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부터 서울영재학교로 전환되는 서울과학고와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KSA)가 지난 22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2개월에 걸쳐 3~4단계로 진행된 입학전형에 서울영재학교(현 서울과학고)는 120명 모집에 2025명이 지원해 16.9대1, 부산 영재학교는 144명 모집에 2654명이 지원해 18.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설립되는 영재학교는 전국 학생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잠재력 있는 영재 선발의 폭을 넓히기 위해 중학교 1ㆍ2ㆍ3학년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고등학교 재학생까지 입학시험을 볼 수 있다. 모든 학생이 무료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고 대학 수준의 심화학습과 연구활동을 할 수 있으면서도 등록금은 일반 공립 고교와 동일한 수준이어서 수학ㆍ과학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학생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 두 곳 영재학교 전형과정은 서로 약간 차이점이 있다.
전형과정을 살펴보면 KSA는 △1단계 학생기록물 평가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3단계 과학캠프 심층면접으로 3단계, 서울영재학교는 △1단계 학생기록물 평가 △2단계 영재성 검사와 수학(修學)능력 평가 △3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와 종합적 사고력 평가 △4단계 과제수행능력 평가와 심층면접으로 4단계로 나뉜다.
전형 문제도 KSA는 창의적 사고력 측정을 중심으로 하는 반면 서울영재학교는 수학ㆍ과학 올림피아드 등 경시대회형 문제를 주로 출제했다.
◆ 전형 2단계는 IQ
테스트 형식
= 2009학년도 서울과학고 입학 전형의 특징을 알아보자.
서울과학고는 1단계 학생기록물평가와 2단계 영재성검사 및 수학능력 평가를 통해 정원의 5배수인 600명을 선발하고 3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 및 종합적 사고력 평가에서 다시 1.5배수(180명)를 선발한 뒤 2박3일 일정의 캠프 형식으로 4단계 과제 수행능력 평가와 심층면접을 실시해 최종합격자 120명을 선발했다.
서류심사로 진행된 1단계에서는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모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KSA는 같은 1단계 서류심사에서 1800명 이내를 선발하는데 응시자가 2000명 수준이므로 두 학교 간 별 차이는 없다. 수학ㆍ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수상 실적을 가진 학생들은 모두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2단계 전형은 일종의 IQ
테스트로 언어 논리 수리 창의적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출제된다. 퍼즐이나 논리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많이 나왔다.
수학과 과학 4과목으로 구성된 수학능력평가는 중학교 심화과정ㆍ수학올림피아드 1차 수준을 준비해 본 학생이라면 무난히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로 나왔다.
과학은 주어진 시간에 비해 문항 수가 많아 시간 배분을 잘하면서 빠르게 문제를 분석하고 해답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중학교 과학 지식뿐 아니라 관련된 고등학교 과정의 선행지식이 필요한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
◆ 3단계 10~20%는 생소한 신유형 문제
= 3단계는 KSA 2단계와 마찬가지로 수학, 과학1(물리ㆍ지구과학), 과학2(화학ㆍ생물), 종합적 사고력 평가 등 4과목 시험이 실시됐다.
3단계 전형 수학 문제는 주어진 시간 60분 동안 서술형 10문제를 풀어야 하므로 시간에 쫓겨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KSA 2단계 전형은 120분 동안 4문제를 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출제된 문제의 30~40%는 중등 내신 수준으로 풀기에 수월했을 것이나 30~40%는 경시대회 유형으로, 10~20%는 학생들에게 생소한 신유형의 심화사고력 문제가 나왔다.
과학은 중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과학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서술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계산 문제보다는 실생활과 과학적 현상을 연결지어 이해하고 탐구하는 문제들이 나왔다. 과학 관련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에게 유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3단계 전형 마지막으로 종합적 사고력 평가 문제가 나왔다. 서로 관련이 있는 몇 개 제시문을 읽고 그에 대해 500자 안팎으로 서술하는 문제였다.
이공계 영재들도 사회적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출제된 문제이므로 평소 신문과 시사잡지 등을 꾸준히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하다.
높은 수준을 요하는 전형을 3단계까지 거치고 나면 마지막 관문 4단계 전형이 남는다. 4단계 과제수행능력평가와 심층면접은 2박3일간 영재캠프 형식으로 치러진다. 오랜 입시기간에 심신이 지친 상태지만 마지막 단계이니 캠프기간 쌓아둔 '내공'을 100% 발휘할 수 있다면 합격의 날은 머지않았다.
◆ 올림피아드 참가+고교과정 공부=합격!
= 영재학교 입학시험은 중학교 교과과정을 기본으로 출제된다. 교과과정의 수학ㆍ과학 개념들을 잘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게 중요하지만 문제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중등 과정과 연관된 고등학교 과정의 내용도 공부해 둬야 한다.
수학ㆍ과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해 경험을 많이 쌓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2단계 이후 시험에서 경시대회 유형의 문제가 많이 나올 뿐 아니라 서류심사에서도 지원 학생의 수상 기록을 참고한다.
영재학교 입학전형에서 수학 난이도가 과학에 비해 높아 변별력이 크다. 따라서 어려운 문제도 많이 풀어봐야 실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대한 많은 문제를 접하며 문제풀이 감각을 키워야 하는 수학에 비해 과학은 논리적 사고와 서술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과학에서 과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4개 과목 중 2개 이상을 선택해 중점 학습하는 게 필요하다. 과학 이론과 현상에 대해 서술할 수 있도록 심화해서 준비해야 한다.
단순한 우등생이 아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재'를 선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전형이니만큼 사고력과 창의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훈련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으니 초등학교 때부터 각 교육청과 주요 대학 부설로 운영되는 과학영재교육원 과정을 이수해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고 과학 분야 심화학습을 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된다.
■수학 기출문제 살펴보니
<2단계 문제>
그림과 같이 생긴 다트에 화살을 쏘아 총점수가 50점을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구하여라. (단, 화살이 다트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는 없으며, (21, 21, 8), (8, 21, 21)과 같이 순서가 다르면 다른 경우로 본다.)
<3단계 문제>
왼쪽과 같이 한 변이 a인 정팔각형의 대각선의 길이를 b, c, d라 하자.
(1)정팔각형의 8개의 점 중 3개를 하얀색으로 칠하고, 5개의 점을 검은색으로 칠했을 때 하얀색 점 3개 각각의 거리의 합의 최댓값과 검은색 점 5개 각각의 거리의 합의 최댓값을 구하여라.
(2)정2009각형에서 21개의 점을 하얀색으로 칠하고, 1988개의 점을 검은색으로 칠했을 때 하얀색 점 21개 각각의 거리의 합을 L 라 하고 검은색 점 1988개 각각의 거리의 합을 L 라 할 때 L 가 값이 최대일 때, L 가 최댓값을 가짐을 보여라.
※도움말=영재교육학원 CMS
[박소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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