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가뭄 끝에 쏟아지는 단비처럼 달콤한 여름 휴가. 열심히 일했기에 떠나기만 할것이 아니라,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책들을 정복해 보는 건 어떤지. 혹시 아는가, 휴가가 끝난 후 더 이상 시간 날 때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휴가철,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도서를 분야별로 소개한다.

이금룡의 고수는 확신으로 승부한다 이금룡 지음, 물푸레, 13,000원. 2000년 3월 29일, 옥션의 코스닥 상장을 위한 마지막 심사가 있었다. 당시 옥션은 ‘㈜인터넷 경매’에서 ‘㈜옥션’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 출발한 지 반 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회사였다. 게다가 전년도 적자는 34억 원, 표면적으로 보면 코스닥 상장이 불가능한 상황. 이때 당시 옥션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던 저자는 심사위원들에게 “옥션을 상장시켜주시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진심을 담아 호소했다고 한다. 인터넷이야말로 우리나라가 국부를 형성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십 수년 간의 경영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철학을 토대로 경영의 9가지 핵심 원칙을 전함과 동시에, 그 어떤 원칙도 ‘확신’이 없다면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토리 노믹스 수잔 기넬리우스 지음, 윤성호 옮김, 미래의창, 13,000원. 굳이 미래까지 생각할 필요 없이, 이미 오늘날은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 시대’이다. 정보산업의 선두 기업 인텔보다 이야기 산업의 대표 주자 디즈니가 더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점, 빌 게이츠가 벌어들이는 저작권료보다 조앤 롤링의 그것이 훨씬 많다는 점 등이 이를 반증한다. <해리포터>를 비롯, <스파이더맨>, <스타트렉> 등, 상상력 하나로 엄청난 부를 창출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현재를 이끌어 가는, 또한 미래를 이끌 스토리 산업의 면모를 살펴보는 건 어떨까.
나비의 꿈 박성혁 지음, 쌤앤파커스, 12,000원. 해마다 5월이면 전라도 일대를 들썩이게 만드는 함평 ‘나비축제’. 이 책은 아무것도 없는 불모의 땅에서 오로지 도전정신만으로 체념과 좌절을 극복하고 일구어낸 함평의 드라마틱한 ‘성취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세계적인 축제를 기획해낸 창의적 발상의 노하우, 구성원들에게 감동과 신뢰를 심어준 이석형 군수의 뚝심 리더십부터 전대미문의 ‘하이컨셉’을 창조해낸 구성원들의 노력, 그리고 부정과 비난만 일삼던 지역주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응집력까지…. 그들이 서로 불어넣어준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문학동네, 10,000원. ‘책 읽을 시간’이 생기는 휴가기간, 앞서 밝힌 대로 ‘몇 권의 책을 읽었는가’ 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얼마나 책 읽을 시간을 낼 것인가’, 즉 ‘얼만큼이나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았는가’가 될 것이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책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와 비밀을 속속들이 발견하고 즐기는 ‘슬로 리딩’의 방법들이 담겨진 이 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슬로 리딩의 최종 목표로 ‘작자의 의도 이상의 흥미 깊은 내용을 독자 스스로 자유롭게 발견해내는 오독력(誤讀力)의 향상’ 이라 말하고 있다.
된다, 된다 나는 된다 니시다 후미오 지음, 하연수 옮김, 흐름출판, 12,000원. 같은 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 하지만 둘의 성격과 가치관은 다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맡게 됐을 때, 한 사람은 ‘될 것이다’만 생각했고, 다른 사람은 ‘글쎄…,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결과가 어떻게 다를까. 미래는 경이롭고 사람의 일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기에 우리가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던진다. 당신이 클라이언트라면 어떤 사람에게 일을 맡길 것인가? 당신이 CEO라면 어떤 이를 채용할 것인가? 이 책은 강력한 자기암시법을 활용해 각 분야에서 뜻을 이룬 리더들의 ‘긍정의 힘’을 소개하고 있다.
3개의 초감각 미타니 코지 지음, 이동희 옮김, 다산북스, 15,000원. ‘인간에게는 다섯 가지 감각이 있다’는 명제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다. 영혼의 감각, 직관, 전략적 직감 등 제6의, 제7의 감각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이 책에서는 더 나아가 ‘초감각’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올바른 시점, 높은 관점, 명쾌한 통찰로 현상(사물)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는 창조적 감각’이라 정의 내리고 있다. 3가지의 창조적 감각을 활용하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아이디어나, 남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는 방법을 소개함과 동시에 올바른 시점, 높은 관점, 명쾌한 통찰이 어떤 것이며, 또한 어떻게 익힐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지음, 류시화 편집, 조화로운삶, 9,800원. 한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죽은 자의 영혼들이 만든 모임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모일 때마다 서로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즐거운 시간은 누군가 살아 생전 자신의 힘든 시절을 이야기할 때라고 한다. 죽고 나서 보니, 삶은 하나의 놀이일 뿐인데, 왜 그렇게 힘들어 했는지…, 영혼들은 모두 배를 잡고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은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렸다는 가르침을 전해온 법정 스님의 잠언 모음집이다. 법정 스님은 어쩌면, 살아 있는 자들을 대표해서 그 모임에 한번 다녀오신 게 아닐까.
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다산초당, 11,000원.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신라의 이야기를 재현하고, 또 한국사 최초의 여성임금을 주인공으로 한 MBC드라마 <선덕여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출판계에도 왕으로서, 또한 여성으로서의 선덕여왕을 다룬 책들이 앞다퉈 출판되고 있다. 이 책은 그와 관련한 많은 책들이 ‘사랑과 권력을 동시에 가진, 천하를 품은 여왕’을 조명하는 데 반해, 그 동안 왜곡되어 왔던 여성 군주의 모습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 글ㆍ사진, 랜덤하우스코리아, 12,000원. ‘한국 문학의 대표적 아이콘’이라 불리는 인기작가, 국립 예술대학교의 교수, 자신의 이름을 건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 그런 김영하가 모든 것을 그만 두고 시칠리아로 떠났다. 많은 것을 이루었기에, 많은 것에 얽매인 일상에서 벗어나 시칠리아에서 유유자적 공간을 누비며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돌아본다. 그리고 독자에게 그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를 이 책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지 않는 자리에 올라섰지만, 그 대가로 영혼 한 귀퉁이가 툭 떨어져나가 버렸다고 고백한다. 당신은 무엇을 성취했고, 무엇을 잃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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