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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영재교육

창의 교육, 엄밀성과 신뢰성 확보해야

[교수신문 공동] ‘몰입’ 중심의 진보주의적 관점 2008년 09월 29일(월)

사이언스타임즈는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를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여섯 번째로 창의성 교육에 대한 과학주의적 입장과 몰입의 관점을 각각 살펴본다. [편집자 註]

▲ 학생 창의력 올림피아드 대회  ⓒ연합뉴스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프로그램식 접근은 이론적 분석을 통해서도, 경험적 검증을 통해서도, 나아가 학교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 검토로도 아직은 충분하게 정당화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창의성 교육이 ‘자체 개발’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어, 과학적 엄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면, 어떤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전문가라고 보기 힘든 연구자들에 의해 개발되기도 하였고, 그것을 직접 다루는 일부 교사 중에도 특별한 훈련을 받지 못한 분들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염려는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에 앞서 논리적으로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즉 ‘별도의 시간에 특정한 프로그램을 투입함으로써 창의성을 교육하려는 노력’(이하 프로그램식 접근)은 과연 타당한가 하는 것입니다. 이 접근은 이론적 분석을 통해서도, 경험적 검증을 통해서도, 나아가 학교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 검토로도 아직은 충분하게 정당화되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램식 접근’은 타당한가

이론적 측면에서 논쟁이 되는 것은 이 접근의 탈맥락적 속성입니다. 프로그램화됐다는 말은 개개 사례의 예외적 요소를 제거하고 표준화되었다는 뜻이고, 효과성을 근거로 자체적으로 검증된 사고의 보편적 절차나 전략이 그 핵심이라는 의미입니다. 정해진 사고의 패턴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원하는 창의적 사고가 가능함으로 그 성취 결과는 개인적 특성이나 문화적 배경과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형성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 창의성 연구(흔히 통합적 연구하고 불리는)의 주류는 사고를 의미나 가치 중심으로, 혹은 사고 발현의 근거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오히려 개인적 · 사회적 · 문화적 요소를 더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철학이나 교육학에서 일반화돼있는 상황인지(situated cognition)나 문화적 다원주의 이론과도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날로 그 강조의 폭이 확대돼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험적 검증에서도 엄격하게 성공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식 접근은 창의성을 확산적 사고 능력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검사 점수는 훈련에 의해 증대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제한된 상황에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창의성의 전이성과 지속성을 검증할 만큼 충분하다고 보기 힘듭니다. 연구 중에는 검사 점수와 실제 성취도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으며, 과학 혹은 사회 창의성 검사와 같은 특수한 영역적 검사와 창의력 검사 간에는 상관관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몇몇 학자들은 사고능력은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하며, 창의성의 인지적 기술(skill)이나 전략조차 과목이나 영역에 따라 다르다고 보기도 합니다. 더구나 창의성 훈련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하나의 도식(schema)처럼 작용하여 창의성을 방해할 수 있음이 지적되기도 합니다. 결국 프로그램식 접근은 전이 문제를 그 선결과제로 확증해주지 못한다면 그에 따른 교육적 성과를 논의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창의성 훈련이 도식화되면 오히려 방해

▲ 로댕의 'the hand of God' 
학교 현장을 고려할 때 실용적이지도 않습니다. 프로그램식 접근은 창의성 교육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많은 과목 수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노동이 문제가 되고 있고, 교사도 과도한 수업 시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실정에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과목이 더 추가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또한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사고에는 창의적 사고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심미적, 직관적 사고 등과 같이 다양한 유형과 차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볼 때, 특정한 사고를 별도의 시간을 통해 가르치는 접근은 현실적으로 성립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논란을 비켜갈 수 있는 방식으로 학계에 알려진 바는 몰입을 중심으로 한 창의성 교육입니다(이하 몰입식 접근). 몰입은 문제해결 활동에 푹 빠져 있는 상태를 지칭하는 일종의 메타포로서, 몰입의 과정과 결과는 그 의미성, 본래성(authenticity)을 중심으로 창의적 삶과 동일시됩니다. 탈맥락적 표준화된 상황을 전제로 가상적, 인위적으로 만든 문제가 아니라 교실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된 학생의 진짜(genuine) 문제를 통해서, 학습지 문제풀이식의 개인적 탐구나 단순한 상상에 의존한 해결이 아니라 공동체(community) 내에서 구성원들 간의 진지한 협의를 통해서, 공동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됩니다.

▲ 최석민 교수 
문제가 갖는 의미로움은 외부적 강제에 의하지 않고서도 ‘판단의 중지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고된 창의적 사고의 과정을 즐겨 지속하게 하는 동력을 제공하게 되며, 문제해결의 전략으로서 공동성은 몰입 대상의 규범성과 질적 수준을 확보하는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듀이의 하나(an)의 경험, 메슬로우의 절정(peak) 경험,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의 부유(flow) 경험에 나타난 몰입의 강조는 철학적 혹은 심리학적으로 이를 정당화하고 있으며, 학습의 철학으로서 프로젝트학습이나 문제중심학습, 혹은 구성주의 학습 등은 궁극적으로 이런 가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몰입적 접근의 가치를 아인슈타인의 고백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가 과학적 탐구 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고자하는 나 자신의 제어하기 힘든 갈구 때문이었으며... 공부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는 그 일이 주는 즐거움이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필자는 경북대학교에서 「비판적 사고개념의 분석과 그 교육적 정당화」라는 제목으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사고교육을 연구하였다. 주요 논문으로는 「창의성 교육의 원리탐색: 몰입의 원리」가 있다.

최석민 교수 / 대구교대 · 교육학

저작권자 2008.09.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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