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펌 붕어낚시기술 2007년 04월 11일 현실의 삶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도 낚시꾼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기다림을 즐긴다. 현실 생활에서는 가끔 마음의 평정을 잃을 일이 생겨나지만 물가에서는 수면의 한 점 찌를 바라보며 가만히 물속 생명들을 기다린다. 낚시의 가장 큰 장르인 붕어낚시는 기다림이 전부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룻밤을 꼬박 새워도 붕어 한 마리를 맞기는커녕 입질 한 번 받지 못할 때가 다반사다. 누구든 붕어낚시에 갓 입문했을 때 이와 같은 경험은 지루함을 넘어 고통이었으리라. 하지만 꾼은 자신의 낚시 나이테를 차츰 넓혀가면서 기다림을 벗으로 삼을 줄 알게 된다. 낚시터에서만큼은 손목을 옭아맨 시계를 풀어 던지고, 시간의 흐름을 밤하늘의 별자리에 내맡긴다. 꾼의 기다림은 수묵화의 여백(餘白)과 같은 것. 옛 그림에서 여백은 겉으로 볼 때 하얗게 비어 있는 아무것도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여백은 매난국죽(梅蘭菊竹)이나 소나무나 바위 등 자신이 감싸고 있는 형상을 돋보이게 한다. 형상은 자신의 곁에 여백이란 공(空)이 없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일찍이 동양의 어느 현자가 세상을 향해 외친 ‘허(虛)’와 ‘무위(無爲)’의 가치를 떠오르게 한다. 어떤 화가는 여백의 미를 나타내기 위해 부수적으로 형상을 그려 넣는다고 하지 않던가. 공간 행위인 낚시에서, 특히 붕어낚시에서 기다림은 한국화의 여백이다. 낚싯대를 수면을 향해 휘두르고, 낚싯대를 잡아채고,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를 감상하는 몇 가지 동작을 제외하면 꾼은 하릴없이 마냥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기다림은 겉으로는 행위가 없는 빈 시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기다림은 꾼의 팽팽한 긴장감과 넉넉한 설렘으로 충만해 있다. 찌가 서 있는 수면의 아래에는 어떤 생명들이 모여 있을까. 붕어는 언제쯤 입질을 전해줄까. 찌는 얼마나 장중하게 솟아오를까. 물 밖으로 나온 붕어는 얼마나 멋있는 녀석일까. 마침내 찌가 수면을 뚫고 장중하게 솟아오른다. 오랜만에 찾아온 입질이지만 꾼의 마음에는 조급함이 없다. 찌의 중후한 부양에서 전해지는 수중 생물의 강한 생명력과 용력을 감상한다. 대기의 중력과 물의 응집력을 뿌리치면서 솟아오른 찌! 꾼은 천천히 한 손을 낚싯대 뿌리에 갖다대고 팔과 손목의 스냅으로 잡아챈다. 그 동작이 하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잡아채기 이전의 기다림과 한 치의 경계가 없다. 붕어 손님! 여백이 형상과 소통해 불러낸 소중한 생명이다. 기다림이라는 여백이 없이, 낚싯대 휘두르기와 잡아채기만 있다면 낚시는 얼마나 지겨운 노동일까. 낚시에서는 기다림이 최상의 미덕이다. 그런데 현실의 삶에서는 여백이 얼마나 되는가. 〈김동선 낚시문화 평론가|kps3161@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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