의지도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2010.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