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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golf

특허 1500개로 빚어내는 48시간의 요술

                                                      조선일보 2009. 6. 16민학수 기자 haksoo@chosun.com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제조 과정 처음 공개
지름 4.3㎝에 무게 45g 물로 숲으로 년(年) 5억개…
가래떡·풀빵 같던 원료 연마 거쳐 완성품으로…

"땅~" 소리와 함께 푸른 하늘을 새까맣게 가르는 골프공은 첨단 과학의 결정체다. 지름 4.3㎝, 무게 45g의 이 조그마한 공에 무려 1500개의 각종 특허가 켜켜이 쌓여 있다.

골프공은 1600년대까지만 해도 나무를 깎아 만들어 썼다. 그 후 가죽에 거위 털을 채워 넣은 공, 고무공을 거쳐 우레탄 커버를 씌운 최신 공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더 멀리 날아가면서도 그린에 닿는 순간 구르지 않고 바로 세우고 싶어하는 골퍼들의 욕망.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의 구조도 투피스, 스리피스, 포피스에 이르기까지 다층 구조로 바뀌어왔다.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공은 수십억개로, 미스 샷으로 숲과 워터 해저드 속으로 사라지는 공만 연 5억개라는 통계가 있다. 골프공 가격은 만만치 않다. 공 12개들이 한 박스에 스리피스 이상이 보통 8만원, 투피스 공도 5만~6만원대이다. 그래서 필드에서 공 하나를 잃어버리면 '통닭 한 마리 날아갔다' '계란 한 판 날아갔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

1935년부터 골프공을 만들기 시작한 타이틀리스트사는 미국 PGA 투어 사용률이 60%를 넘고 이 회사 공을 쓰는 각종 투어 대회 우승자 비율도 60%를 넘는다. 골프공 관련 특허 1500개 가운데 680개 이상을 갖고 있기도 하다.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 지난해 12개들이 박스 250만개가 팔려나갔다는 것이 한국지사의 얘기이다. 인기가 있다 보니 '짝퉁' 제품도 워낙 많아 최근엔 진품과 가짜를 가려내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3월 타이틀리스트 미국 본사의 제리 밸리스 부회장 등 임원들이 아시아 핵심 시장인 한국을 대거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밸리스 부회장과 인터뷰하면서 첨단 과학의 결정체인 골프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증을 갖게 됐고, 밸리스 부회장은 "언제든 자료를 보내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조선일보가 골프공 제작 과정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자, 타이틀리스트 본사는 내부 회의를 거쳐 3개월이 지난 최근 "한국에 처음으로 제작 과정을 공개하겠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골프공 하나를 만들어 내는 48시간의 공정은 다양한 빛의 향연이자, 흥미로운 과정의 연속이었다.

다음은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의 제작 공정이다.

① 스리피스(three piece)로 돼 있는 이 공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코어(core)다. 코어는 원유를 증류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만든 폴리부타디엔을 재료로 만든다. 낮은 온도에서도 반발력이 뛰어나고, 마모에 강할 뿐 아니라 내열성도 강하다. 습도와 온도가 특수 조절되는 방에서 열기를 식힌 다음 가래떡처럼 썰어 낸다.

② 가래떡 같은 재료들을 다시 잘게 잘라 낸 뒤, 압축 성형기에 넣어준다. 이 압축 성형기에서 코어는 단단하고 동그란 형태로 바뀌게 된다.

③ 이 과정을 마친 코어는 정해 놓은 크기가 될 때까지 연마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작업을 거친 코어 위에 첫 번째 '껍질'인 아이오노머 케이싱 레이어를 발라주게 된다. 부드럽게 연마를 한 공은 깨끗하게 닦아 준 뒤, 우레탄 외부 커버와 잘 붙을 수 있도록 플라스마 공정을 거친다.

④ 우레탄 커버를 씌우는 과정은 풀빵 기계를 떠올리면 된다. 먼저 액체 상태 우레탄을 주조 틀에 붓는다. 코어를 이 틀 안에 넣은 뒤 닫아 주면 우레탄 커버가 골고루 씌워진 스리피스 공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⑤ 우레탄 커버를 씌운 공은 주조 과정에서 넘친 재료들은 싹 걷어내고 또다시 부드럽게 연마를 한다.

⑥ 두 차례 페인트로 코팅을 해 준 뒤, 로고와 모델 이름, 볼 숫자를 스탬프로 찍는다. 여기에 투명 페인트를 싹싹 발라 줘 '광'까지 내고 나면 일단 공을 만드는 과정은 끝나게 된다.

⑦ 모든 공이 빛을 보는 것은 아니다. 합격 판정을 받은 공들만이 줄을 지어 3개씩 포장 케이스로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